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국감 2차전이 모두 끝났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맹탕 국감이었다며 이재명 후보의 승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품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 후보 입장에서는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대장동 1타강사로 꼽히는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1차전은 5대0으로 패했고, 2차전은 3;2로 패했다고 봤다. 특히 2차전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골을 넣었다고 추켜세웠다. 김 의원의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서, 이재명 후보에 대해 요리할 수 있는 재료들을 모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재명의 패착, 언론에 안 나온 유동규 자살 시도를 국감에서 언급
원 후보는 21일 T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20일 진행된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최고의 성과는 이 후보가 ‘유동규가 (자살) 약을 먹었다’고 말한 점을 꼽았다. 대장동 비리가 유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또 유 전 본부장이 사직하고 난 이후 거의 1년간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 후보의 ‘치명적 실수’라는 것이 원 후보의 분석이었다.
전날 국토위 국감에서 이 후보는 “압수수색 당시에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는 보도가 있던데 돌려 돌려 들어보니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김은혜 의원이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었다. 김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이 자살약을 먹고 누워있었다? 본인밖에 모를 사실을 어떻게 아냐. 누구한테 보고받았나"고 질문했다.
원 후보와 팀원들은 바로 그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얘기까지만 나왔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어떻게 알았냐, 누구에게 보고 받았냐?”라고 물었을 때, 이 후보는 “기억이 안 난다”라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김현정 앵커 역시 "유동규 씨 근황에 관해서 이 지사가 압수수색 당시에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더라 발언해서 김남국 의원한테 질문했더니 언론 보도를 보고 한 말이라고 답했다"고 운을 뗐다. 김 앵커도 유 전 본부장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 후보에 앞서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김 의원에게 질문한 것이었다.
원희룡, “유동규의 행위는 토사구팽에 대한 시위”
이와 관련 원 후보는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결정적으로 막을지 열지, 아니면 (이 후보가) 가는 길에 유서 쓰고 드러누워서 막을 수도 있는 사람이 자살약을 먹었다는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기억을 못 한다고?”라면서 “그 천재가 그걸 기억을 못 하나"라고 반문했다. 원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의 이런 행위를 “토사구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시위”라고 분석했다.
원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이 이 후보와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은 일부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 대통령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측근들은 다 중용하면서, 유 전 본부장은 서열이 밀리면서...” 빚어진 사고로 풀이한 것이다.
“유동규는 압수수색 직전 주군의 복심과 2시간 동안 전화 통화”
원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을 당하기 전 2시간 동안 통화한 당사자에 대한 제보까지 확보해 두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이 주군이라고 생각하는 이 후보가 지금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이 후보의 완전한 복심과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이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으며, 그 제보를 한 사람은 ‘유 전 본부장이 통화하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원 후보는 같은 날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민주당 내에 분열이 있고 저희한테도 심지어는 이재명 캠프 내부 사람, 그 주변사람들까지도 저희에게 제보 내지는 협조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제보들은 민주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반영한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 후보의 낙마 가능성이 조금씩 제기되는 상황에서 비롯된 내부 분열이라는 것이다. 원 후보 주장대로 모 인사가 유 전 본부장 옆에서 전화하는 내용을 들었다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이재명 후보 측의 냉정한 태도에 제보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원 후보의 분석처럼 유 전 본부장이 ‘토사구팽’ 당했고, 이재명 후보의 냉정한 태도에 반발하거나 실망하는 세력 그리고 이 후보의 낙마를 추동하는 세력들 간의 갈등이 격화될 경우, ‘대장동 의혹’은 여권 내 대선판도를 뒤흔드는 사태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