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대선 후보들의 미래 비전
[장영수 칼럼] 대선 후보들의 미래 비전
  • 장영수 칼럼니스트
    프로필사진

    장영수 칼럼니스트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21.10.16 11:54:21
  • 최종수정 2021.10.16 11:5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가나다순).(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가나다순).(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대선 경선의 진행과 구태의 재연

이제 2022년 3월 9일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가 4개월여 남았다. 민주주의의 축제요 꽃이라 일컬어지는 선거이지만, 대선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바라보는 마음이 씁쓸한 것은 이번 선거도 민주적 선거의 본질에 맞는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서 벌써 4번의 대통령선거를 치렀고, 이제 5번째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어떤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21세기를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격변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투명한데, 정치권은 위기의식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여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는 확정되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의혹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국민의 힘 후보 경선과정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유력 후보의 한 사람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조속히 밝혀져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네거티브 공방 속에서 정작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 공약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5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 후보들이 국민의 선택에 앞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 가겠다는 청사진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상인가?

이제 막을 내린 민주당의 경선과정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후보들의 토론회는 상대 후보를 헐뜯는 모습들만 보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 비전은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구태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가나다순).(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가나다순).(사진=연합뉴스)

국민을 위해서! 그런데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가?

역대 모든 대통령선거에서 그러했듯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국민을 위한 대통령,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국민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과거에 비해 오히려 정책공약들이 더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아직 선거까지 4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충분히 정책공약을 구체화해서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가? 그러면 확정된 정책공약은 언제 국민들에게 제시하며, 정책공약조차 없이 당내경선을 치르면서 국민들은 후보들에 대해 무엇을 가지고 판단하라는 것인가?

과연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아직도 준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준비가 되었지만,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때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들의 잘 만들어진 선거용 이미지가 아니다. 어떤 대통령이 되어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자료이다.

20세기를 살아온 구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건대, 20세기는 세계적으로는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으며, 한반도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과 전후복구 등을 경험했던 엄청난 변화와 격변의 시대였다. 그러나 21세기의 변화가 더 작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비록 세계대전과 같은 엄청난 사건은 없었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변화의 질과 양,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의 속도는 과거 어느 시기와도 비할 바가 아니다.

정보퉁신기술의 발전과 교통의 비약적 발전 때문에 글로벌시대가 열린 것은 물론이고,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드론의 이용 등으로 인해 생활의 양상 자체가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지속적인 저출산⋅고령화로 인하여 인구구조가 바뀌고 경제활동인구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20:80의 사회, 즉 20%의 경제활동인구가 나머지 80%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또한, 서구 선진국들의 정치에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신봉은 여전하지만,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대의제의 위기 및 정당의 위기가 뚜렷해진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당선, 독일의 급진주의 정당의 부상 등은 국민들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이로부터 자유로운가? 현재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국민이 30% 정도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경제적 위기에 둔감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불신, 정치에 대한 불신에 대해서조차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과연 그것이 국민을 위한 대통령 후보의 올바른 자세인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마련된 개표상황실로 들어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7.5.9(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마련된 개표상황실로 들어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7.5.9(사진=연합뉴스)

국민들은 변화와 혁신의 구체적 비전을 원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의 뿌리는 매우 깊다. 민주화 이후 한때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치인으로서 전혀 검증되지 못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바뀔 수 없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이 원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그동안 수많은 국민들이 여러 번 반복하여 ‘이게 나라냐’라고 한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라고 부르짖을 때, 정치지도자로서 책임을 느껴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라다운 나라가 될 것인지를 고민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야당은 여당을 공격하는 빌미로 삼았을 뿐이고, 여당은 여당대로 변명을 일삼는 등 자기정당화에 급급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통령은 가장 먼저 국민들이 어떤 점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좋은 나라를 위한 막연한 비전이 아니라,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국민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비로소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자유란 반대할 수 있는 자유이며, 진정한 공감이란 반대하던 사람까지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의 정치에서 소통과 통합의 정치로 발전시키겠다는 것, 무능과 부패의 정치에서 정직과 효율의 정치로 바꾸겠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의(大義)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지켜진 바가 거의 없다.

이제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되, 세부적인 사항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한다.

한 고조 유방이 진(秦)을 멸망시키고 한(漢)을 건국했을 때, 법가(法家)의 통치방식에 따른 법의 과잉으로 인해 힘들어하던 백성들을 위해 약식 3법을 공포함으로써 민심을 얻었다. 그러나 유비가 촉(蜀)을 점령했을 때, 제갈량은 법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던 백성들을 위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법적 기준들을 마련함으로써 백성들의 공감을 얻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추상적인 구호를 넘어서 실현 가능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들에 목말라 하고 있다. 소통의 정치를 강조했으나 불통으로 끝난 대통령들에 대한 실망, 장밋빛 경제를 제시하며 창조경제, 포용경제를 말했지만 결국 국민들은 생활은 더욱 어려워진 현실에 대한 실망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구호가 아닌 실행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6일 저녁 수원역 앞 로데오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2012.12.6(사진=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6일 저녁 수원역 앞 로데오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2012.12.6(사진=연합뉴스)

말 잔치가 아닌 진정한 비전이란···

선거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무조건 지켜져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때로는 잘못 판단한 것도 있을 수 있고, 국제정세의 변화 등에 따라 변경되어야 할 부분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선거공약은, 이를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들의 비전은 결국 말 잔치일 수밖에 없는가? 정말로 선거란 책임질 수 없는 약속으로 국민들의 표만 얻으면 끝나는 것인가? 그것이 민주적 선거의 실체인가?

그럴 리는 없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요 꽃이라 일컬어진 것은 여당과 야당, 수많은 후보자들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페어플레이가 지켜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국민의 의사가 국가질서 속에 뚜렷하게 각인되는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만일 선거가 거짓말로 국민들을 유혹해서 집권하는 기회가 된다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넘어 감탄했지만, 과연 제대로 지켜진 것이 얼마나 될까?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공약은,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비전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통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며, 이를 위한 치열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말 잔치가 아닌 진정한 비전이란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강력한 실현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