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4일 자신의 대선캠프를 전격 해체한 것에 대해 최 전 원장측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15일 “이번 조치의 본질은 최 전 원장이 더 이상 정치공학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이 원래 생각했던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 살리기라는 원론에 입각해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 전 원장의 캠프해산 조치가 정치권 일각에서 대선포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최 전 원장 본인이 직접 밝혔듯이 대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최 전 원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터 저는 최재형 캠프를 해체한다”며 “대선레이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 레이스에서 성공하기 위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결국 최재형 전 원장의 캠프 해체선언은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지지율 답보 또는 하락에 따른 극약처방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정계 입문을 전후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원죄론’ 때문에 윤 전 총장을 대체할 야권의 대선후보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최근 범야권 후보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기성정치인인 홍준표·유승민 예비후보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밀리는 양샹을 보이고 있다.
최재형 전 원장은 본인은 이같은 지지율 답보의 원인으로 기성정치권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것을 꼽았다. 최 전 원장은 “정치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 들어와 혹독한 신고식을 거치며 주변에 있던 기성정치인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며 “그런 과정에서 저에 대한 국민여러분의 기대는 점점 식어져갔고,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와 관련, 최 전 원장이 정계입문 직후 자신의 정치행보를 도와줄 캠프좌장으로 김영우 전 의원을 발탁했는데 과거 친이계였던 김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에 바른미래당에 가담한 전력 등으로 중도층 및 젋은층 공략을 강조하면서 최 전 원장의 성향을 애매하게 만든 것이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 전 원장 가족들의 ‘애국가 4절 제창 해프닝’이 발생했을 때, 김영우 전 의원이 주도하는 캠프와 큰 마찰을 빚었던 일이 꼽힌다.
이후 최 전 원장은 무조건 젊게 보여야한다는 캠프 관계자들의 조언에 따라, 흰머리를 갈색톤으로 염색하고 양 볼 주위에 보톡스 주사를 맞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부친 고 최영섭 해군대령 등 집안의 애국심 및 자유 민주주의 수호 이미지를 없애고 월성원전 1호기 감사에서 보여줬던 청렴하고 강직한 공직자 분위기를 지우는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일 등으로 캠프내 노선갈등이 심화되자 최 전 원장은 최근 김선동 전 의원을 영입해 김영우 전 의원과 함께 캠프를 이끌도록 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같은 지지율 답보로 한때 최 전 원장 주변에 몰려들었던 인사들 중 상당수가 캠프를 떠난 상태다. 캠프 출범 초기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박수영 의원이 캠프를 떠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경선레이스가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지지율을 반등시킬 시간은 충분하고 최근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는 만큼 본인의 향후 행보에 따라 최 전 원장에게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여의도 정치분석가 홍경의 씨는 “그동안 최재형 전 원장이 보여준 가장 큰 문제점은 본인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정치공학에 휘둘린 것”이라며 “최 전 원장 캠프는 마치 호랑이를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고양이로 만들려고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죽을 각오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고 다짐한 최 전 원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상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