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대북 대화론자로 분류돼 온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최근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시험장 폐쇄' 발표에 대해 비핵화 조치의 일환이 아닌 "핵보유국 선언"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차 석좌는 2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시험장 폐쇄 등을 공언한 것과 관련 "그들(북한)은 이미 대화 중에 모든 실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번 발표는 그것을 공식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차 석좌는 "이번 발표는 '실험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지 선제 사용(first use)이나 이전(transfer)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이는 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도 이것(북한의 비핵화 의지)을 믿지 않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 뿐"이라고 언급했다.

오는 5월 말~6월 초로 예상되는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원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미국 정부가 제재(완화), 평화 조약, 미사일 방어 포기 등 그(비핵화의) 대가로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차 석좌는 앞서 지난달 7일(미국 현지시간) 리사 콜린스 연구원과 CSIS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도 "북한이 전달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새로운 게 아니다"고 북측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바 있다.

당시 그는 "이는(북한의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동맹인 한국에 보장하고 있는 확장 억지력을 종료시키고 현존하는 동맹 간 헌신을 희석시키려는 평양(북한 지도부)의 욕망을 반영한다"면서 "분수령적 전략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바깥 세계로부터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핵무기를 단상에 올리려는 작전상 전환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북 핵협상이 진행된다면 2005년 6자 회담 공동 성명의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면서 "이는 유일하게 북한이 서면으로 핵무기 프로그램 완전 폐기를 약속한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을 핵 또는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안전 보장 주장을 반복한 가장 최근의 성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한달여 지난 이달 2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시험장 폐기' 입장은 핵무력 강변할뿐만 아니라 2005년 6자 회담 9·19 공동성명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내용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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