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 美 현지공장 가동...…세계 수출액도 35% 감소

지난 2월 7일 정식 발효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세탁기 수출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2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00만 달러에서 45.4% 감소했다. 이는 미국 세이프가드에 적용되는 HS 코드 품목 기준으로 세탁기, 가정형 또는 세탁소형 세탁기의 부분품, 완전자동세탁기 수출액을 합산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수출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업계가 세이프가드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현지공장을 가동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부터 뉴베리 가전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대미 수출 뿐만 아니라 올해 1∼3월 우리나라의 세계 세탁기 수출액은 1억6,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2억5,200만 달러 대비 35.1% 줄었다. 산업부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가 수출 감소의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국내 업체 해외 생산 증가에다 시장 경쟁 격화로 2011년부터 매년 평균 약 5% 하락했다”면서 “올 1분기 수출 규모 감소는 세이프가드 발동 영향으로 평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대부분을 이미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어 세이프가드로 인한 충격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창원공장에서 전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의 약 20%를 소화하고 있어 타격이 예상되지만, 세이프가드 적용이 되지 않는 29인치 이상 대용량 세탁기 위주로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로 영향을 최소화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LG 등 가전기업은 세이프가드 발동 이전에도 생산기지를 현지화하는 등 권역별 규제와 관세율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업 전략을 짜 왔다. 업계에선 이번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내 생산 공장 확대하고 국내 생산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이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세이프가드는 결국 국내 수출 전반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추후 세이프가드 품목이 확대된다면 기업들의 탈(脫)한국 현상으로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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