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23일 0시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 들어 군사분계선(MDL) 일대 대북확성기가 '김정은 치적물' 마식령 스키장을 거꾸로 북측에 홍보하는 등 변질된 것도 모자라 23일 0시부로 방송이 중단됐다. 북한 정권은 불과 이틀 전 핵·미사일 시험중단 발표를 빌미로 사실상 '핵보유 선언'을 공식화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북 심리전 포기'로 즉각 화답하는 모양새다.

오는 27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회담을 전후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한다'는 명분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남북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이날 0시를 기해 MDL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최현수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라며 "상호 비방과 선전활동을 중단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나가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되자 군사적 긴장 완화의 첫 조치로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그동안 북한이 극도로 민감해 온 우리 군의 '전략 심리전' 무기에 가까웠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MDL인근 북한 군부대에서 복무하다 남으로 넘어온 탈북 군인들 대부분 대북 확성기 방송 내용을 알고 있을 만큼 실제로 대북 심리전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남북 합의로 군사분계선 인근 대북 확성기를 군사분계선에서 모두 철거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2010년 북한 정권이 일으킨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가 '재설치'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북한군의 MDL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장병 두 명이 다리를 잃어 대북 압박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확성기 방송이 11년 만에 재개됐다. 이동식 확성기도 새로 투입하기로 결정됐다. 북한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우리 측 확성기 타격 훈련을 강화했고, 전통문을 보내 48시간 내 확성기 철거를 요구하는 동시에 남쪽으로 2차례에 걸쳐 포격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해 당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직접 나서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한 '8·25 남북 합의'로 방송이 잠시 중단됐다. 이때 합의로 국군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북측은 앞서 발령한 '준전시상태'를 해제했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 중단을 계속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전면 재개됐다.

한편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면서 이제는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가 남북정상회담 때 일시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23일부터 시작된 키 리졸브는 방어 위주의 1부 훈련과 반격 작전인 2부로 진행된다. 오는 27일이 1부 훈련이 끝나는 날인데 26일까지 훈련을 마무리하고 27일에는 평가만 진행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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