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지구 의혹' 회의에서 발언하는 김기현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대장지구 의혹' 회의에서 발언하는 김기현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특혜 논란이 불거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지난 22일 야권의 특별검사나 국정조사 요구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16일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이재명 지사를 향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간 지 1주일 만의 입장 표명이다.

이재명 지사는 왜 특검을 거부하고 검찰수사를 주장하는 것일까. 대장동 의혹 사건을 성남지청이나 서울중앙지검 등 어디서 담당하든지 간에 칼자루를 ‘친여 검사’가 쥐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력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한 ‘특검’이라는 제도는 훨씬 부담스러운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국정조사와 특검에 의한 정밀조사 추진

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티에프(TF)’ 첫 회의를 열고 “이 지사와 ‘화천대유’의 커넥션 의혹과 배당 방식을 결정한 것이 누군지 수사해야 마땅하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에 의한 정밀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감에서도 이 지사는 물론 그 외 다수 관련자를 불러 진상조사를 하고 국민 앞에 설명하는 게 당연하다. 이 지사 스스로도 자신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정감사장에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요구했다.

이 지사는 김 원내대표의 이런 요구에 앞서, 15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도의원들이) 저한테 사퇴해라, 수사해라 말씀하시는데 수사하는 것에 100% 동의한다”며 수사를 통해 의혹을 밝히는 데 전폭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수사’의 주체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

지난 22일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저질 정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이 지사는 서울 동작소방서를 격려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객관적으로 봐도 제가 잘한 일이고, 이미 수사를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며 "특검과 국정조사는 정치쟁점화해 의심을 부풀리고 공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저를 봐줄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다"며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이런 걸 저질정치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이재명 지사 측 열린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박주민 의원 역시 주간브리핑에서 “수사가 진행되면 얼마든지 수사를 받겠지만, 특검과 국감 요구는 반대한다”며 ‘수사의 범위’를 한정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이 정치적으로 소모되는 건 결탄코 반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22일 이재명 경기지사 측 열린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특검과 국감 요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지난 22일 이재명 경기지사 측 열린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특검과 국감 요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박 의원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관련해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히지 않고 근거 없는 정치 공세만 한다”며 “그 연장선상인 특검과 국감을 받기 어렵다. 그 전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의 이런 태도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이 지사는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제가 부정을 하거나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을 사퇴하도록 하겠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각오를 밝혔다면 진실 규명에 마땅히 적극 참여하고 협조해야 한다. 그런데 ‘수사’만 받겠다는 태도는 대선까지 사건을 질질 끌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국민의힘 23일 대장동 의혹 관련 특검법 발의 추진...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걸림돌

국민의힘은 22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휩싸인 이 지사를 겨냥해 총공세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남 대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 및 국정조사 실시를 공식 요구했다. 당은 이르면 23일 대장지구 의혹 관련 특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대장지구 의혹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로 승격해 당력을 최대한 모으기로 했다.

당은 이 지사의 국감 출석도 추진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대장동 사업 관련) 증인과 참고인을 신청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철벽처럼 막고 있다”며 “떳떳하다고 강조한 이 지사가 본인을 포함한 핵심 증인들의 국정감사 출석을 앞장서 요청하라”고 말했다. 이 밖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경기도청 앞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도 병행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사 스스로 “수사해 달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특별 검사를 임명해 특별 수사팀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친정권 검사들’이 포진한 검찰 수사는 공정성 논란 피하기 어려워

검찰이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면, 통상 관할 검찰청인 성남지청이나 수원지검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현재 성남지청장은 박은정 검사, 수원지검장은 신성식 검사이다.

박은정 성남지청장은 작년 11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있으면서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 지시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대표적인 친정권 성향의 검사이다. 신성식 수원지검장은 작년 7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녹취록에서 유착 정황이 확인됐다’는 KBS 오보의 취재원으로 거론돼 검찰에 고발된 인물이다.

관할 검찰청이 아니라 경제 범죄 특화 수사청인 서울남부지검이 맡거나,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맡을 경우도 친정권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작년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 제보자·고소인·검사·징계위원·증인 등 ‘1인 5역’을 담당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동훈 검사장 등 정권에 밉보인 검사들을 주축으로 수사팀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가 ‘대장동 개발 의혹을 당장 수사해 달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공유한 뒤 “한동훈 검사장을 (수사 책임자로) 받으면 OK(오케이)! GO(가볼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을 주축으로 수사팀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을 주축으로 수사팀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캠프는 김기현 원내대표 등 고발, 대장동 개발사업 실체 드러낼 자충수?

한편 지난 19일 이재명 후보 캠프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윤창현 의원, 장기표 전 경선후보 등 3명을 공직선거법(허위사실유포),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원내대표 등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기획한 핵심자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영전해 이재명 캠프서 활동 중이다” “이 후보가 화천대유를 실질적으로 차명 소유하면서 부동산 이득을 취했다” 등 주장을 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이르면 23일 이 사건을 맡을 수사팀을 정해 배당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우선 대장동 개발사업 인허가 및 사업자 선정 과정 등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당금 설계 과정에 특혜나 특정인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허위사실유포죄 및 명예훼손죄 구성 요건인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하려면 대장동 개발사업 내용 전반을 살펴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김기현 원내대표 등을 고발한 것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것이다. 검찰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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