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세계 최고의 해상 풍력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북해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전기요금이 7개 폭등했다.  [사진=Pixabay]
영국은 세계 최고의 해상 풍력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북해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전기요금이 폭등했다. [사진=Pixabay]

최근 들어 알루미늄, 구리, 니켈 등의 비철금속 가격과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에서 물가 상승세가 차츰 강해지는 가운데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의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관련 원자재 등 자원의 수요는 늘고 생산은 줄어, 자원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알루미늄은 47.8%, 구리는 20.7%, 니켈은 15.9% 각각 가격이 상승했다. 이들 금속은 전기차·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에 따른 수요가 늘지만,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오히려 생산은 어려워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앞둔 시진핑, 알루미늄 공장 등 생산규제...원자재 가격 폭등 조짐

이중에서도 특히 전기차·태양광 패널 등의 주요 소재인 알루미늄의 경우, 최대 생산지인 중국 정부가 환경 문제 때문에 생산 규제의 고삐를 죄면서 가격이 한층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생산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대량의 전기를 소비해야 하는 알루미늄의 특성상 석탄 발전에 따른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 당국의 탄소 감축 드라이브로 생산에 제약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7월 말부터 윈난성 등 중국 지방정부가 기업들에 대한 전력 공급 제한 조치에 나섰다. 그 결과 알루미늄 생산시설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알루미늄 외 아연 등 금속에서도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이는 비철금속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전체 발전량의 약 16%를 풍력에 의존하는 유럽에서는 올해 예년보다 바람이 불지 않아 전력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에 따라 천연가스‧석탄 발전이 늘면서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풍력 발전 기술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발생한 근원적인 그린플레이션"이라는 설명이다.

태양광 역시 기후에 극도로 민감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에서 발생된 유휴 전력을 장기간 저장해두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없으면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물가 변동성 확대 및 그린플레이션은 고질적인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특히 그린플레이션의 경고등이 심하게 켜지는 나라는 중국이다. 전력원의 70%를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중국은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연료탄 재고 부족, 전력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미 일부 공장이 전력난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해,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전력 생산의 70%를 석탄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석탄 의존도는 높다. 최근 친환경 규제로 석탄 사용을이 제한되면서 전력란을 겪고 있다.. [사진=Pixabay]
중국은 전력원의 70%를 석탄에 의존한다. 최근 친환경 규제로 화석연료 발전이 제한되면서,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사진=Pixabay]

특히 시진핑 주석은 내년 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때 전 세계에 베이징의 푸른 하늘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화석연료 발전에 많은 제한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알루미늄 제련소에서 섬유 생산업체, 대두 가공 공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장의 조업이 중단되고 있다.

전력난이 특히 심각한 곳은 중국의 제조업 기지인 장쑤, 저장, 광둥성이다. 이들 지방은 중국의 제조업 기지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제조업 기지이다. 이 지역의 전력난이 심화되면 전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올해만 3조원 이상 적자 쌓인 한국전력, LNG 가격 뛰면 추가 전기요금 인상해야

우리나라도 그린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 지난 23일 정부는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kWh당 3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 가구의 월전기료는 1050원 인상된다. 많이 인상된 것이 아니라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한전이 지난 23일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연료비 변동분을 전부 반영했다면 4분기 전기 요금은 kWh당 13.8원 올려야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연료비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 앞으로 최소 10원 이상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내년에는 전기 요금 인상폭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한전은 전기 요금 동결 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돼 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올해에만 한전 적자가 3조267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전기 요금 변동 폭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한 바람에,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당장 소비자에게는 인상 폭이 작은 것이 유리하지만, 한전 적자 누적이 결국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LNG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전기료 인상은 더 급격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 발전량을 줄이면서, 석탄·석유보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LNG 발전을 늘렸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기대에 못 미치자, 탄소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로 LNG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LNG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도 더 이상 전기 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LNG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원전 활용도를 높이지 않는 한 전기 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 발전량을 줄이면서, 석탄·석유보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LNG 발전이 많이 늘었다. 최근 LNG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내년에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더 커졌다. 사진은 한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계.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 발전량을 줄이면서, 석탄·석유보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LNG 발전이 많이 늘었다. 최근 LNG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내년에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더 커졌다. 사진은 한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계.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LNG가격 3개월 만에 19% 치솟아...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여론 높아져

23일 정부와 한전이 발표한 ‘10~12월분 연료비 조정 단가 산정 내역’에 따르면, 지난 6~8월 유연탄·LNG·벙커C유 등 연료비는 ㎏당 355.42원으로, 직전 3개월 대비 19% 치솟았다. 특히 LNG 가격은 72%나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한국이 수입하는 9월 LNG 선물 가격은 지난 2월과 비교해 3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앞으로도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의미이다.

값싼 원자력 발전량은 줄이면서 값비싼 LNG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커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7월의 원전 비율은 29.8%, LNG는 20%였다. 하지만 지난 7월 원전은 22.7%로 급격히 줄어든 반면, LNG는 28.9%로 크게 늘었다. 정부가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고집하는 한, 한전의 발전 비용 부담은 갈수록 늘어난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감안하면, 결국 LNG 발전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11월까지 가동할 예정이었던 월성 원전 1호기를 재작년 조기 폐쇄하지 않고, 신한울 1호기도 예정대로 운영을 허가해 지난 7월부터 가동했더라면, 한전의 발전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었다”며 “향후 전기 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