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 은행들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미 금융당국의 억제 목표치인 5%에 달하면서 대출 창구가 연말까지 닫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7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천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2월 말(670조1천539억원)과 비교해 4.97% 늘어난 규모다. 연초 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5∼6%)의 하단까지 차오른 셈이다.

은행별 증가율을 보면 NH농협(7.14%)이 가장 높고, 하나은행(5.23%)이 뒤를 이었다. 가계대출 규모 1위 KB국민은행(5.06%)도 5%를 넘어섰다. 우리은행(4.24%)도 추세대로라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께 5%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그나마 신한은행(3.16%)의 경우 아직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5.09%(473조7천849억→497조8천958억원), 신용대출이 10.14%(117조5천13억→129조4천215억원) 불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은 무려 9개월여만에 105조2천127억원에서 121조7천112억원으로 15.68%나 뛰었다. 올해 불어난 가계대출(33조2천877억원) 가운데 약 절반(16조4천985억원·49.56%)이 전세자금대출이다.

은행들은 갈수록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영업점별로 월 5억의 대출 한도를 적용한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달부터 지점별로 월 5억∼수십억원의 대출 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KB국민은행도 앞서 지난달 29일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고 이달부터는 아예 영업점별로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15일부터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8월 24일 이후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신규 담보대출을 아예 막고 있고, 상호금융 수협중앙회도 이달부터 모든 조합원·비조합원 대상 신규 가계대출을 멈췄다.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의 경우 벌써 가계대출 잔액이 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최대 한도(5천억원)의 절반에 이르러 조만간 대출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5∼6%', '6%대' 등으로 다양하게 언급하면서, 은행들은 어느 기준에 맞춰 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가계부채가 경제·금융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가계부채 증가율을 6%대로 관리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지난 4월엔 금융위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 5∼6%대, 내년 4%대로 낮춘다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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