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연평도·목함지뢰 겪은 예비군에 軍이 어찌 이따위 짓거리를…"
"분노 억누리기 힘들었다.이런 예비군 교육이라면 안 가는게 낫다"
우원재 자유한국당 청년부대변인 페이스북에 예비군훈련 후기

우원재 자유한국당 청년부대변인.
우원재 자유한국당 청년부대변인.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북한 정권의 위협을 일절 거론 않은 채 패망한 일제(일본 제국주의)를 주적(主敵)으로 삼고 미국을 외세(外勢) 침략주체로 치부하는 예비군 안보교육이 시행되고 있어 "말이 안 된다"는 훈련 후기가 나왔다. 북한 핵개발이 그저 '체제 보장용'이라는 친·종북 세력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도 교육에 포함됐다고 한다.

우원재 자유한국당 청년부대변인(28)은 20일 페이스북에 '주적이 일제?…예비군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런 정황과 함께 "정권이 바뀌고 처음 참석한 예비군 훈련이었다"며 "돌아오는 길 내내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원재 부대변인은 "힘이 약한 나라였던 대한제국이 일제의 부당한 침략에 주권을 희생당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국방력을 길러야 한다는 주장도 잘 알겠다"며 "그런데 주적 이야기는 어디갔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보교육에) 6.25 남침부터 시작해서 휴전 이후에 벌어진 북한의 굵직한 도발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최소한 최근 사례인 천안함, 연평도, 목함지뢰는 언급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예비군의 창설 계기이자 이유이며, 목적인 '주적 북한의 위협'이 안보교육에서 빠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우 부대변인은 "강사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교육자료 PPT에 깔려있는 국방부 발 예비군 교육영상 자체가 이 모양"이라며 "어떻게 국방부라는 부처가, 군인이라는 사람들이, 천안함 연평도 목함지뢰를 겪은 예비군들을 대상으로 이 따위 짓거리를 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또 국가의 부름을 받고 바쁜 일상 속에 달려와 나라 지키고자 모인 사람들 모아놓고 주적을 주적이라 칭하지도 못하는 영상 틀어주며 이게 안보교육이라 한다"며 "이 따위 예비군이라면, 차라리 안 가는 게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다음은 우원재 자유한국당 청년부대변인이 게재한 예비군 훈련 후기 전문(全文).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 내내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어도 그렇지, 안보 교육을 하면서 북한 이야기는 쏙 빼놓고 일제시대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는 게 말이 되나?

예비군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답시고 시작하는 게 일제에 나라 빼앗긴 이야기더라. 을사늑약부터 위안부에 이르기까지, 일제 침략 과정과 결과를 자세히 설명한다. 탄압과 고문에 우리 민족들이 고통받았다며 끔찍한 사진과 그림으로 가슴 아프게 만든다.

이게 왜 ‘예비군 안보 교육’에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여기까지는 좋다. 힘이 약한 나라였던 대한제국이 일제의 부당한 침략에 주권을 희생당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국방력을 길러야 한다는 주장도 잘 알겠다. 그런데 주적 이야기는 어디 갔나? 왜 안보 교육 영상에 일본 이야기만 늘어놓고 주적 북한 이야기는 없는 건가? 당연히 일제 비판보다 지금 우리의 주적인 북한 관련 내용에 더 비중이 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예비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비다. 예비군 창설 계기가 북한 김신조 일당의 침입이었으며, 이후 각종 북한 무장공비 소탕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도 예비군이었다. 예비군의 창설 계기이자 이유이며, 목적인 ‘주적 북한의 위협’이 ‘안보 교육’에서 빠지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6.25 남침부터 시작해서 휴전 이후에 벌어진 북한의 굵직한 도발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최소한 최근 사례인 천안함, 연평도, 목함지뢰는 언급할 거라고 생각했다. 교육을 받고 있던 우리 예비군들이 현역시절에 겪었던 이 사건조차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마 북핵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북한이 핵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는 체제유지를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적화를 위해 우리 심장을 겨누고 있는 비수가 아니라, 북한이 국가로서 인정받고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 북핵을 개발하는 거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기가 찰 노릇이다. 그래, 열 번 양보해 국제관계학 학자가 그런 말을 하면 그러느니 하겠다. 그런데 국방부가 북핵에 그런 입장을 가져서는 안 되는 거다. 그것도 예비군 교육중에 그렇게 북핵을 설명한다는 건 가히 이적행위다.

북한 이야기 다 빼니 할 말이 없었는지, ‘조선 의병’ 타령을 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맞서 나라를 지킨 건 의병이었다며, 예비군을 여기에 비유한다. 이런 의병들이 탄탄해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인 우리 나라가 또다시 ‘외세침략’에 고통받는 일이 없을 거란다. 그렇게 든든한 국방력을 키워 결국 ‘자주국방’을 해야 나라가 잘 된단다.

이게 예비군 안보 교육이란다. 영상 내내 은연중에 반미반일 코드를 깔고, 북한의 만행에 관한 이야기는 쏙 빼놓으니, 여기가 예비군 훈련장인지 386 운동권 사상교육장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이건 교육강사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교육자료 PPT에 깔려있는 국방부 발 예비군 교육영상 자체가 이 모양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처음 참석한 예비군 훈련이었다. 새롭게 제작된 이 영상들을 보며 분노했고, 또 슬퍼했다. 어떻게 국방부라는 부처가, 군인이라는 사람들이, 천안함 연평도 목함지뢰를 겪은 예비군들을 대상으로 이 따위 짓거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쳐 봉사한 우리들 아닌가? 그럼에도 또 국가의 부름을 받고 바쁜 일상 속에 달려와 나라 지키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 모아놓고 주적을 주적이라 칭하지도 못하는 영상 틀어주며 이게 ‘안보 교육’이라니, 속이 어찌 끓지 않나.

이 따위 예비군이라면, 차라리 안 가는 게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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