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 국가주석, '하나의 중국' 원칙 지켜달라며 불쾌감 표시

유럽연합(EU)과 중화민국(대만) 간의 관계가 긴밀해지는 모양새다. 우자오셰(吳釗燮) 중화민국 외교부장(우리나라의 외교부 장관에 상당)이 유럽 국가들을 순방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큰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 외교부장은 26일(현지 시간) 동부 유럽에 위치한 슬로바키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유럽 국가 순방에 나선다. 27일에는 체코 상원 의장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 우 부장이 유럽 국가 순방에 나선 것은 지난 2019년 덴마크에서 열린 ‘민주(民主) 포럼’에 출석한 이래 약 2년만의 일이다.

우자오셰 중화민국 외교부장.(사진=로이터)
우자오셰 중화민국 외교부장.(사진=로이터)

이에 앞서 우 부장은 지난 24일 유럽 국가 순방에 앞서 “대만은 체코나 슬로바키아처럼 자유와 인권, 법치를 갈망하고 있다”며 중국을 염두에 두고 유럽 제국(諸國)과의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음을 적극 피력했다.

이와 별개로 대만 국가발전위원회 경제사절단은 이미 유럽 현지에 도착한 상태다. 이들은 슬로바키아, 체코, 리투아니아 3개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EU 국가들이 대만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것은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U 국가들의 대(對)중국 무역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가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부르짖고 나선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자국에 대만 대표부를 신설하는 데에 동의한 리투아니아의 경우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슬람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탄압을‘제노사이드’(대량학살)로 규정하는 한편 중국과 동구 17개국이 참가하는 경제협력체 ‘17+1’에서 탈퇴하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를 재고할 것은 EU에 촉구했다.

EU 역시 지난달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표하고 대만과 주로 경제면에서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 이어 지난 21일 EU 의회는 EU와 대만 간의 정치적 관계 강화를 권고하는 문서를 다수 찬성으로 채택했다. 해당 문서에는 대만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EU의 중요한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움직임에 시진핑 주석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25일 시 주석은 유엔(UN)에서 중국의 대표권을 인정한 ‘알바니아 결의’ 50주년을 맞은 온라인 연설회에서 “국제 규칙은 193개 유엔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며,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우 부장의 유럽 순방에 대해서도 중국 외교부는 “세계에 중국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대만은 중국에서 분리해낼 수 없는 일개 부분”이라는 표현으로 강력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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