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스트레일리아 간 디젤 잠수함 건조 계약 '없었던 일' 돼
다음 大選 불과 7개월 앞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위기
美·英 양국은 豪 참여하는 새 對中 안보 협력체 결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미·주(駐)오스트레일리아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부가 자국과 체결한 기존의 디젤 잠수함 주문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기술 공여를 받기로 한 데 대한 항의 의사 표시 차원이다. 프랑스 정부는 “용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7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로 주미·주호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기로 했다며 “미국·호주 양국이 발표한, 이례적이고도 심각한 내용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사진=로이터)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사진=로이터)

이는 지난 15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데 대한 프랑스 측 반응이다. 미국·영국·호주 3개국으로 구성된 안전보장 협력 기구 ‘AUKUS’를 설치,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게 미국의 구상이다. ‘AUKUS’는 호주(A)·영국(UK)·미국(US)를 의미한다.

‘AUKUS’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어느 고위 관료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인도·태평양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평화와 안정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 산하 선박 건조 회사인 나발그룹은 이튿날(16일) 호주 정부와 계약한 차세대 잠수함(디젤) 건조 계획과 관련해 “다음 단계로 이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지난 2016년 동(同) 그룹의 전신인 DCNS를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공동 개발 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부 장관과 전화를 걸어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기술 공여 경위를 설명하고 프랑스 측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미국과 유럽 공통의 이익”이라며 대중(對中) 정책과 관련해 프랑스의 앞으로도 계속해 협조해 나아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대통령 선거를 불과 7개월여 앞두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잠수함 건조’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놓친 책임을 지게 됐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지위도 흔들리게 됐다.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를 한 어느 프랑스 외교관은 이번 사태가 미·불 관계의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유럽과 미국 간의, 매우 근본적인 관계에 있어서 전략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VOA는 전했다.

르드리앙 장관과 파를리 장관은 “미국은 호주와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유럽의 동맹국이자 파트너인 프랑스를 배제했다”며 미국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들은 “프랑스는 유럽 국가들 가운데에서는 유일하게 인도·태평양 지역에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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