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권 출범후 임명된 19명 중 적어도 89%는 '코드인사'
감사 업무에 필요한 전문성 부족한 인사도 많아
공공기관 경영 감시-견제라는 감사 역할 가능할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거의 대부분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이거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선거활동에 참여하는 등 친여(親與)-친문(親文) 성향이 뚜렷한 인사들로 밝혀졌다. 또 상당수 인사는 감사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등의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감사 자리가 이처럼 노골적인 '코드 인사'로 채워짐으로써 감사의 존재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enN이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ALIO)'에 등록된 330개 공공기관 중 상임감사를 두고 있는 99개 기관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상임감사 19명 중 17명(89%)이 민주당 소속이거나 문 대통령 공개 지지자, 좌파운동가 등 친여(親與) 성향이 드러난 인사였다. 앞서 연합뉴스는 23일 이들 19명 중 63%인 12명이 정치권 인사라고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냈지만 PenN 조사 결과 추가로 5명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선거운동 등을 한 사실이 파악됐다. 행정고시 출신의 전직 공직자로 정치 성향이 표면화하지 않은 인사는 2명에 불과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공공기관의 상임감사가 된 인물은 총 9명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 상임감사를 맡은 조용순 씨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경호처 경호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했던 임찬규 씨는 그랜드코리아레저 상임감사가 됐다.  

주택관리공단 상임감사가 된 박재혁 씨는 민주당 경남도당 단디 정책연구소장 출신이고 주택도시보증공사 상임감사가 된 이재강 씨는 민주당 부산서구·동구 지역위원장 출신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상임감사가 된 허정도 씨는 민주당 문재인 대표 미디어특보 출신이고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 상임감사를 맡은 송기정 씨는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사무처장 출신이다. 

한전KDN의 상임감사가 된 이오석 씨 역시 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상무위원이었고 한전원자력연료의 상임감사가 된 김명경 씨는 민주당 대전시당 20대 총선 기획단장이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상임감사가 된 이동윤 씨는 문재인 대통령후보 부산시선거대책위원회 대외협력단장 출신이다.

당적을 두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지지를 선언했던 인물 3명도 공공기관 상임감사가 됐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상임감사가 된 류근태 씨는 1980년대 대학을 다닌 50대를 대변하는 '민주50세대특별위원회'의 공동위원장 중 한 사람으로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사를 19대 대선 과정에서 밝힌 인물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상임감사가 된 조익문 씨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광주·전남지역 선거운동 현장을 이끈 인물이고 기술보증기금 상임감사가 된 박세규 씨는 '담쟁이포럼' 운영위원 출신이다. '담쟁이포럼'은 지난 2012년 5월30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지지하는 모임으로 만들어졌고 50여명의 부산, 경남지역 대학교수와 인사들이 주축이다. 

강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바 있거나 전문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인물들 5명도 고액의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의 상임감사가 됐다. 국민연금공단 상임감사가 된 이춘구 전 KBS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전주고 동문이라는 사실 외에는 연금을 관리하는 전문적인 일에 대한 경험은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상임감사를 맡은 김명곤 씨는 전남 목포고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인물이고 근로복지공단 상임감사를 맡은 김광식 씨는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울산노동자포럼 상임대표 출신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상임감사가 된 배외숙 씨 역시 교사들의 연금을 관리하는 능력과는 무관한 인물이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안양지부장 출신이고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시관을 지낸 배 씨는 사드배치 반대, 개성공단 재개, 좌편향 역사교과서 정상화 반대 등에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다. 

부산대병원 상임감사가 된 이상경 씨는 출판사 사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출판사를 운영한 사람이 병원에 대한 감사를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씨가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진 자인출판사와 이 씨 개인에 대한 정보는 전혀 공개돼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상임감사로 관료 출신을 등용한 경우는 한국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뿐이었다. 제31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부이사관을 지낸 서철환 산업은행 감사와 제33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조달청 기획조정관을 지낸 임종성 기업은행 감사였다. 이들도 어떤 식으로든 현 집권세력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공기관 상임감사는 기관장을 견제하고 사내 부패·비리 감시 업무로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지만 정치권 입김이 작용하는 듯한 인사가 적지 않다. 상임감사는 사무실이 있고 자리에 따라 연봉이 수억 원에 달하기도 해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공공기관장 다음 2인자로 통하는 상임감사 자리는 책임은 적고 권한은 많아 보은 인사를 기다리는 인물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집권세력은 야당 시절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최고경영자에 이어 감사 자리까지도 과거 어떤 정권보다도 더 심각하게 노골적인 '코드 인사' "내편 챙기기' 인사를 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뒤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 공공기관 감사 61명 중 정치권 출신 비율은 47%(29명)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훨씬 낮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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