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기사 보내며 “홍보해주세요”, 드루킹은 “처리하겠습니다”
경찰, 19일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14개 텔레그램 보내...10개는 기사링크”
드루킹-김경수 추가 대화방도 확인…텔레그램外 철통보안 메신저 '시그널'로 55차례 대화
드루킹 “김 의원이 경공모의 선플운동 알고 있어...(고려하여) 링크 전송한 듯”
대부분 문재인 관련 기사 링크…댓글서 비정상적 SNS계정 발견되기도
서울청장 "조만간 김경수 의원 소환조사 검토"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동원(48, 필명 '드루킹')씨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서 특정 언론보도 주소(URL)를 전송받은 뒤 "처리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두 사람은 텔레그램 메신저 뿐만 아니라 텔레그램보다 보안이 더 철저한 메신저로 알려진 ‘시그널’을 통해서도 연락을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씨(필명 ‘드루킹’)와 김경수 의원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댓글조작’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김 의원 소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나서는 김경수 의원(사진=연합뉴스)

20일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은 김 의원이 김씨에게 텔레그램 메신저 일반 대화방을 통해 URL을 전송했고, 김씨('필명 드루킹')는 당시 김 의원에게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된 김씨를 구치소에서 접견 조사하면서 자세한 경위를 캐물었다.

김 의원이 김씨에게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전송한 메시지는 총 14개다. 10개가 기사 URL, 4개는 "홍보해주세요",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 건가요" 등 대화 2건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외신기자 간담회 일정, '답답해서 내가 문재인 홍보한다'는 제목의 유튜브 링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필명 ‘드루킹’)는 김 의원이 당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선플(긍정적 댓글)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우리가 선플운동을 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전송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면서, 김 의원이 드루킹 김씨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URL을 전송했을 때 김씨(필명 ‘드루킹’)는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의원은 드루킹에게 URL을 보내면서 '홍보해주세요'라는 메시지까지 덧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처리하겠다'는 답장의 의미에 대해서 "회원들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자발적으로 '공감'을 클릭하거나 추천하도록 하는 선플운동"이었다고 경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URL로 실제 선플운동을 했는지,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해 댓글 여론을 조작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이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김 의원 간 대화방이 더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두 사람이 작년 1월부터 3월까지 '시그널'이라는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았고 김씨가 39차례·김 의원이 16차례, 총 55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전날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대화 내용은 당장 공개할 수 없다"며 "이 대화방에서는 URL 전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용한 시그널 메신저는 보안이 강한 프로그램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앞서 김씨는 경찰에서 "보수진영 소행으로 보이려는 의도"라고 범행 동기를 밝혔으나 이후 경찰 조사에서 "새 정부 들어서도 경제민주화가 진전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불만을 품었다. 일본 오사카 총영사 인사추천을 거절한 김경수 의원에게도 불만이 있어 우발적으로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의원이 김씨에게 보낸 기사 댓글에도 '공감' 클릭 수 등 조작이 이뤄졌는지, '드루킹' 일당이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 매크로를 통해 댓글 여론을 호도했는지 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19일 공개한 기사 목록에는 <아이돌의 ‘찍덕’이 촬영한 문재인과 표창원의 사진은 매우 감각적>이라거나 <’주부 62% 비호감‘ 문재인, 여성 표심 ’올인‘...“내가 제일 잘 생겼는데”>는 등 이미지 메이킹 요소가 담긴 가벼운 기사부터 대선후보 토론회나 정책에 관한 무거운 내용까지 다양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 김씨에게 보낸 기사 목록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이 공개한 기사 목록에 따르면, 김 의원이 김씨에게 보낸 기사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링크 공유는 일부이며, 이미 지워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김 의원이 드루킹 김씨에게 보낸 네이버 기사에는 ‘지지 댓글’을 쓰기 위해 만든 SNS 가계정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댓글을 단 계정 중에는 SNS 친구가 사실상 없는 상태로 대선 직전인 2017년 4월 26일부터 5월 8일까지 네이버에 댓글만 단 계정들이었다. 댓글 내용은 대부분 흡사한 문재인 후보 지지 내용이었다.

한편 이날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과 국회 등에서 제가 김경수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이번 사안은 막중하기 때문에 철저히 수사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어 "드루킹과 주변인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다른 압수물 분석이 이뤄지는 대로 조만간 김경수 의원의 소환 조사를 검토하겠다"면서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기사 인터넷 주소(URL)를 보낸 것으로 확인된 만큼 그 의도는 물론 두 사람의 관계를 포함해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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