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건된 25명 중 15명 등 기소...文 직접 나서서 '격노' 감정 표출까지 한 사건인데
사망한 이 모 중사 부친, "대통령 말만 믿고 지켜봤는데, 피눈물이 난다"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女)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은 7일 해당 사건 관련자 총 25명을 형사 입건하고, 이 가운데 1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 초동 수사의 책임이 있다고 할 공군 법무실 지휘부는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성추행 피해자 이 모 중사의 국선 변호인을 맡은 이 모 중위와 성폭력 신고 접수 후 개요보고를 하지 않아 직무유기 지적을 받은 이갑숙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15명에 대해 법원에 공판을 청구했다.

지난 6월12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 모 준위(왼쪽)와 노 모 상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12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 모 준위(왼쪽)와 노 모 상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사진=연합뉴스)

국방부 검찰단은 입건된 25명 가운데 10명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했다. 다만, 비행 사실 등이 확인된 14명 등, 전체 39명의 사건 연루자 중 38명이 재판 및 징계 회부 등 문책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 초동(初動) 수사의 책임이 있다고 할 공군 법무실 지휘부 관계자 등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 중사의 유족들이 ‘2차 가해’ 혐의로 추가 고소한 15비행단 대대장과 중대장 등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국방부 검찰단은 기소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공군 초기 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맞는다”면서도 “형사법적으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가 인정된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3일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이 중사의 사망 사건을 언급하면서 “피해자의 절망을 생각해 보라”며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조치과정을 포함한 지휘 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문 재통령은 6월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해당 사건을 거론하면서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 문화 폐습에 대해,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군 장병들의 인권 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병영 문화 폐습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자진 사퇴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이후 군은 창군 이래 최초로 특임 군검사까지 투입해 사건을 조사했지만, 결국 공군 법무실 지휘부를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면책했다. 일각에서는 ‘제식구 봐주기식(式) 수사다’ ‘법무병과 고위 장교는 불기소하고 힘 없는 깃털만 기소했다’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

사망한 이 중사의 부친 이 모 씨는 이날 언론 통화에서 “초동 수사를 맡은 사람 중 기소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대통령 말만 믿고 지켜봤는데, 피눈물이 난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공군 20비행단 소속으로 근무하던 이 중사는 지난 3월2일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즉각 신고했다. 그러나 이 중사는 자신의 남자 친구와 혼인 신고를 한 당일이자, 타(他) 부대로 자리를 옮긴 지 사흘 만인 지난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은 사망한 이 중사가 동료와 선임들로부터 회유와 압박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이 중사가 사망한 지 5개월이 된 지금까지도 이 중사의 시신을 국군수도병원에 안치시키고 장례를 미루는 중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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