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약 50분간 만남을 가졌다.

이날 상춘재 앞에 먼저 도착해 있던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자 "특별한 곳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는 "(사진을) 가보로 간직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상춘재에서 이어진 회동에서 "저도 경기지사로 문재인 정부의 일원 아닌가"라며 "대통령께서 민주당 핵심 가치인 민생, 개혁, 평화를 잘 수행해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역사적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끝까지 잘 도와달라"고 했다.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전례에 없을 만큼 높아 놀랍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다행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을 놓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후보는 경기회복 청사진 등을 담은 문 대통령의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 공감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문 대통령과 자신이 모두 존경하는 인물이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당내 경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후보가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했던 것 사과드린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답했다.

4년 전 경선에서 비문(비문재인)계의 지지를 받았던 이 후보 측은 강성 친문(친문재인) 성향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등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등 문 대통령 측과 지속해서 대립했다. TV토론에서도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을 향해 적극적인 공세를 가한 바 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전체 경제가 좋아지지만 양극화가 심화하고 서민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확장재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며 "대기업들은 (사정이) 굉장히 좋아 생존을 넘어 대담한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 밑의 작은 기업들은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기후위기도 가속화하는 역사적 시기"라며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것이 더 클 것 같다"고 하자 이 후보는 농담조로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화 내용을 브리핑하며 양측이 기후변화 위기나 경제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선거 정국에 관련된 얘기는 나누지 않았으며, 특히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회동에서) 대장동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나 '수사'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북정책 얘기도 하지 않았다"며 "무거운 얘기를 피하다 보니 가볍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소개해드린 농담들도 서로 편하게 주고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사전에 제가 이 후보 측과 선거 관련 얘기,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를 했다"며 "이 후보는 후보로서 얘기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을 상대로는 언급 안하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분이 (선거 관련) 발언을 아예 피하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런 발언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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