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철 북경대학 철학박사

지금 세상은 듣도 보도 못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으로 들끓고 있다. 천화동인(天火同人)과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의 64괘 가운데 열세 번째와 열네 번째의 괘 이름이다. 주역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무척 생소할 것이다. 괘의 명칭을 그대로 회사의 이름으로 차용하였으니 생뚱맞고 낯설기만 하다. 게다가 몇몇 소수인에 의한 급조된 신생 회사가 투자에 비해 걸맞지 않게 천배 이상의 수천억 원의 배당이익을 챙겼을 뿐만 아니라 이에 관련된 정관계 거물의 이름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어 더욱 혼란스럽다.

한쪽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 실적이라며 스스로 공적을 자랑하고, 다른 쪽에서는 전대미문의 부당한 사익추구의 거대 부패 게이트라며 비판한다. 그렇지만 사건은 자신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필자는 역학논리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어두운 운명을 파헤쳐본다.

천하동인이 동인괘(同人卦 )와 화천대유의 대유괘(大有卦 )에는 하늘을 나타내는 건(乾 ☰) 괘와 불을 나타내는 이(離 ☲) 괘가 나란히 등장한다. 태극기에서 건곤감리의 건과 이가 바로 이것이다. 양(陽)에 속한 불은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올라간다. 불은 하늘 높이 위로 향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늘 위의 밝음을 지향하기에 양의 성질을 가진 것이다. 한편 물은 땅속 깊이 아래로 향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땅의 어두움을 지향하기에 음(陰)의 성질을 가진 것이다.

양과 음이 지향하는 바가 다름은 주역에서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이 지향하는 바가 다름을 은유한다. 소인은 어두운 욕망의 동굴에 갇혀서 권력과 재물을 탐하고, 군자는 대명천지에서 지공무사의 밝은 마음으로 세상과 만민을 구하려는 큰 뜻을 품는다. 주역에서 괘의 형상은 천지자연의 섭리와 세상사의 이치를 동일구조로 바라본다. 동인괘와 대유괘를 살펴보면서 누가 탐욕자이고 누가 광제자인지를 가려보자.

동인괘( )는 불이 하늘 아래 있고 대유괘( )는 거꾸로 불이 하늘 위에 있다. 동인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마음을 함께 한다'는 뜻과 '사람은 누구나 같다‘는 것이다. 하늘 아래 불이 있으니, 이는 곧 공평한 밝은 마음으로 뜻을 함께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대유괘는 동인괘를 뒤집은 형상으로 하늘 위에 불이 있으니, 하늘 위의 태양처럼 사람 가운데 최고를 상징한다. 대유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절대자 신이나 최고 권력자를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큰 재물이나 큰 부호를 가리킨다.

옛날 왕권시대에는 나라의 권력과 나라의 땅(재물)이 오직 왕 한 사람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따라서 사람 가운데 으뜸은 최고의 권력자이면서 동시에 최대의 부호이기도 하다. 이로 미루어보면, 하늘 아래 타는 불을 가르키는 동인괘가 사람이 피워놓은 촛불이나 모닥불이라면, 하늘 위에 타는 불을 가리키는 대유괘는 온 누리를 비추는 태양인 셈이다.

주역이 발명된 이래 동양에서 유토피아는 대동사회였다. 대동사회는 대유와 동인이 합해진 사회인 셈이다. 그런데 주역은 동인괘 다음에 대유괘를 두었다. 대동사회로 가려면 동인을 먼저 이루어야 대유를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인간사를 돌이켜보아도 분명하다. 무슨 일이든 도모하려면 모름지기 사람(同人)들이 먼저 모여야 하고, 그들의 노력으로 ’재물이나 대권(大有)‘를 얻는다. 일의 성공여부가 사업의 주체인 사람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런 주역의 취지로 본다면, 화천대유를 모회사로 두고 7개의 천화동인을 자회사로 둔 대장동 투자회사의 구성은 선후가 전도되어 있다. 주역에서는 천화동인이 먼저이고 화천대유가 다음이므로 천화동인이 화천대유의 모체인데, 대장동에서는 화천대유가 모회사이고 천화동인이 자회사이다. 존재의 선후가 뒤바뀌면 역행이어서, 주역에서 그것은 역천이고 반역이다. 김만배가 주역에 대한 알량한 지식으로 괘 이름을 대장동의 투자회사 간판으로 삼아 천배가 넘는 배당이익을 챙겼지만, 역학논리로 보면 이는 오히려 애초부터 화를 자초했던 셈이다. 낭떠러지로 치닫는 지옥열차에 뛰어 올라탄 형국과 다름없다.

천화동인은 높은 뜻을 품은 밝은 사람들을 모으는 형상의 괘이다. 만약 음습한 정치적 야심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다면 도리어 끝내 재앙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 이 괘의 가르침이다. 지도자나 큰 부자라면 이타자의(利他自義) 정신으로 크게 베풀어야 하고 남과 스스로를 속이지 않아야 오래 갈 수 있다. 만약 재물이 권력과 결탁하고 불법과 거짓말을 상습화하면 오래 갈 수 없고 결국 망하게 된다.

역괘의 이름을 꿰차고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존재의 선후를 뒤집고 자연섭리에 역행하여 끝내 역천과 반역의 길로 접어들었다.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뜻을 함께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거대한 목표를 추구하는 동인의 의미와 거리가 멀다. 책임 있는 지도자와 부자의 모범을 보여주는 대유의 의미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역천과 반역의 길은 천벌에 이르는 첩경이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천정부지의 부정수익을 가로챈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범죄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대명천지에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농락하고 국민의 막대한 재산을 갈취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패거리들은 모두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역학논리로 풀어볼 때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운명은 이미 이렇게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엉뚱하게도 주역의 괘로 회사 이름을 지어놓고 최고의 권력과 최대의 부를 동시에 누리려고 했던 대장동의 패거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역천과 반역의 길로 접어들었던 셈이다.

손병철 (북경대학 철학박사/전 물파스페이스 관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