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열린 광화문광장 '합법 집회' 현장...길목마다 이중·삼중 '경찰관 장벽'
'예배'에 목마른 시민들이 질서유지선 밖에서 호응하자..."위법 행위 채증합니다"
서울시 상대로 '합법 집회' 얻어낸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하나님께 벌 받아요!"

“여러분, 저 혼자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광화문광장 한편에 설치된 간이 무대로 선 것이 4일로 벌써 사흘 째를 맞았다.

지난 1일 이 회장이 옥외집회 금지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어렵게 이겨 법원으로부터 받아낸 집회 개최 허가를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단에 선 이 회장은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핑계로 문재인 정부가 집회·결사 및 종교·예배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원칙 없는 방역 정책에 침묵하고 있는 정치인들과 종교인들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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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 교보문고 빌딩 앞에서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주최하는 집회가 법원의 허가로 열렸다. 2021. 10. 4. / 사진=박순종 기자

집회 개최 조건은 다소 완화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이 회장이 주최하는 집회에 참가 가능한 인원 수를 50명 이내로 하면서 참가자 전원이 KF94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할 것, 참가자의 체온이 섭씨 37.4도 이하일 것, 참가자 명부를 작성할 것, 소음 기준 80데시벨(dB) 이하를 유지할 것 등을 집회 개최 조건으로 걸었다. 다만, 집회 참가 후 참가자 전원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일정 회수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는 조건은 이번엔 빠졌다.

집회에 참가한 이들 대부분은 개신교 신자로 보였다. 경찰이 쳐 놓은 질서유지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집회 장소 밖에서 집회 주최 측이 송출하는 찬송가를 따라 부르면서 저마다 기도를 했다.

“질서유지선 밖 앉아 계신 시민 여러분께서는 집회 주최 측에 호응, 하나의 집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경찰은 지금부터 채증을 하겠습니다.”

집회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경찰 방송 차량을 통해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예배 방해하지 마세요! 예배 방해하면 하나님께 벌 받아요!”

경찰의 경고에 집회 참가자들은 항의 의사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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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주최하는 집회를 위해 특별 안내판까지 만들어 현장에 배치하는 ‘성실함’까지 보였다. 법원이 허가한 집회 허용 범위를 적어 놓고, 이를 위반할 경우 ‘해산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본 시민들은 “사실상 협박”이라고 했다. 2021. 10. 2. / 사진=박순종 기자

현장 한 켠에는 종로구 관계자들이 나와 이들의 집회 진행 상황을 감시했다. 이들은 법원이 허가한 내용대로 집회가 이뤄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회 현장으로부터 불과 70미터(m) 떨어진 곳에 설치된 모(某) 노동조합의 움막에 대해선 경찰, 종로구 관계자 그 누구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한다는 광고물이 주르륵 늘어서 있는 사이에 설치된 스티로폼 움막엔 이미 몇 사람이 출입한 흔적이 보였다. 현장의 종로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질문을 받은 관계자는 자신은 해당 움막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답하고는 이내 수신 전화를 핑계로 저 멀리 달아나버렸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도 불법 적치물에 대해선 경찰 소관이 아니라고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쉬운 방법을 두고, 왜 어렵게 행정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나?”

이쪽 저쪽을 오가며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은 저마다 당국의 불공평한 처사에 큰 문제가 있다며 혀를 찼다.

집회 장소로 통하는 주요 길목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시민들의 통행을 감시했다.

“오늘이 마지막 예배랍니다. 내일이면 또 소송을 해야 해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동욱 회장이 내뱉는 분노의 목소리 사이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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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주최하는 집회 현장 인근에 배치된 경찰관들의 모습. 2021. 10. 4. / 사진=박순종 기자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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