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설훈 의원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설훈 의원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을 갖는다. 지난 22일 경기지사 직을 25일 사퇴하겠다고 밝힌 이 후보는 본선 행보를 본격화하기 전에 이 전 대표와 만나 화합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어준은 ‘이재명의 외로움’ 강조...독불장군식 태도를 미화하려는 의도

당초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간 ‘원팀’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김어준씨는 ‘원팀’ 가능성을 강하게 예측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 참가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의 대담을 통해서였다.

김어준은 특히 당내에서 여전히 ‘이재명 비토론’ 혹은 ‘후보 교체론’ 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의식해 ‘이재명의 외로움’을 강조했다. 원팀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이 후보의 독불장군식 태도를 외로움으로 미화해서 지지 동참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이낙연 24일 오후 회동서 실질적 ‘원팀’ 가능성 윤곽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24일 오후 종로구 안국동에서 차담 형식의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지난 10일 최종 경선 이후 2주 만에 만나는 셈이다. 민주당 내 대선 선대위가 과연 원팀을 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간 두 사람의 원팀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인 분석이 대세였다. 이 전 대표가 캠프 해단식 이후 잠행을 이어감에 따라, 두 사람 간 만남은 기약없이 표류하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에서는 이 전 대표와의 만남 이후 문 대통령과의 면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쳐, 이 후보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의 회동은 경선 과정에서 악화된 지지층의 앙금을 풀고 결집을 이끌어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경선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하락하는 ‘역벤션’을 맞은 상황에서,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원팀’이 절실했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 22일 지사직 사퇴 의사를 전격 발표하면서, 본선 행보 전에 당내 경선 갈등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서도 지난 13일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에, 회동 자체를 계속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낙연 측 설훈의 강경 기조가 걸림돌?...“뒷끝 없는 설훈은 원래 그러다가 손잡아”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마무리된 후, 두 사람의 ‘원팀’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 측 설훈 의원의 강경한 기조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전 대표 측의 좌장으로 꼽히는 설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경선 불복을 내비쳐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이 전 대표도 13일 이후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으면서, 설 의원의 입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 후보가 국정감사 일정을 마무리한 데다 오는 25일 경기지사 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더 이상 회동을 미룰 수 없다는 데에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 과정에서 김어준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씨는 지난 22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서 게스트로 나온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의 대화 중 “경선이 끝나고 나서 이재명 지사가 추 장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명추연대’의 덕을 이 후보가 톡톡히 보았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이재명 후보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힘차게 포옹하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이재명 후보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힘차게 포옹하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3위에 머물렀지만, 법무부장관 퇴임 이후 정치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추 전 장관은 어느 때보다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축하합니다! 정말 잘했습니다”는 추 전 장관의 격려에 이 후보가 “이게 다 장관님 덕분이죠!”라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그에 추 전 장관 역시 “3월 9일 우리 함께 승리합시다!”다 라는 말로 호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에게 “형님 한번 안아주십시오”라는 말을 했고, 두 사람이 포옹하는 과정에 이미 ‘원팀’이 되었다는 것이 추 전 장관의 설명이었다. 이에 김씨가 ‘설훈 의원과 이 후보의 포옹’ 장면을 거론하자, 추 전 장관도 “(설 의원은) 뒤끝이 없다”고 맞장구를쳤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이 당대표할 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영수회담을 제의한 일화를 거론하며, “당시에 영수회담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민주당에서 난리가 났다. 그때 설 의원이 제일 먼저 ‘당대표 탄핵’을 거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설 의원이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추 전 장관을 초대했고, 추 전 장관 역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앙금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설훈 의원은 뒤끝이 없다”며, 이미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설훈 의원은 뒤끝이 없다”며, 이미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저쪽 후보가 결정되고 나서, 설훈 의원이 어떻게 하는지 보자”는 김씨의 말에, 추 전 장관은 “맨 앞에서 이재명 후보를 엄호할 것이다”고 맞장구를 쳤다. 설 의원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고, 두 사람이 설 의원에게 가이드라인을 주는 형국이었다.

이 내용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것은 지난 22일이지만, 수요일인 20일 경에 녹화되었을 사정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발언은 파격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일만 해도 이 전 대표 측에서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측에서 입장이 나온 것은 이 후보의 경기지사 사퇴 발언이 있었던 22일 이후이다.

김어준, 이재명을 외로운 리더로 포장해 ‘원팀’ 분위기 조성

따라서 김씨나 추 전 장관 입장에서 ‘원팀’의 가능성에 대해 강한 기조로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김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경선 과정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강하게 밝혀온 김씨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이 불쾌감을 보인 적도 있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에 대한 김씨의 당위성에 이 전 대표 측도 화답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재명의 외로움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이재명에 대한 적극 지지를 호소하며 ‘원팀’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재명의 외로움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이재명에 대한 적극 지지를 호소하며 ‘원팀’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김씨는 22일 방송된 다스뵈이다 마무리 발언에서 다시 한번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강력히 호소했다. 그는 “이재명처럼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줄도 없는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는 길은 두 갈래”라며 “돈이나 줄이나 빽의 도움을 받고, 성공하는 크기만큼 그 도움을 갚아가는 것과 또는 돈으로부터 줄로부터 빽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실력으로 돌파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후자의 길로 가는 사람은 어렵고 외롭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그 길로 대선후보까지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이재명이 우리 사회의 플랫폼이 될 자격이 있다”고 역설했다. 연이어 “지금부터는 당신들이 도와야 한다”며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이재명의 외로움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이재명에 대한 적극 지지를 호소하며 ‘원팀’의 당위성을 설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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