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 승리를 위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시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을 활용해야만 대선 승리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생각?, “김종인은 누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되도 킹메이커 역할 해야”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의 복귀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누구의 편인지를 놓고 말싸움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김종인 영입’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11월 5일에 누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김 전 위원장의 적극적 역할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김종인 행보 분주해져...윤석열 회동하고 김동연 발기인대회도 참석
김 전 위원장의 활동 역시 부산해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개 사과 사진’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2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긴급 회동을 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사진 논란이 불거진 직후의 회동인 탓에,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구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의 거리에 선을 그었다.
24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신당 창당 발기인대회에도 참석한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일인) 11월5일을 경과해 봐야 내가 어떻게 결심할 건지 그때 가서 얘기할 것”이라며 “대통령 돼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데 확실한 비전과 계획이란 게 있어서 그걸 지킬 수 있는 후보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누군지 보고 자신의 역할을 결정하겠다는 의미여서, ‘킹 메이커’로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런 가운데 윤 전 총장 측 김경진 대외협력 특보는 김 전 위원장과는 각별한 관계라며, 홍준표 의원과의 거리를 비교해 논란을 초래했다. 김 특보는 지난 2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루머라는 전제를 한 후’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제가 이건 확인을 안 해봤는데 떠돌아다니는 소문이 H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께 독대를 요청했는데, 위원장께서 reject(거절)을 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홍준표와 김종인의 ‘악연’ 우려
이에 대해 홍 의원 측은 윤 전 총장 측이 거짓말로 경선판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역량 부족’을 핑계로 당에 또다시 상왕 정치의 그림자를 드리우지 말라고 경고까지 나왔다.
홍 의원도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은 경선에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경선에 도움을 받으면 영남의 보수층들이 전부 싫어한다. 그래서 경선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날 필요도 없고, 제가 만나자고 연락한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모들이 걱정되니까 만나보라고 계속 종용을 해도 저는 경선에는 만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11월 5일 최종 후보로 홍 의원이 결정될 경우, ‘홍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악연’을 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의 상승세가 확인되고, 민주당 당심에서도 최근 입당한 20,30 세대들을 중심으로 홍 의원 지지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재직 시절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했고, 이에 반발한 홍 의원은 자신이 검사 시절 김 전 위원장의 뇌물 사건을 수사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악연은 꽤 깊다. 실제로 홍 의원은 국민의힘 복당과 함께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6월 모 라디오 방송에서 홍 의원은 “갑자기 집안에 계모가 들어와서 맏아들을 쫓아냈다, 이유도 없이, 그런데 그 기간이 좀 오래 걸렸다, 그런 생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종인 “이재명 당선돼도 정권교체라는 국민 많아”
두 사람의 악연이 깊다 보니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홍 의원이 결정될 경우,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도울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지난 8월 정봉주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YTN '알고리줌'에 출연, “여야 통틀어서 후보로서 가장 김종인 전 위원장과 캐릭터와 결이 맞는 건 이재명 후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이 민주당으로 올 가능성은 현재 10%도 안 되지만, 막상 선거에 임박하게 되면 49%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김 전 위원장도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도 정권 교체로 생각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달 진중권 전 교수, 권경애 변호사,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선후(SF)포럼’의 유튜브 방송에서 “일반국민들은 그렇게 정권교체에 관심이 없다”라는 말 끝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통령이 돼도, 정권은 교체가 됐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종인의 진심, 윤석열에게 정권교체론보다 미래 담론 집중을 요구
하지만 당시 발언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이재명도 정권교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윤 전 총장의 전략에 대한 조언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막연하게 현 정부와 극한 대립을 해서 후보가 됐으니까, 지금 정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아무리 해봤자 일반 국민에게는 먹히지 않는다”며 “정권교체니 뭐니 그러면서 과거를 얘기하지 말고, 미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춰서, 자기의 입장을 확실하게 보이지 않으면 국민이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는 조언을 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 후보가 정권을 잡아도 정권교체라고 여길 국민이 많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게다가 이 후보의 멘토라 불리는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불편한 관계를 생각하면, 김 전 위원장이 이 후보를 도울 거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