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엔 자본 공급자·수요자 중개하는 금융기관 발달
노동중개인을 중심으로 한 '노융시장'의 활성화 제안
한국의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 미국 기준으로 지금보다 94.9% 더 성장할 수 있다.
파견・용역 업의 적극 육성 통해 일자리 창출과 성장률 제고하자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최근 발표된 2018년 3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취업자가 전년동월 대비 11만 2천명 증가했다. 이것은 바로 직전 2월 취업자 증가 10만 4천명과 더불어 2010년 2월 이후 가장 적은 취업자 증가이다.

11만 2천명의 취업자 증가 중에는 농림어업 취업자 2만 5천명 증가와 공공행정 및 국방 취업자 5만 9천명 증가가 포함되어 있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매년 6만 2천명씩(1998~2016년) 추세적으로 감소해 왔으나 2017년 6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후 매월마다 전년동월 대비 증가하고 있다.

농림어업의 생산성이나 매출이 급증하지 않은 상황에서 취업자가 추세를 뛰어넘어 2만 5천명 증가한 것은 광공업이나 서비스업에서 탈락하거나 들어가지 못하고 8만 7천명(62천명+25천명)이 비자발적으로 농림어업에 취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행정 및 국방 취업자가 5만 9천명 증가한 것은 공립학교 교사 등을 제외한 순수한 공무원이 증가한 것으로 민간부문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11만 2천명 증가 중에서 농림어업 취업자 2만 5천명 증가와 공공행정 및 국방 취업자 5만 9천명 증가를 제외하면 민간 광공업 및 서비스업 취업자는 2만 9천명 증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민간 광공업 및 서비스업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2014년 3월 74만명, 2015년 3월 42만 6천명, 2016년 3월 19만 9천명, 2017년 3월 47만 5천명 증가한 것과 대비하면 이 정부가 매우 초라한 일자리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이것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상여금 등이 포함되는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 비정규직의 강제적인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최근에 시행된 정책들로 노동수요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고 노동조합 측에 큰 빚을 진 상태에서는 조만간 이런 정책 기조가 바뀔 것 같지 않으므로 다른 차원의 노동정책을 제안한다.

생산의 2대 요소는 자본과 노동이다. 기계・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과 근로자의 노동서비스가 결합하여 생산이 이루어진다. 물적자본을 구입하거나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므로 금융(金融)시장이 발달되어 있어 그 수요와 공급을 통해 자본이 조달된다.

개방경제의 금융시장은 자본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과 통합되지 않을 수 없고 국제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노동부문은 글로벌화로부터 격리되어 왔고 도처에 지대추구적(rent-seeking) 암초들이 산재해 있어서 국제기준에서 많이 벗어나 있으며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하다. 이런 상태로 노동부문이 방치되면 자본이 아무리 풍부해도 노동이 애로요인으로 작용하여 원활하게 생산이 되지 않고 경제가 퇴보할 것이다.

금융시장에는 자본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이 발달되어 있다. 노동은 자본보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 격차가 더 심각하나 수요자(기업)와 공급자(근로자)를 중개하는 노동중개기관이 매우 적고, 노동에 대해서는 시장이라는 개념조차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

노동을 자본과 유사하게 취급하여 노융(勞融)시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본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금융시장이라고 하듯이, 알선, 파견, 용역 등 노동중개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노융시장이라고 명명한다(그림 참조).

 

이 시장이 발전하면 취업하고자 하는 모든 국민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고 현재의 직장에만 집착하는 것을 완화하여 오히려 노사관계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아시아 각국에 진출하여 블루오션을 선점할 기회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이 시장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 산업 자체로도 큰 고용을 만들어낼 것이다.

대표적인 노융산업인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자. 201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미국, 영국, 독일 국내총생산의 각각 7.6%, 47.0%, 34.0%인데 비해 한국의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 산출은 미국, 영국, 독일 해당 산업 산출에 각각 3.9%, 25.6%, 25.6%에 지나지 않으므로, 한국의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은 미국 기준으로는 지금보다 94.9% 더 성장할 수 있고, 영국 및 독일 기준으로는 83.6% 및 32.8% 더 성장할 수 있다. 미국에는 인사업무를 대행하는 professsional employer organization(PEO)이 700여개 존재하며, employee leasing(staff leasing) 회사, temporary help service(파견) 회사 등이 다수 존재한다.

노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금융기관과 유사하게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적절한 교육훈련, 정보, 상담, 취업알선, 전직지원(outplacement), 취업 후 노사의 고충처리뿐만 아니라 파견, 용역 근로자를 직접 제공하는 종합적인 민간 노융회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근로기준법 제9조에서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여 이런 회사의 설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제가 없는 선진국에서는 이 분야가 새로운 기술혁신과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혁신의 장으로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기업인 링크드인(LinkedIn)은 세계적으로 전문경영인, 기술자, 과학자, 공학자 등 전문직 종사자들과 기업들의 프로필을 인공지능의 주요 기법인 머신러닝으로 분석하여 연결해주는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는 좀 더 넓고 긴 안목으로 파견・용역 등을 노융산업으로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률을 제고할 것을 제안한다.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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