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집단 총수(오너) 일가 구성원들이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이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방어와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다.

1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71개 대기업 집단 중 총수가 있는 60개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오너 일가는 779명이었다.

이 중 29개 그룹의 주식 보유 친족 455명 가운데 128명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다. 이들이 담보로 제공한 계열사 주식 지분은 6.4%, 대출 금액은 4조8천225억원으로 조사됐다.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2조5천억원에 비해 92% 늘었는데 삼성과 현대중공업, 한국타이어 등의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오너 일가가 주식 담보 대출을 하는 이유는 경영·승계 자금 마련 또는 상속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다.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권의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고, 심하면 경영권도 위협받게 된다.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가장 많은 그룹은 삼성이다. 삼성 오너 일가는 계열사 보유 지분 중 약 7%를 담보로 제공해 1조7천171억원을 대출 받았다.

구체적으로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1조원을 대출받았다. 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3천30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물산·삼성SDS 주식을 담보로 3천717억원을 각각 빌렸다.

삼성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은 대부분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이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연부연납을 위한 공탁 외에는 주식담보 대출은 없었다.

삼성 다음으로는 SK그룹의 오너 일가 8명이 계열사 주식 40.1%를 담보로 6천68억원을 대출받고 있었다. 최태원 회장이 SK 주식을 담보로 3천565억원,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900억원, 최재원 SK수석부회장이 600억원을 각각 담보 대출 중이다.

SK네트웍스의 최신원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도 약 400억원의 담보 대출이 있다.

현대중공업도 최근의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장남 정기선 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 보유 지분의 45.1%를 담보로 제공하고 각각 3천215억원, 500억원을 빌렸다.

한국타이어그룹에서는 조현범 한국타이어테크놀러지 사장이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테크놀러지 보유 주식의 42.2%를 담보로 2천350억원, 조현식 부회장이 300억원을 각각 대출 중이다.

LG그룹은 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친족 일가 25명 중 4명이 보유 지분의 17%를 담보로 2천361억원을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LG 보유지분의 58%를 담보로 1천291억원을 대출했고, 구광모 회장은 지분의 3.5%를 담보로 580억원을 빌렸다. 고 구본무 회장의 장녀인 구연경씨도 보유 지분 14%를 담보로 450억원 대출 중이었다.

롯데그룹은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 중 신동빈 회장만이 롯데지주 보유 지분의 54%를 담보로 1천841억원, 롯데쇼핑 주식의 24%를 담보로 400억원 등 총 2천241억원을 대출받았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친족 일가 19명 모두가 보유 지분의 87%를 담보로 총 1천639억원을 대출했다.

10대 그룹 중 오너 일가의 보유 주식 담보 대출이 없는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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