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설립된 그날, 黃 사장 사퇴 압박
법조계, "'직권남용' 성립 여지 크다" 지적
황무성 前 사장, 서울중앙지검 출두해 "'윗선' 압박 있었다" 취지 진술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납니다.”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에 대한 사장직 사퇴 압박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24일 조선일보와 채널A를 통해 공개됐다. 황 사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한 인물은 현재 이재명 대선 캠프 총괄부실장을 맡고 있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유동규 전(前) 경기관광공사 사장(구속)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사퇴를 종용해 사직서를 받아낸 경우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크며 황 사장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도록 지시한 인물이 누구인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2015년 2월6일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유한기 씨는 이날 오후 3시 10분경 황 전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해 줄 것을 14차례 황 전 사장에게 요구했다. 유한기 씨는 이때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의 이름을 여러 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황 전 사장이 “정 실장(정진상)과 유 본부장이 당신(유한기)에게 (사직서 제출 요청을) 떠미는 것이냐?”고 묻자 유 씨는 ‘그렇다’는 취지로 대꾸했다. 이어 황 전 사장이 “내가 (사직서를) 써 줘도 (이재명 당시 경기 성남) 시장한테 갖다 써서 주지, 당신한테는 못 주겠다”고 하자 유 씨는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계속해 황 전 사장을 압박했다. 이에 황 전 사장이 “그래 알았어. 내주(來週)에 내가 해 줄게”라고 말하자 유 씨는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납니다. 아주 꼴이 아닙니다”하고 대꾸하며 황 전 사장의 제안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였다.
황 전 사장은 결국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임기 3년을 끝내 다 채우지 못한 2015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동(同) 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겸하면서 소위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해 추진했다.
유 씨가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한 이날은 바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자산관리회사(AMC) 화천대유자산관리(최대주주 김만배)가 설립된 날이었으며, 동(同) 공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배포하기 한 주일 전이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13일 정식 명칭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입찰 공고를 내고 같은 해 3월26일 ‘성남의뜰’ 외 2개 컨소시엄으로부터 사업 제안서를 제출받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성남의뜰’을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사업 제안서 접수 하루만인 2015년 3월27일이었다.
한편, 황 전 사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설치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전담수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황 전 사장은 당일 조사에서 “’윗선’의 압력을 받고 사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개입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해 황 전 사장은 “나중에 다 밝히겠다”고 대답했다.
법조계에서는 유동규 전 사장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을 맡기기 위해 황 전 사장을 사퇴시킨 경우에는 ‘직권남용’(공무원인 자가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강요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전 사장이 말한 ‘윗선’이 누구인지를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