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역당국이 단계적 일상회복 초안을 공개하고, 다음 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계획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25일 방역당국이 단계적 일상회복 초안을 공개하고, 다음 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계획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지난 23일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은 11월 1일부터 추진된다. 단계적 일상회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역시 ‘접종률’이다. 접종완료자는 코로나에 감염돼도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달 말이면 전 국민의 75%가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여전히 미접종을 고집하는 ‘찐 거부자’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18세 이상 미접종자는 534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미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정부는 ‘사전예약 없이 언제든지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지만, 그들은 섣불리 팔을 걷지 않고 있다. 취업이나 알바를 구할 때도 ‘미접종자’들을 꺼리는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또 ‘백신패스’ 등의 도입으로 미접종자에 대한 제약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꿋꿋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뚜렷한 가이드라인 혹은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조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을 대책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 과정에서 찐 거부자의 반발심도 함께 높아가고 있다.

미접종자는 500만? 1000만?...중대 설대우 교수, “성인 기준 미접종자는 500만~550만명”

정부가 공개한 미접종자 수치부터 혼란스럽다. 지난 2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단계적 일상회복 관련 2차 공개토론회에서 "미접종자가 1000만명에 해당되며, 이들에게는 코로나19가 여전히 치명적이고 의료체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겨울철이 도래함으로써 호흡기 감염병의 위험도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알려진 500만명의 2배에 달하는 1000만명이라는 숫자가 충격을 더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약학대학 설대우 교수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18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하면, 미접종자는 약 500만명에서 550만명 정도가 된다. 1000만명이라는 숫자는 현재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16~17세를 제외한, 어린이들과 청소년을 더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25일 0시 기준 접종완료자는 전 국민의 70.1%에 해당하는 3599만 2708명이다. 1차 접종자는 79.4%에 해당하는 4076만 8114명이다. 국내 인구 5135만명 중 미접종자는 약 1500만명이지만 이중 약 500만명은 1차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접종을 완료할 인원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위드코로나의 마지막 3단계 기준으로 '접종완료율 85%'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수치라는 지적이 높다. 설 교수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82% 정도가 접종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접종자의 고민은? 접종 이상반응 염려하며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불신

그렇다면 전 국민의 18% 이상은 여전히 미접종 상태에 놓이는 셈이다. 그들이 팔을 걷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접종 이상반응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정부가 그간 보여온 무책임한 태도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아서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식의 태도가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한 것이다.

최근 들어 방역당국도 이상반응 인정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미접종자들이 기대하는 ‘무조건 책임’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신규 백신에 대한 이상반응을 검토할 수 있는 안전성위원회를 만들어 (인과성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이전에 적용된 범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해서 판단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접종자들을 이끌어낼 만한 유인책이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겨져 있다.

설대우 교수, “60세 이하 건강한 사람에게는 백신 접종 강요 말아야”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 국면에서 ‘고위험군 미접종’을 중요 요소로 꼽았다. [사진=TBS 방송 화면 캡처]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 국면에서 ‘고위험군의 미접종’을 중요 요소로 꼽았다. [사진=TBS 방송 화면 캡처]

설 교수에 따르면, 정부의 미접종자에 대한 대책은 두 부류로 나눠 달리해야 한다. 설 교수는 60세 이하이면서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굳이 백신 접종을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예를 들어 40대이면서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방역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백신의 초창기에는 건강한 40대가 백신에 걸릴 경우, 타인에게 백신을 전파할 위험이 높았기 때문에 접종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전 국민의 접종률이 높은 현재 상황에서는 40대 건강한 사람이 감염자가 되어 타인에게 전파하더라도, 전파 대상자들의 대다수가 이미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즉 전파 위험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본인 자신의 위험만 고려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60세 이하 건강한 사람들은 감염이 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요소가 낮기 때문에, 굳이 지금은 안 맞아도 된다’는 것이다. 60세 이하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60세 이상 고령자 및 60세 이하 기저질환 보유한 고위험군은 반드시 접종해야”...“백신접종 부작용보다 확진 후 위중증 발전 위험이 훨씬 커”

설 교수는 500만명의 성인 미접종자 중에서 문제가 되는 대상을 ‘60세 이상 고령자와 60세 이하라도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의 관건은 ‘미접종한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률을 높이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설 교수는 이들 고위험군이 접종을 꺼리는 첫 번째 이유로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해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혈전 발생과 심근염 등 이런 저런 부작용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보도가 초래한 면이 크다고 짚었다.

두 번째 이유로는 “1차 접종 후 두통, 호흡곤란, 발열 등의 부작용을 겪은 탓에 2차 접종을 거부”하는 점을 꼽았다. 기저질환으로 인한 감염의 위험보다 접종의 이상반응을 염려허는 태도는 부적절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설 교수는 고위험군의 경우 “백신 이상반응을 걱정할 게 아니라, 감염이 되면 바로 위중증으로 간다는 사실을 염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 국민의 3500만명이 접종을 완료했는데, 이상반응이 생기는 비율은 엄청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이상반응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클까? 아니면 바이러스에 감염돼 위중증으로 빠질 가능성이 클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반응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과 ‘감염돼 위중증으로 빠질 가능성’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고위험군 미접종자들은 단계적 일상회복의 국면에서 오히려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방역 기조가 완화되기 때문에 미접종자의 감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미접종자에게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다. 방역 기조가 완화되면서 백신 미접종자들의 감염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사진=연합뉴스]
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다. 방역 기조가 완화되면서 백신 미접종자들의 감염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카페 앞 기존에 설치된 24시간 영업 간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설 교수는 “어제만 해도 21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백신 미접종자이다”라고 강조했다. 연이어 실제로 의료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환자실에서 ‘나 백신 접종할 걸’ 하면서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가 전해진다고 밝혔다. 코로나 감염으로 죽음을 앞둔 미접종자의 고백인 셈이다.

단계적 일상회복 국면에서 미접종자 대책은 투트랙으로 가야

따라서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투트랙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60세 이상 혹은 60세 이하이지만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백신접종을 독려해야 한다. 접종 부작용보다는 확진 이후 위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둘째, 60세 이하 건강한 미접종자에 대해서는 백신접종을 굳이 강요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 70~80%가 접종을 완료한 상태에서는 미접종자가 코로나를 전파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타인에 대한 전파 가능성보다는 ‘본인의 위험 정도’를 기준으로, 스스로 접종을 선택하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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