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날 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2021.8.19(사진=연합뉴스)
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날 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2021.8.19(사진=연합뉴스)

현 집권여당이 강행 통과를 예고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가 지난 17일 오후 일명 '우려 서한'을 밝히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관심이 집중됐다.

무슨 일이길래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서 누구에게, 어떤 사안에 대한 우려를 대체 왜 보냈던 것일까.

바로 그 '우려 서한'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의안번호 12222)이 본질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문제의 언론중재법상 핵심 조항은 ▲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 징벌적 손해배상제 ▲ 기사열람차단 청구권한 ▲ 정정보도 표시 등 총 4가지로 압축된다.

8일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 여야 8인 협의체의 상견례 겸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송현주 한림대교수, 김용민, 김종민 의원, 국민의힘 최형두,전주혜 의원,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추천 김필성 변호사와 국민의힘 추천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2021.9.8(사진=연합뉴스)
8일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 여야 8인 협의체의 상견례 겸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송현주 한림대교수, 김용민, 김종민 의원, 국민의힘 최형두,전주혜 의원,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추천 김필성 변호사와 국민의힘 추천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2021.9.8(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언론중재법 처리를 위한 여야 8인의 언론민정협의체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과 '허위·조작 보도 정의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위험조항으로 지적한 ▲ 징벌적 손해배상제(기존 5배에서 3배로 축소) ▲ 기사열람차단청구권(거짓보도·사생활·인격권 침해 등으로 대상 축소) 조항 등은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강행 통과시킬 것을 예고한 상태다. 앞으로 여야 언론민정협의체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이틀(23일·24일) 뿐이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장에게 언론중재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그 서한문 내용을 모조리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방어하고자 한다. 다음은 그 전문.

송두환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2021.09.06(사진=인권위 제공)
송두환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2021.09.06(사진=인권위 제공)

[전문]

「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

주문

국회의장에게,
허위·조작정보의 폐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의안번호: 12222)의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부 신설 조항이 대한민국헌법 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합니다.

이 유

Ⅰ. 의견표명의 배경

최근 ‘가짜 뉴스’ 근절 등을 위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16건의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고, 이를 통합·조정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하 “개정안”이라 한다)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언론 등이 고의 또는 중과실에 따른 허위·조작보도를 통하여 상대방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발생케 한 경우, 언론 등에게 피해에 따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짜뉴스로부터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허위·조작보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보도 등으로 인한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언론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러한 취지와는 별개로 이에 따른 규제 방식은 대한민국헌법 및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할 필요가 있다.

이에 개정안과 관련하여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검토하였다.

Ⅱ. 판단 및 참고기준

대한민국헌법 제21조,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이라고 한다) 제19조를 판단 기준으로 하고,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일반논평 제34호’ 등을 참고 기준으로 하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 현장에 참석,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1.8.25(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 현장에 참석,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1.8.25(사진=연합뉴스)

Ⅲ. 판 단

1. 표현(언론)의 자유

가. 개요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총괄하여 통칭하는 개념이다.

표현의 자유 중 언론의 자유는 출판물 또는 전파매체 등을 통하여 의사를 표현하고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여론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언론의 자유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며, 민주정치에 불가결한 여론의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국가권력을 감시 통제함과 동시에 국민통합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언론의 자유에 신문의 자유와 같은 언론매체의 자유가 포함되며, 신문은 그 취재와 보도를 통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고 있고, 특히 민주주의 정치과정에서 정치적 의사를 형성·전파하는 매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판시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의 자유의 역할과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6. 6. 29.자 2005헌마165·314·555·807, 2006헌가3(병합) 결정 참조}.

나. 표현(언론)의 자유의 제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위시한 표현의 자유는 여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들과 같이 무제한적인 절대적 자유가 아니며, 헌법 제21조 제4항 및 제37조 제2항 등에 의해 그 행사에 있어 일정한 제한이 따른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부과는 표현의 자유에 근거하여 허위·조작보도로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적 요청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 즉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의 명예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된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사회 발전의 초석이 되는 기본적 권리로서 표현의 자유 규제에 대한 합헌성 판단은 보다 엄격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헌법상의 다른 권리들에 비해 더 강한 보장을 받아야하는 우월적 지위가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1. 9.16.자 89헌마165 결정 참조).

비록 이러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의 특별한 보호는 상업적 표현행위 등을 제외한 시민적·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한정되는 것이나, 보통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비례의 원칙뿐만 아니라 이에 더하여 ‘명확성의 원칙’, ‘명백한 위험성의 원칙’ 등의 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2002. 6. 27.자 99헌마480 결정, 헌법재판소 1990. 4. 2.자 89헌가113 결정 등 참조).

국민의힘 의원들이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2021.08.19(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2021.08.19(사진=연합뉴스)

2. ‘언론의 자유’ 관점에서 본 개정안의 문제점

가. ”허위·조작보도“ 개념의 모호성

개정안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ㆍ조작보도에 따라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 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면서(개정안 제30조의2), ”허위·조작보도“의 정의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개정안 제2조제17호의3).

그런데 권력에 대한 감시 통제의 기능이 주된 목적 중의 하나인 언론보도는 그 특성상 확인 가능한 사항을 중심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쟁점화를 통해 사회문제로의 여론을 형성하는 경우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자가 일부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나름의 검증을 거쳐 기사를 작성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사실 확인이 미진했거나 내용에 일부 오류가 있는 경우, 어디까지를 진실성을 갖춘 보도이고 허위의 사실에 기반한 보도로 볼 것인지 명확히 확정하기 어렵고, 다의적이고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여 규제하고자 하는 ‘허위사실에 따른 언론보도’의 개념이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0. 12. 2.자 2008헌바157, 2009헌바88 결정 보충의견에서 “허위사실이라는 것은 언제나 명백한 관념은 아니다.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허위사실의 표현’임을 판단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난제가 뒤따른다.”라고 판시하여 애초 “허위사실”이 갖고 있는 개념의 모호성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허위·조작보도의 개념 중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의 경우, 조작된 정보에 따른 사실오인의 가능성은 정보를 접하는 대상자가 갖고 있는 각각의 지식·신념·교양 등에 따라 모두 다를 수밖에 없고, 해당정보가 사실로서의 오인을 어느 정도까지 초래해야 되는지에 대한 기준 또한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어 조작보도의 개념에 대해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11일 오후 국회 열린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최강욱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1.5.11(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11일 오후 국회 열린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최강욱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1.5.11(사진=연합뉴스)

나.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의 모호성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으로서 언론 등의 허위·조작보도 행위에 더하여 언론 등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것을 요구하면서도, 아래와 같이 특정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 보도행위에 고의·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개정안 제30조의2).

개정안 제30조의2(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
② 법원은 언론보도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1.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
2.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3.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을 말한다)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그런데 고의·중과실 추정요건으로서 ”보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동조 제1호)나,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동조 제3호)는 그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제목과 시각자료를 조합하여 유추할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의 범주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이러한 새로운 사실이 당초 기사가 의도한 주제와 어느 정도 달라져야 본질적인 내용과 다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인지 명확한 예측이 어렵다.

“보복적인 허위·조작보도”의 경우에도 보복행위에 대한 예시를 해당 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통상의 입법례와는 달리, 개정안에서는 보복적 행위에 대한 구체적 예시를 찾아볼 수 없어 ‘보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만 의존하여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앞서 검토한 허위·조작보도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그 내용이 불명확하여 정보를 접하는 주체에 따라 이를 달리 판단할 가능성이 있고, 판단의 주체가 설령 법률 전문가라 하더라도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쉽사리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볼 수 없어 고의·중과실의 존부가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에 맡겨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PG(사진=연합뉴스)
언론중재법 개정안 PG(사진=연합뉴스)

다. 뉴스 포털 등에 대한 과도한 책임

한편, 개정안은 ”허위·조작보도“의 정의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직접 정보를 작성하고 보도한 주체뿐 아니라 이를 매개한 자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개정안 제2조제17호의3).

개정안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 같은 종합뉴스포털, 즉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또한 허위·조작보도라고 평가되는 뉴스를 해당 포털에 게시하는 등으로 매개행위를 하였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보도를 직접 작성한 행위가 아닌 ‘매개’ 행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개자인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 대해 뉴스 생산자와 동등한 취급을 함으로써 필요 이상의 책임을 부여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명예와 같은 인격권은 그 속성상 권리의 침해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으며, 이러한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되는 경우 개별적 사안마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익형량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 있는바, 인터넷뉴스사업자들이 공급받고 유통하는 모든 뉴스에 대해 이러한 불법성을 사전에 인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결국 이러한 상황 하에 놓인 인터넷뉴스사업자들은 허위·조작정보인지 여부가 의심되는 뉴스가 게재되어 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논란이 될 수 있는 뉴스들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2021.08.19(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2021.08.19(사진=연합뉴스)

3. 결론

가. 개정안의 수정·보완 필요성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주의 자유나 기자의 특권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로 발달해 온 것임에도 오히려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언론의 자유를 악용하고 있는 ‘가짜 뉴스’의 폐해는 사회적으로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인 만큼,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적 제한을 받는 언론의 자유 역시 필요에 따라 제한될 수밖에 없고, 특히 언론은 그 책임성이 보다 강조되어야 하므로 개정안의 입법을 찬성하는 여론 또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가짜 뉴스’로 인한 사회적 폐해와는 별개로, ‘가짜 뉴스’ 근절을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할 때는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하여 헌법에서 요구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명확성의 원칙’등이 엄격하게 준수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일한 취지로 헌법재판소는 “불명확한 규범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경우 기본권주체는 자신이 행하는 표현이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규제나 처벌을 두려워하여 스스로 표현을 억제하는 이른바 ‘위축효과’가 나타나며, 이는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그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을 상실케 하므로, 표현의 자유 규제 법률은 그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명확하고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8.4. 30.자 95헌가16 결정, 헌법재판소 2010. 12. 28.자 2008헌바157 결정 등 참조).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개정안에서 규제하고자 하는 “허위·조작보도” 개념을 비롯한 “고의·중과실 추정요건” 등은 법관의 최종적 판단에 의한 해석 가능성 여지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추상성, 모호성으로 인하여 진정한 의미의 허위·조작보도 외에도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다른 비판적 언론 보도나 범죄, 부패, 기업 비리 등을 조사하려는 탐사 보도까지도 허위·조작보도의 규제 범위로 포섭시킬 가능성을 배제시킬 수 없고, 사전에 보도의 내용과 불법성 여부를 인지하기 어려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게도 허위·조작보도의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언론보도에 대한 위축효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개정안으로 인해 위와 같은 언론의 자유가 부당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신중한 검토와 논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안. 2021.08.18(사진=연합뉴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안. 2021.08.18(사진=연합뉴스)

나. 개선방안

(1) 허위·조작보도 개념의 구체화

허위 표현에 대해 유네스코(UNESCO)는 단순한 거짓 정보(mis-information)와는 구별되는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의 개념을 명시하면서 이를 “개인, 사회, 조직 또는 국가에 해악을 입힐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거짓 정보”로 규정하여 정보의 허위성과 해악을 끼치려는 의도(intent to harm)를 결합하고 있다.

위와 같은 국제적 기준 등을 참조하여 볼 때, 허위·조작보도의 개념(개정안 제2조제17의3호)에는 적어도 ①허위성, ②해악을 끼치려는 의도성, ③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 ④검증된 사실 또는 실제 언론보도가 된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조작행위 등의 요건 등이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이며, 이를 어느 정도 구체화하여 명시함으로써 언론보도에 대한 위축효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2) 불명확하거나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는 표현·조항 등의 삭제

한편, 고의·중과실 추정규정(개정안 제30조의2제2항)은 그 요건 개념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언론에 대한 부당한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을 삭제함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허위·조작보도 개념(개정안 제2조제17호의3) 중 “매개” 행위를 삭제함으로써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를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적정한 입증책임 조절

아울러, 위와 같이 허위·조작보도의 인정범위가 협소해지고 ‘해악목적성’ 등의 초과주관적인 사유가 포함됨에 따라 피해자가 지게 되는 입증책임의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으므로, ①피해자의 경우 보도의 대체적인 허위성 및 인격권 등의 침해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고, ②언론은 보도과정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허위·조작보도에 해당되지 않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의·중과실 추정요건을 대신하여 적절히 입증책임을 조절 또는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Ⅳ.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주문과 같이 의견을 표명한다.

2021. 9. 13.

위 원 장 송두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9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2021.08.19(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9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2021.08.19(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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