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방안으로 '백신 패스 도입 검토'
- 시민들, '기본권' 침해 가능성 우려...불가피한 미접종자들 '황당'
- 미국, 프랑스 등 이미 도입중인 국가에서도 시위 이어져...국내에서도 진통 예상

백신 패스 관련 이미지 (사진: 로이터 통신=연합뉴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방안으로 ‘백신 패스’ 도입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백신 패스 반대합니다’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같은 날 정부가 백신 패스를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으로 제시한 것에 반대한다는 요지의 청원이다. 해당 청원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서 링크가 확산되며 빠르게 동의자 수가 오르고 있다. 오늘 오후 2시 기준 약 3만8백여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백신 패스는 다중이용시설을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경우엔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독일, 프랑스, 덴마크, 스코틀랜드 등 유럽 지역 및 미국 내 7여개 주(州)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목적으로 시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백신 패스 도입에 대해 반대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서울 동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이 접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동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이 접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부작용’ · ‘기저 질환’ · ‘가족력’ 등이 우려돼 접종 피한 건데…과도한 불이익이라는 지적

첫째로 미접종자들이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위해서는 코로나 PCR 검사를 받는 것이 강제되는 점이 과한 조치라는 지적이 있다. PCR 검사는 일반적으로 검사 후 72시간 이내에만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접종자가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선 증명서 발급을 위해 3일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시민들은 기저 질환이나 부작용 우려 등 백신 접종을 꺼리는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도 일률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정부의 태도가 강압적으로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 씨(54)는 “원래 집안 내력도 있고 심장이 안 좋았는데 1차 접종 이후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는 것 같은 경험을 자주 했다. 의료진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어서 2차 접종을 맞지 않으려고 한다”며 “이렇게 백신 패스를 만들어서 맞은 사람, 안 맞은 사람 나눠서 다르게 대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못 맞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황모 씨(26)는 “친척 중 한명이 접종 이후 고열과 심한 피부 발진에 시달리는 등 많이 아팠다. 가까운 친척이 그랬어서 솔직히 백신 맞기가 두렵다”며 “백신 패스가 도입되면 접종 안했다고 계속 코로나 검사 받아야 하고 그러는게 번거롭고 억울하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길어야 6개월’인데…그 이후에는?

해외 사례들과 백신 자체의 접종 효과를 미루어 볼 때, 백신 패스 유효 기간은 6개월 내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패스의 유효기간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보통 6개월 정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6개월이 지난 후 백신 패스를 어떻게 갱신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갱신을 위해서는 ‘부스터 샷(추가 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추가 접종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노인과 기저 질환자에겐 권장’이다. 다만, 기저 질환 없는 18~64세를 대상으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코로나19 대응기관들이 추가 접종에 대한 견해를 달리한 바 있다. 지난달 초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의료종사자, 교사, 노숙자 보호소 및 교도소 거주자 등 개인적이거나 직업적인 이유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18~64세에 대해 추가 접종을 권했다. 하지만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해당 부분에 대한 추가접종 권고를 거부하며 감염 위험이 높은 18~64세는 추가접종 권고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22일 FDA는 의료진에 대한 부스터 샷 계획 결정을 강행하긴 했지만, 결국 추가 접종에 대한 명확한 의학적 결론이 나진 않은 모양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더 빠르게 접종을 마쳤던 의료진, 노인 등에게 추가 접종을 시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한 후 해당 사례들을 분석해 건강한 젊은 층에 대한 추가 접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백신 패스 때문에 6개월마다 다시 맞아야 하는게 두렵다’는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부가 백신 패스를 도입하겠다고는 밝혔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공표한 것이 없기 때문에 ‘6개월마다 접종하게 될 것’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모호한 정부 공표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감은 인터넷 상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한 누리꾼은 “전 국민이 평생 주사바늘 꽂고 살겠네”라고 덧글을 달며 현 상황을 비꼬기도 했다. 네이버 뉴스의 한 누리꾼은 관련 기사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거 영양제 맞는 것도 아니고 6개월 마다 백신 맞는거임 ㅋㅋㅋ”라고 덧글을 달기도 했다.

이탈리아 로마 포폴로 광장에서 열린 백신 패스 반대 시위 (사진=AFP)
이탈리아 로마 포폴로 광장에서 열린 백신 패스 반대 시위 (사진=AFP)

해외에서는?...개인의 선택권에 대한 우려 확산, 대규모 집회도 열려

미국은 주 별로 백신 패스 도입과 관련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뉴욕,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 7여개 주는 백신 패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콜로라도, 루이지애나 주처럼 백신 패스를 도입했지만 이를 강제하지는 않는 주도 존재한다.

앨라배마, 알래스카, 애리조나 등 공화당 성향이 강한 22개 주는 백신 패스 도입에 반대하며 이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9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연방 공무원, 100 인 이상 사기업 근무자, 의료인의 백신접종을 사실상 의무화 하면서, 공화당 등은 ‘기본권 침해’라는 입장을 나타내며 백신 접종 의무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영국은 잉글랜드 지방에서 백신 패스 도입을 고려하던 계획을 취소했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장관 사지드 자비드는 지난달 12일 BBC에 출연해 “영국 잉글랜드 지방의 증명서(백신 패스) 제출 제도 도입을 유예한다”고 밝히며 “백신 감염자 수가 급증한다면 다시 고려해보겠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프랑스는 지난 8월 9일 백신 패스(Pass sanitaire)를 도입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영화관, 극장, 술집, 레스토랑 등 대부분의 시설들에 입장하기 위해서 백신 패스가 필요하다고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이 강도 높은 조치에 반발해 수십만명의 군중들이 운집하는 등 7월부터 9월까지 현지 곳곳에선 거센 항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최근 만 12세 이상인 경우 공공장소 출입을 위해서 패스 제출을 제시하도록 강화 조치하는 등 이에 대한 정부와 시민의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백신 패스 반대 시위에서 한 남성이 '자유'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우리 정부는 일상 회복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백신 패스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이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패스에 대해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논란 확산을 의식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해외 사례와 전문가 논의, 국내 의견수렴 절차에 대해 진행중”이라 덧붙혔다.

정재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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