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사업 대출을 수사선상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이 빌미가 돼, 검찰 수사의 무게중심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으로 옮아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사업 대출을 수사선상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이 빌미가 돼, 검찰 수사의 무게중심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으로 옮아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다. 당초 언론에 의해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수사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 무게중심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검찰과 친여 시민단체가 그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사업 대출을 수사선상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이 그 빌미가 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사면초가에 처한 모습이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친여 시민단체, 잇따라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 키워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오수 검찰총장은 대장동 개발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다시 수사하도록 지휘하겠다고 밝혔다. 김오수 총장은 “관련 사건 기록을 수사팀이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또 더 수사할 것이 있으면 수사하는 방향으로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도 지난 19일 윤 후보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며 대장동 관련 대출을 제외했다는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윤 후보와 수사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 2명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서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수사 범위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점쳐진다. 공수처가 사건을 검토해 검찰로 이첩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으로 윤석열을 지목

여당은 더 노골적이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역공 차원에서 윤 후보를 직격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다루는 2개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잇따라 열고, 윤 후보를 두 의혹의 핵심으로 부각시켰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로서 '대장동 대출' 건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대장동 의혹을 놓고 자신을 향해 공공연히 '구속감'이라고 주장해온 윤 후보에게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사업 대출을 수사선상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되치기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을 매개로 윤석열·김만배·박영수 세 사람이 등장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아무래도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 후보님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발이익 환수 전쟁에서 국힘과 토건세력 기득권자들과 싸워 5503억이나마 환수한 것이 이재명이고, 그 반대쪽에 서 있는 윤석열 후보님에겐 이해 못할 우연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측 김병민 대변인 본지와의 통화에서 “범죄 혐의 덮은 근거를 대라” 반박

검찰 수사와 공수처 고발 및 여당의 집중 공세에 맞닥뜨린 윤 후보 측 입장은 단호하다. 윤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은 20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사세행의 고발 내용도 새로울 것이 없다. (윤 후보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범죄 혐의를 파악하고도 덮었다’라는 근거를 대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김병민 대변인은 "위기에 빠진 이재명 후보가 기댈 곳은 '네거티브 거짓공세'"라며 "이재명 게이트 물타기 당장 중단하고 특검부터 받길 바란다"고 저격했다.

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장동 개발 비리가 이재명 게이트임이 너무도 분명해지자, 코미디 같은 프레임으로 또 다시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를 쓰는 것 보니 이재명 후보가 급하긴 급한가 보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를 쓰는 것 보니, 급하긴 급한가 보다"고 꼬집었다. 사진은 지난 7월 김 대변인이 윤 캠프 인선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를 쓰는 것 보니, 급하긴 급한가 보다"고 꼬집었다. 사진은 지난 7월 김 대변인이 윤 캠프 인선 명단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는 해당 수사는 "부산저축은행이 120여개의 차명 법인을 만들어 거기에 대출하는 형식을 빌어 직접 부동산 개발업에 투자한 것(배임, 저축은행법위반)을 밝혀내 처벌한 사건"이라고 설명하며 "만일 대장동에 사업하려는 회사에 대한 대출이 배임죄로 기소되지 않았다면 직접 시행사업을 한게 아니라 일반 대출로서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 주장은 '왜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진작에 대장동 비리를 밝혀내어 수사하지 못했나'라고 비판하는 것과 같다"며 "코미디같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긴 말 필요없다. 대장동 이재명 게이트 관련 서류에 이 후보가 주범임을 반증하는 10여건 공문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지 않는가. 이것부터 진실을 밝히고 '대장동 이재명게이트' 자진해서 특검부터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친여 시민단체, “대장동 초기개발사의 1800억원 불법대출 수사 안해” 주장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1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과 수사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 2명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고발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고발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초기 개발사인 씨세븐이 2010년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인척 조모씨를 통해 18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았는데, 이듬해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수사 대상에서 씨세븐의 불법 대출 부분은 제외됐다는 내용이다.

당시 씨세븐 이강길 전 대표에게 조씨를 소개한 인물이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자회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였고, 불법 대출받은 자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장동 개발을 포기하도록 정·관계 로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 대출 알선 수수료를 챙긴 조씨는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를 통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고, 참고인 조사만 받고 입건되지 않았다. 당시 주임검사가 윤 전 총장이었고, 김홍일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현재 윤석열 캠프에서 정치공작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사 도중 검찰 인사로 대검 중수부장에 올랐던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화천대유 측 로비 대상에 포함됐다.

사세행 측은 “씨세븐이 받은 부산저축은행 대출금 중 회수되지 못한 원금 400억원에 이자까지 합하면 2600억원인데, 부실 대출 피해는 국민이 떠안은 셈이니 철저히 수사해 엄중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소병철 화천대유 TF 부단장,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가 화근”...윤석열 측 대응이 관건

더불어민주당의 화천대유 TF 부단장인 소병철 의원 역시 윤 후보를 겨냥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소 의원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수사를 대장동 의혹의 ‘불씨’로 지목했다. 소 의원은 “대검 중수부의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주된 인물들과 이번에 국민의힘 스스로가 폭로한 명단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이때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철저히 수사했더라면, 오늘날 토건비리는 결코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윤 전 총장이 해당 수사 주임검사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당시 검찰이 대장동 부실 대출 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에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으로 프레임을 바꾼 여당의 공세에 윤석열 캠프 측의 대응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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