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압승 예상에서 메가톤급 변수 돌출...'댓글 게이트·김기식 파문' 영향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경남·충청권 여야 접전으로 가나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서 관심의 초점인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 선거의 여야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됐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광역단체장 경선을 지난 21일 모두 마무리했고, 자유한국당은 험지로 불리는 호남권 3곳을 제외한 14곳의 후보군을 확정했다. 바른미래당은 서울·부산·대전·충북·제주 지역 등 5곳 후보를 정했고 민주평화당은 저조한 지지율 등으로 마땅한 광역단체장 후보군을 내지 못했다. 정의당은 경기·인천·부산·경북·광주·전북 등 6곳의 후보를 확정한데 이어 22일까지 서울·대전 시장 경선을 실시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유례없이 높은 당청(黨靑) 지지율로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을 제외한 15곳 승리를 넘본다는 관측까지 나왔으나, 하지만 선거 날짜가 다가오면서 언론이 정상적이 기능을 발휘한다면 정권에 치명적 타격을 미칠 악재가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시계(視界) 제로'로 들어서고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 갑질·뇌물성 외유 의혹이 큰 줄기 중 하나다. 민주당·참여연대 인맥이 얽힌 더좋은미래·더미래연구소 운영·자금 논란과 청와대발(發) 인사참사, 김기식 전 원장 등과 정권이 협력한 외교·안보 블랙리스트 정황이 함께 연루돼 있다.

특히 '드루킹'(실명 김동원·48) 등 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범 체포 사실이 지난 13일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 일으킨 파문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자 대선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작범 드루킹과 직접 연루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고, 검찰·경찰의 '드루킹·김경수 봐주기' 수사와 축소·은폐 시도도 확인되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각인되고 있다.

(왼쪽부터)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직을 놓고 겨루게 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자유한국당 김문수·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왼쪽부터)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직을 놓고 겨루게 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자유한국당 김문수·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서울시장, 3선 노리는 박원순…김문수 "난 種이 다르다" 안철수 '黨靑 때리기' 도전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서울시장은 민주당 박원순 현 시장·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후보의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23년 만의 서울시장 선거 3파전이다.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상으로는 1강(强) 2중(中)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박 시장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김문수 효과'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3선 도전'에 나선 박원순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머지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지만 현직 시장에 대한 교체 여론이 높다는 일부 여론조사가 있어 경선 과정에서 줄곧 회자됐었다. 일명 '김기식 뇌물·드루킹 게이트' 두 가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특검 정국이 완전히 도래하면 박 시장의 '김기식·김경수 감싸기' 행보 이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 시장은 최근 비판의 초점이 되고 있는 '참여연대'의 핵심 멤버여서 야당 후보들의 강도높은 비판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지지율 열세를 겪고 있는 김문수·안철수 후보의 경우, 야권 후보 단일화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두 후보 모두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오히려 "나는 종(種)이 다르다"며 안 후보가 지난 2011년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에게 시장직을 양보한 당사자로서 '박원순의 어머니'에 다름없다고 규정하며 밀어내고 있다. 김 후보가 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뒤 전통적으로 한국당 지지 성향이 강한 우파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그에게로 쏠리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선거 흥행의 중심으로 떠오른 안 후보는 지난 20일 본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지금은 선거운동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대(對)정부 공세를 취했다. 정책·공약 홍보를 포기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김경수 의원이 얽힌 드루킹 게이트 관련 입장을 표명하기를 요구했다.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당청 지지율에 타격을 주는 게 서울시장 선거판에도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좌파 성향 유권자및 친여 호남 유권자들의 표가 박 후보에게 몰릴 경우 현 정권에 비판적인 서울 유권자들의 표가 김문수 안철수 후보 쪽 한 쪽에 쏠릴지도 주요한 변수다. 만약 두 후보 중 한 쪽으로 정권견제 심리를 지닌 서울 유권자들의 표가 집중되면 박 후보와 해볼만한 승부가 될 수도 있다. 

경기 이재명-남경필, 인천 박남춘-유정복…한국당, 지켜낼 수 있을까 

경기지사는 민주당에서 친문(親文) 핵심 일원인 전해철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이재명 전 경기 성남시장이 한국당 남경필 현 경기지사의 아성을 무너뜨리러 나서는 1대 1 구도가 됐다.

여론조사상으로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 지지율이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명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에서 이 전 시장이 자유롭지 않고 과거 자신의 형수(故 이재선씨 부인) 등을 겨냥한 막말 의혹도 다시금 회자될 가능성이 있다. 

여태 경기에서 도지사 선거만큼은 보수진영의 손을 주로 들어줬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남경필 현 지사는 무난한 도정과 인지도를 겸비했지만, 한편으로 우파진영 내에서 제기된 불분명한 이념정체성·기회주의적 행보 비판이 극복 과제로 거론된다. 경기도 고양 일산시도시에 사는 한 유권자는 "정통 우파와 거리가 먼 남경필이 한국당 후보가 되면 선거를 포기할 생각이었지만 더 위험한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여서 고민이 많다. 아마 선거 직전까지 이런 고민을 한 뒤 최종적으로 투표 여부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장은 민주당 박남춘 의원과 한국당 유정복 현 시장이 여야 대표 후보로 맞붙게 됐다. 

두 후보는 제물포 고등학교와 행정고시 선후배로서 맞붙기도 하고, 지금의 친문 핵심과 옛 친박(親박근혜)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특검 정국 등을 앞두고 친문 표심이 유효할지, 친박이라는 후광을 벗은 유정복 시장의 개인 역량·시정에 대한 평가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선거의 흥미 요소가 더해졌다.

 

부산·경남, 6·13 지방선거 사실상 최대격전지이자 리턴매치 승부처

수도권과 함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한 부산·경남(PK)은 여야 세(勢)대결의 가장 정확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에선 민주당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한국당 서병수 현직 시장이 지난 2014년 선거에 이어 부산시장직을 놓고 리턴매치를 벌인다. 

경남에선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친노(親노무현) 적자·문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나섰고, 이 지역에서 도지사를 두 번 지낸 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맞붙는다. 

김경수-김태호 후보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경남 김해을에서 승부를 벌였었고, 김태호 후보가 신승한 바 있어 경남지사로 리턴매치를 벌인다는 해석이다.

민주당에서 단수 후보로 전략공천된 김경수 의원은 공식 출마를 목전에 두고 드루킹과 직접 연루됐다는 정황이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지면서 두 차례 출마선언을 미루는 등 '불안한 출발'을 했다. 곧 도래할 것으로 보이는 드루킹 게이트 특검 정국에 따라 경남지사 선거 결과가 좌우될 전망이다.

부산·경남과 함께 일명 '부울경'으로 불리며, 한국당 계열 시장을 배출해 온 울산에선 '문재인 대통령 30년지기'로 회자되는 민주당 송철호 후보가 다시금 도전장을 냈다. 한국당 김기현 현직 시장은 단수후보 확정과 동시에 울산지방경찰청(청장 황운하)에 의한 측근·친족 수사 본격화에 직면해 흔들리는 듯했지만, 중앙당의 '정치경찰' 논란 제기로 일부 만회한 듯하다.

또 다른 영남권인 대구·경북(TK)은 유일하게 한국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대구에선 한국당 권영진 현직 시장이 경선 결과 후보로 확정됐고, 민주당은 임대윤 전 권역별 최고위원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경북은 한국당 이철우 의원이 치열한 경선 결과 승리했고, 오중기 전 '문재인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돼 도전장을 냈다.

 

충청권 여야, 연이은 '與 안희정·박수현 낙마'로 흔들린 민심 포섭에 부심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력 폭로, 충남지사 유력후보로 분류되던 박수현 전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의 '내연녀 사천' 등 논란으로 인한 낙마로 민심이 요동친 충청권 3곳 선거구 역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에선 민주당 허태정 전 대전 유성구청장, 한국당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맞붙고 충남에선 민주당 양승조 의원과 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 충북은 이시종 현직 지사·박경국 전 충남 행정부지사가 대결을 펼친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19대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청년위원장을 영입해 후보로 내세웠다.

충청권은 당초 조용한 선거전이 예상됐지만 여야 모두 이른바 '안희정 미투' 파문 이래 바닥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어 중원을 잡기 위한 여야의 대충돌이 예상된다.

무주공산이 된 충남이 가장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6선 의원 출신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한국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추대 결의식을 열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옛 충청권 맹주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의 직접적인 응원을 받았다. 현역 의원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양승조 후보와 맞붙는다.

대전시장 선거의 경우 한국당은 박성효 후보가 전직 시장이라는 점을 앞세워 야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시정을 피력할 전망이다. 민주당에서 경선으로 뽑힌 허태정 전 구청장은 중앙 정치판의 상황에 따라 득표 수준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권에선 민주당 후보군들만 확정이 된 상태다. 민주당은 광주에 이용섭 전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남은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전북에선 송하진 현 지사가 본선거에 나선다.

호남권은 한때 '문 대통령 지지율 99%'라는 여론조사가 발표됐을 만큼 여타의 지역보다 당청 지지율이 높아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분위기 아래 어느 지역보다 치열한 경선이 진행됐었다.

그간 호남권 적통을 자임하던 옛 국민의당에서 분화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호남권 3곳 모두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어 본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강세가 예상된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수도이전론을 이끌어온 민주당의 이춘희 현직 시장의 강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중 유일한 여성 후보로 '세종 토박이' 송아영 중앙당 부대변인을 후보로 확정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밖에 강원지사는 민주당 최문순 현직 지사가 3선을 노리게 됐고, 한국당은 국토해양부 1차관·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지낸 정창수 후보를 내세워 도전장을 냈다.

제주는 원희룡 현직 지사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수성(守成)에 나선 상황이다. 민주당에서 '친문·전대협 라인'인 문대림 전 '문재인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이 내 아성을 위협하고 있고, 한국당은 일찍이 김방훈 전 제주도 부지사로 후보를 확정해 정책선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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