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기 마치고도 선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아 논란
대법관직 떠나 현재 화천대유 고문..."관련 의혹들 전혀 몰랐다"
화천대유 사건은 여야 불문하고 이제 시작

권순일 전 대법관(62·사법연수원 14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돼 현재까지 직함을 유지 중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화천대유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성남시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에서 특혜를 받아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는 의혹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 지사에게 무죄 취지의 의견을 낸 권 전 대법관이 이런 업체에 고문으로 간 것이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인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이 지사의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무죄 취지의 의견을 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대5 의견으로 이 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실제론 대법관들이 5대5로 나뉜 상황이었다. 이 같은 구도에서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냄으로써 사실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권 전 대법관에 이어 이 지사에게 무죄를 줬다.

이 지사는 지사직 상실을 면했고 권 전 대법관은 4개월 여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권 전 대법관이 무죄 판결을 대가로 화천대유에 금전적 이익을 취했다면 '재판 거래'가 될 수 있다"며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은 일부 언론에 "고문 제안이 와서 공직자윤리법이나 김영란법 저촉 여부를 확인한 후 수락했다"며 "이 지사 판결과 고문 활동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 때문에 고문 보수에 대한 액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권 전 대법관은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2017년 제20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9월초 대법관 임기 종료에도 겸직하던 선관위원장직을 계속 유지하려 해 거센 파문을 일으켰다. 심지어 선관위 사무총장 후임 인사까지 자신이 하겠다고 버텨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권 전 대법관을 선관위원장직에 연임시킨다면 이것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사망 선고이자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를 뿌리째 흔드는 반민주적인 처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에선 "선관위 사무총장 인사를 한 뒤 그만 두겠다고 주장한 순간 이미 선관위의 공정과 중립을 훼손시킨 것으로 내년 보궐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관리할 사무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 신뢰를 이미 잃었다"며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압박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22일 선관위 신임 사무총장(장관급)과 사무차장(차관급)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사의를 밝혔고, 같은달 30일 퇴직했다. 선관위는 위원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여권 성향으로 재편됐다. 

화천대유 사건은 여야를 불문하고 이제 시작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관련 사건 수사를 주도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2016년 화천대유 상임고문을 맡았고, 박 전 특검의 딸도 해당 업체에 취업했던 적이 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도 같은 회사에서 7년 넘게 근무했다. 이 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 사건을 변호한 강찬우 전 지검장도 지난해까지 화천대유 자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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