지난달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유튜브 '선후포럼'에 출연, 내년 대선과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선후포럼 캡처]
지난달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유튜브 '선후포럼'에 출연, 내년 대선과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선후포럼 캡처]

지난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 승리를 위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시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을 활용해야만 대선 승리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생각?, “김종인은 누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되도 킹메이커 역할 해야”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의 복귀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누구의 편인지를 놓고 말싸움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김종인 영입’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11월 5일에 누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김 전 위원장의 적극적 역할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현안보고에서 이준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현안보고에서 이준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행보 분주해져...윤석열 회동하고 김동연 발기인대회도 참석

김 전 위원장의 활동 역시 부산해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개 사과 사진’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2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긴급 회동을 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사진 논란이 불거진 직후의 회동인 탓에,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구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의 거리에 선을 그었다.

24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신당 창당 발기인대회에도 참석한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일인) 11월5일을 경과해 봐야 내가 어떻게 결심할 건지 그때 가서 얘기할 것”이라며 “대통령 돼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데 확실한 비전과 계획이란 게 있어서 그걸 지킬 수 있는 후보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누군지 보고 자신의 역할을 결정하겠다는 의미여서, ‘킹 메이커’로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런 가운데 윤 전 총장 측 김경진 대외협력 특보는 김 전 위원장과는 각별한 관계라며, 홍준표 의원과의 거리를 비교해 논란을 초래했다. 김 특보는 지난 2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루머라는 전제를 한 후’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제가 이건 확인을 안 해봤는데 떠돌아다니는 소문이 H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께 독대를 요청했는데, 위원장께서 reject(거절)을 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홍준표와 김종인의 ‘악연’ 우려

이에 대해 홍 의원 측은 윤 전 총장 측이 거짓말로 경선판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역량 부족’을 핑계로 당에 또다시 상왕 정치의 그림자를 드리우지 말라고 경고까지 나왔다.

홍 의원도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은 경선에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경선에 도움을 받으면 영남의 보수층들이 전부 싫어한다. 그래서 경선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날 필요도 없고, 제가 만나자고 연락한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모들이 걱정되니까 만나보라고 계속 종용을 해도 저는 경선에는 만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11월 5일 최종 후보로 홍 의원이 결정될 경우, ‘홍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악연’을 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의 상승세가 확인되고, 민주당 당심에서도 최근 입당한 20,30 세대들을 중심으로 홍 의원 지지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재직 시절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했고, 이에 반발한 홍 의원은 자신이 검사 시절 김 전 위원장의 뇌물 사건을 수사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악연은 꽤 깊다. 실제로 홍 의원은 국민의힘 복당과 함께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6월 모 라디오 방송에서 홍 의원은 “갑자기 집안에 계모가 들어와서 맏아들을 쫓아냈다, 이유도 없이, 그런데 그 기간이 좀 오래 걸렸다, 그런 생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종인 “이재명 당선돼도 정권교체라는 국민 많아”

두 사람의 악연이 깊다 보니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홍 의원이 결정될 경우,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도울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지난 8월 정봉주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YTN '알고리줌'에 출연, “여야 통틀어서 후보로서 가장 김종인 전 위원장과 캐릭터와 결이 맞는 건 이재명 후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이 민주당으로 올 가능성은 현재 10%도 안 되지만, 막상 선거에 임박하게 되면 49%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김 전 위원장도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도 정권 교체로 생각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달 진중권 전 교수, 권경애 변호사,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선후(SF)포럼’의 유튜브 방송에서 “일반국민들은 그렇게 정권교체에 관심이 없다”라는 말 끝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통령이 돼도, 정권은 교체가 됐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달 유튜브 '선후포럼'에서 "이재명이 당선돼도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는 발언을 했다. [사진=선후포럼 캡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달 유튜브 '선후포럼'에서 "이재명이 당선돼도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는 발언을 했다. [사진=선후포럼 캡처]

김종인의 진심, 윤석열에게 정권교체론보다 미래 담론 집중을 요구

하지만 당시 발언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이재명도 정권교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윤 전 총장의 전략에 대한 조언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막연하게 현 정부와 극한 대립을 해서 후보가 됐으니까, 지금 정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아무리 해봤자 일반 국민에게는 먹히지 않는다”며 “정권교체니 뭐니 그러면서 과거를 얘기하지 말고, 미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춰서, 자기의 입장을 확실하게 보이지 않으면 국민이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는 조언을 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 후보가 정권을 잡아도 정권교체라고 여길 국민이 많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게다가 이 후보의 멘토라 불리는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불편한 관계를 생각하면, 김 전 위원장이 이 후보를 도울 거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