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임기 첫 2년간 해외 안나가…아들 그렇게 안됐으면 계속 그랬을것"
더좋은미래 5천만원 후원 '위법'에 "법원 판단 받고싶은데 공소시효 끝나"
거취논란 종식 별개로 한국당·바른미래·시민단체 등 고발 혐의 檢 수사중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19대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 갑질·로비성 외유 의혹과 이중잣대·참여연대 공동정권 논란 등에 휩싸인 장본인.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철회 조건과, 국회의원 임기말 '더좋은미래'에 정치자금 5000만원을 일괄 후원한 게 "위법"이라는 중앙선관위 판단이 맞물려 퇴진한 '최단명 금융감독원장'.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칩거하던 중 한 언론에 입을 열었다.

22일 친문 좌파성향 한겨레가 공개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김기식 전 원장은 '피감기관 갑질 외유'에 관해 2013년 4월 외동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거론하며 "아들이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계속 그랬(해외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2016년 19대 의원 임기말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의 정치자금을 선관위에 위법 여부를 의뢰한 뒤에도 '땡처리 후원'해 곧 자신이 소장을 맡을 '더미래연구소'에 귀속시킨 것이 위법이라는 선관위 판단에도 "정말 억울하다"며 "법원의 판단을 정식으로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은 한겨레로부터 '도덕성 면에서는 누구보다 깨끗하리라고 믿었는데 피감기관의 돈으로 국외출장을 간 것이 드러났다'는 질문을 받고 "국민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사실 나는 2012년과 13년 국회의원 임기 첫 두해에는 한번도 외국에 나가지 않았다. 아마 아들이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계속 그랬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김 전 원장의 아들은 5년 전 4월 살던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으나 사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는 "그 일이 일어났을 때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의원직을 관두려고 했다. 주변 동료들이 간곡히 만류하면서 외국에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라고 권해서 2014년 1월 처음으로 이른바 의원외교차 국외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그 후부터 자기 경계심이 느슨해진 것 같다. 또 '나는 로비에 흔들릴 사람이 절대 아니'라는 자기 확신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도 피감기관의 초청을 수용하게 한 요인이었던 것 같다"면서 "돌이켜보면 국민 눈높이와는 달랐다. 그런 점은 참으로 죄송하다"고 언급했다.

앞서 김 전 원장은 지난달 31일 임명된 이래 ▲2014년 3월24일부터 4박6일간 홍일표 당시 의원실 보좌관(현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 선임행정관)과 함께 한국거래소(KRX) 예산으로 우즈베키스탄 외유를 다녀온 뒤 '2박3일 공무상 출장이었다'고 거짓 해명한 것 ▲2015년 5월19일부터 2박3일간 우리은행 예산으로 인도·중국 출장을 가 은행 측 지원 아래 충칭 시내관광을 다닌 것 ▲2015년 5월25일부터 9박10일간 여성 '인턴' 김모씨를 대동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 3000여만원으로 미·유럽 등 외유성 출장을 다닌 것으로 논란이 됐다.

2014년 1월 해외출장은 일련의 정무위 피감기관 대상 갑질·로비성 외유 논란과는 '논외'다. 더구나 김 전 원장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정책금융공사 임직원들이 다녀온 출장의 약 4분의1 정도가 '자금지원 대상 기업'으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았다는 사실을 두고 "명백히 로비고 접대"라고 날카롭게 몰아세우는 등 '경계심이 느슨'해졌다고 보기 어려운 행보를 선보인 바 있다. 논란의 본질은 '이중잣대'였다.

의원 임기초 해외 출장을 다닌 적 없던 그가 "아들이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계속 그랬을 것"이라거나, 아들 사후(死後) '바람이나 쐬고 오라'는 동료 의원들의 격려로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은 공연히 죽은 아들 탓을 한다는 해석마저 낳을 여지가 있다. '피감기관 갑질·로비성 외유'라는 비판 역시 해외 출장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 그가 '논점일탈식 해명'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KIEP 예산 9박10일 출장 과정에서는 KIEP가 예산지원 실무를 맡은 한미연구소(USKI) 핵심 인사들을 찾아가 본인이 "북핵에 치우쳤다"고 비난해 온 운영방향은 물론 소장 교체를 압박하는 등 '느슨해져서 다닌 외유'라고만 보기 어려운 정황도 있다. USKI는 현재 문재인 정권발 '외교·안보 블랙리스트'의 일환으로 오는 6월부터 KIEP를 통한 연20억원 가량 예산지원이 중단돼버린 상황이다. 

김 전 원장과 같은 '참여연대 출신' 홍일표 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정권 차원에서 USKI 소장 교체 등 압박을 넣었고, 그의 부인 장모씨는 USKI 방문연구원 선발 과정에서 남편과 자신의 감사원 국장이라는 지위를 노골적으로 거론하며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더좋은미래 5000만원 후원은 위법'이라는 선관위 유권 해석에는 "그게 어떻게 통상의 범위(월 20만원)를 벗어난 후원이냐"며 "(더미래연구소) 운영자금이 부족해서 내부 회의를 통해 1000만원 이상씩 추가 출자를 하기로 결의한 데 따라서 5000만원을 냈다. 1000만원~2000만원씩 더 낸 의원들도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단을 정식으로 받아보고 싶은데 공소시효가 끝난 것이라서 검찰에서 기소하지도 않을 것이니까 답답하다"면서 "또 (소속된 더좋은미래, 더미래연구소로의) '셀프후원' 운운하는데 월급은 많지도 않지만 정당하게 노동을 한 대가다. 아주 모욕적인 주장으로 사람을 매도한 것을 보면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개인 자금이 아니며, 의원 임기가 종료되면 국고 환수 대상인 정치후원금을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셀프후원' 논란이 일었지만 엉뚱하게도 '더미래연구소 소장을 지내면서 월급을 받은 자체를 비난한 것'으로 규정했다는 해석이다. 그는 '불순한 의도가 무슨 뜻이냐'는 한겨레 측 질문에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입을 닫았다.

한편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는 원칙에 따라 김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종식됐지만 이와 별개로 검찰 수사는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17일 KIEP와 우리은행 관련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출장비를 지원했다고 지목된 우리은행 본사, KRX 부산 본사와 여의도의 서울사무소, KIEP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원장이 소장을 지낸 더미래연구소도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관련 자료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과 계좌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시민단체로부터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데 따른 것이다. 더미래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서울시에 기부금 모집·사용 계획서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도 추가 고발됐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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