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9.19(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9.19(사진=연합뉴스)

北 조선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간 종전선언 요구에 대해 지난 24일 조건부 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그가 내건 문제의 '그 조건'의 정체는 바로 '주한미군 철수'로 읽힌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北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라면서도 "지금 (종전선언)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논의를 하는 데에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말한 종전선언의 조건이 '주한미군 철수'로 읽히는 배경에는, 北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지난 1월 "남조선당국은 방역·인도협력·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들었다"라는 발언을 통해 그 의도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여기서, 북한 개별 관광 등 '비본질적 문제'로 지칭된 문제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 대표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시간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0.8.14(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 대표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시간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0.8.14(사진=연합뉴스)

놀랍게도 '비본질적 문제'라고 北 김정은이 언급한 '북한 관광'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지난 21일 추석 당일과 추석 연휴 기간 5일 내내 그 숨겨진 통로가 국내 인터넷 공간에 버젓이 공개돼 있었다는 점이 기자에 의해 포착됐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지난해 8월13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 123명이 발의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의안번호 2102945)> 역시 25일 기준으로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 집권여당이 발의하고 北 김정은이 언급한 공통분모인 '북한 관광'이 확인된 것.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같은 황당한 우연의 전말을 독자들에게 낱낱이 밝히고자 한다.

기자는 지난 9월21일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관광총국 사이트 '조선 관광'이 공개됐음을 확인했다. 2021.09.25(사진=조선 관광 캡처, 편집=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 9월21일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관광총국 사이트 '조선 관광'이 공개됐음을 확인했다. 2021.09.25(사진=조선 관광 캡처, 편집=조주형 기자)

#1. 추석 당일 버젓이 노출된 '北 조선노동당' 관광 사이트···'충격'

문제의 북한 사이트는 바로 '조선 관광'이다. '조선 관광'에 따르면 해당 여행사의 소속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관광총국' 소속임을 홈페이지 하단부에 밝히고 있다. 즉, '北 조선노동당'의 대외 유입 통로로써 '관광'이 명분으로 활용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소속 사이트'를 비롯한 북한의 사이버 흔적 등 일련의 선전 행태는 모두 국가정보원 및 국정원 사이버대응센터와 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차단 및 통제하지만, 이번 추석 기간 내내 일반 스마트폰으로도 접속가능한 상태였음이 확인됐다.

'조선 관광'에는 어떤 형태로 北 조선노동당을 선전하고 있을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조선 관광'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관광총국은 나라의 관광사업을 통일적으로 지도관리하는 국가관광관리기관'으로 소개돼 있다.

'조선 관광' 홈페이지 상단 배너의 '불멸의 령도'에서는 지난 7월29일에 있었던 北 김정은의 행적으로 "제국주의침략을 물리치는 우리 인민의 조국해방전쟁에 참전하여 귀중한 생명을 바친 중국인민지원군 렬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라고 선전한다.

'조국해방전쟁'이라 함은,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을 뜻한다. 명백한 역사왜곡 용어가 여과없이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29일 김정은 北 총비서는 6·25전쟁을 왜곡한 '조국해방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을 기리는 행사를 했다고 밝힌다. 이같은 내용은 '조선 관광' 홈페이지에 여과없이 실렸다. 2021.09.25(사진=조선 관광, 편집=조주형 기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29일 김정은 北 총비서는 6·25전쟁을 왜곡한 '조국해방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을 기리는 행사를 했다고 밝힌다. 이같은 내용은 '조선 관광' 홈페이지에 여과없이 실렸다. 2021.09.25(사진=조선 관광, 편집=조주형 기자)

#2. 北 관광 사이트 유도하는 제3국 여행사, 국내 접속 통제 불가···'허점'

'조선 관광'은 첫 페이지부터 ▶ 주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시 만경대구역 xxx ▶ T예: 0085-xx-xxxx ▶ 이메일 등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 입국수속 ▲ 전화 ▲ 우편 ▲ 화폐교환 ▲ 국제항로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첨부돼 있다. 입국수속에서는 입국사증을 받기 위한 신청서 제출 명시필수 기록과 준비품 등을, 화폐의 경우 유로화·스위스프랑·영국파운드·일본엔화·미국달러 등 10종이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한다.

게다가 北 평양과 연결된 중국 베이징, 심양과 상하이 러시아 울라지보스토크 등의 국제항로 번호와 출발 및 일일 노선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 아래를 통해 보면 '조선국제려행사 중국사무소' 등을 비롯해 각종 여행사 등이 연결돼 있다.

문제는 '여행사'인데,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 123명이 '북한 개별 관광 허용 결의안'에서 주장한 '제3국 여행사'를 통한 북한으로의 입북 경로는 어떻게 돼 있을까.

'조선 관광'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여행사 중 하나는 '평양고려국제려행사'다. 그외에도 '고려항공려행사·백두산려행사·묘향산려행사' 등이 있는데, '려행사'라고 밝힌 이들은 각기 다른 제3국여행사들과 연계돼 있음이 확인됐다.

이같은 제3국여행사들은, 북한 사이트가 아니라 해외 주소를 사용하고 있어 황당하게도 일반 컴퓨터로 누구나 접속이 가능한 상태다.

제3국 여행사인 '우리려행사'의 선전물.2021.09.25(사진=우리려행사, 편집=조주형 기자)
제3국 여행사인 '우리려행사'의 선전물.2021.09.25(사진=우리려행사, 편집=조주형 기자)

#3. 北 프로파간다 여과없이 홍보하는 제3국 여행사···역사왜곡 '횡행(橫行)'

'평양여행사' 가운데 스스로를 '주체104(2015)년 1월에 창립됐다'며 北 평양에 있다고 밝힌 '평양고려국제려행사'에 따르면 '대방과의 련계' 부분에서 제3국여행사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우리려행사' 등으로 접속할 수 있다.

이같은 경로를 통해 제3국 여행사를 통한 '북한 관광'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조선 관광'이 밝힌 '평양고려국제려행사'의 제3국여행사 '우리려행사'에서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선전하고 있을까.

해당 여행사는 북한의 주장이 숨어있는 '조국통일해방전쟁승리기념관'을 여과없이 설명한다. 정전협정일인 1953년 7월27일에 대해, "북한의 승리의 날"이라며 '조국해방전쟁 순교자 묘지'에 대해 "한국전쟁의 가장 화려한 영웅들이 묻혀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제3국 여행사 중 '주체려행사'가 밝힌 '조국통일해방전쟁승리기념관 모습'. 2021.09.25(사진=주체려행사, 편집=조주형 기자)
제3국 여행사 중 '주체려행사'가 밝힌 '조국통일해방전쟁승리기념관 모습'. 2021.09.25(사진=주체려행사, 편집=조주형 기자)

더욱 황당한 것은, 이같은 내용을 그대로 홍보하고 있는 제3국 여행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

해당 여행사로 통하는 SNS 계정은 인터넷 공간에서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소속 자체가 국내 업체가 아닌 '제3국' 소속이기 때문에 이를 제지할 방법 자체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문제의 여행사 이에도 제3국 여행사는, '조선국제려행사'를 통해 통용되는 '주체려행사'의 존재도 확인된다.

이같은 형태의 제3국여행사들은 자체 홈페이지 외에도 각종 SNS 계정을 통해서도 선전하고 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북한의 보도자료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쉽게 접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천 봉쇄할 수도 없다는 맹점도 함께 존재한다.

제3국여행사 '우리려행사'가 밝힌 고려항공 항공기 모습. 2021.09.25(사진=우리려행사, 편집=조주형 기자)
제3국여행사 '우리려행사'가 밝힌 고려항공 항공기 모습. 2021.09.25(사진=우리려행사, 편집=조주형 기자)

#4. '北 개별 관광 허용 결의안' 내놓은 與 123일···대체 누가

펜앤드마이크의 취재에 따르면 북한으로의 개별 관광은 '제3국여행사'를 접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일반 국민들이 제3국여행사에 대해서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완전히 개방돼 있다. 한마디로, 누구나 접속해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상태라는 것.

그렇다면 지난해 8월13일 발의된 '제3국 여행사를 통한 북한 개별 관광 허용 결의안(2102945)'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강병원 의원을 비롯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 범여권 국회의원 123명은 "북한 지역 개별관광은 경제협력 사업인 단체관광 방식이 아닌 비영리 단체 또는 제3국 여행사 등을 통하여 북한 당국의 개별적 방북 허가를 받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이에 대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북한 개별관광을 계기로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와 협력 증진 확대를 촉구하는 주문의 내용은 타당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시간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0.8.14(사진=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시간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0.8.14(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결국 이같은 경로를 통해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관광목적으로 북한으로의 유입을 가능케 만들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과연 국민들은 이번 추석 명절 벌어진 이같은 모습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편, '북한 개별 관광'과 연계된 북한 사이트 등에 관한 펜앤드마이크의 추적 기사는 위 상단의 '관련 기사'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지난해 8월 국회에 발의된 '北 개별 관광 허용 결의안'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 명단이다.

*더불어주당 117명

강병원 강득구 고민정 고영인 권칠승 기동민 김경만 김경협 김남국 김두관 김민기 김민석 김민철 김상희 김수흥 김승남 김승원 김영배 김영주 김영호 김용민 김원이 김정호 김종민 김주영 김진표 김철민 김회재 남인순 노웅래 맹성규 문정복 문진석 민병덕 민형배 박광온 박범계 박성준 박영순 박완주 박재호 박정 박주민 서동용 서삼석 서영석 소병철 송갑석 송옥주 송재호 신동근 신영대 신정훈 안규백 양경숙 양기대 양이원영 양향자 오기형 오영환 오영훈 우상호 우원식 위성곤 유동수 유정주 윤관석 윤영덕 윤영찬 윤재갑 윤호중 이개호 이규민 이낙연 이동주 이성만 이수진 이수진 이용빈 이용선 이용우 이원욱 이원택 이장섭 이정문 이학영 이해식 임오경 임종성 임호선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전해철 정일영 정정순 정춘숙 정태호 정필모 조승래 조오섭 진선미 진성준 천준호 최인호 최종윤 최혜영 한정애 한준호 허영 허종식 홍기원 홍성국 홍영표 홍정민 황운하 황희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17명.

*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1명, 배진교·류호정 정의당 의원 2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1명, 김홍걸·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 총 123명.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오른쪽 세번째)이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결의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1.13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오른쪽 세번째)이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결의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1.13 (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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