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미국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인도적 차원의 국제 지원을 요청했다.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은 전쟁으로 피해를 본 국가이며 교육·보건·개발 분야에서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제 사회는 아프간 지원을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 이슬람개발은행 등의 지원을 촉구한 무타키 장관은 "마지막 한 사람이 대피할 때까지 미국을 도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감사하는 대신 우리의 자산을 동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관대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타키 장관은 선거를 치를 예정인지, 소수 민족이나 여성을 정부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 "다른 나라들은 아프간 내부 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적절한 시점에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이달 7일 발표된 과도 정부 내각은 탈레반 내 강경파 남성들로만 채워졌다. 이번에 새 정부 수반이 된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2001년 9.11 테러 사태 이전까지 탈레반에서 외무장관·부총리를 역임했으며 유엔 제재 대상이다. 내무부 장관과 난민·송환 장관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현상금을 걸고 수배 중인 인물들이다.

무타키 장관은 "우리는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아프간 영토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엔과 미국의 제재는 논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에서 탈레반 인사들을 삭제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미국은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자마자 아프간으로의 달러화 수송 중단을 긴급 결정했다. 아프간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자산도 동결했는데 아프간 측 자산 90억 달러 중 70억 달러가 미국에 있다고 한다. 세계은행(WB) 등도 잇따라 아프간에 대한 대출 중단을 발표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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