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방역 당국은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교육부와 방역 당국은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12~17세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백신 접종이 4분기에 시작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등교수업 확대가 절실해지면서, 안전한 등교를 위해 접종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소아·청소년 접종의 시행 시기는 4분기 중"이라며 "4분기 계획에 포함해 10월 이후의 접종계획을 9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백신 부작용과 안전성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으로 청소년 접종이 승인된 백신은 화이자가 유일한데 청소년에게 심근염을 초래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헷갈리고 있다. 청소년 접종을 의무화할지에 대해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일평균 학생 확진자 177명으로 늘어, 교육부는 ‘화이자 접종 선택권’ 부여 검토중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최근의 학생 및 교직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를 공유하고, 소아·청소년 백신접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2학기 등교수업이 확대되면서, 일평균 학생 확진자가 177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교육부의 고민도 깊어진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백신을 접종한 연령대에서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소아·청소년의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방역 당국과 실무 논의를 거쳐 이달 말쯤 만 12~17세 코로나19 백신 접종 세부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다만, 교육부는 “의무화보다는 접종 여부 선택권을 자율적으로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최대한 학부모와 학생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소아·청소년 접종의 이익과 위험을 두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은 청소년층 부작용 초래 위험성 높아

이들 청소년에게 접종될 백신은 화이자 백신으로 알려진다. 김 반장은 “현재까지 12∼17세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 유일하다"면서 "모더나 백신은 현재 허가가 신청돼 심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추후 허가되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2~17세 접종 대상자는 약 276만명으로, 성인 접종이 마무리되는 올 4분기 접종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와 방역당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코로나19 중증화·치명률이 낮은 청소년층이 학교나 주변 분위기에 떠밀려 충분한 고민 없이 접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칫 학교에서 억지로 맞으라고 해서 맞았다는 불평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교육부의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성인도 접종 후 부작용 사례가 빈번한데, 아이들에게 투여하는 백신 안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백신이 아동과 청소년기 자녀들의 성장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10대 남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걱정이 깊다. 10대 남학생의 경우 심근염 발생 우려가 높다는 점이 알려진 바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날 경우 대비책이 부실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상반응 발현 시기가 일정치 않은 탓에, 갑작스레 발생한 상황에 부모가 부재할 경우 자녀가 위급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부모 가정에서는 하교 후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홀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등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교에서 접종을 강요할 분위기가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백신접종이 권고 사항이라고 하지만,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 학교에서는 사실상 접종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것이다. 만약 접종하지 않았다가 감염이 되면, 학교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청소년 백신 접종 고민하던 영국 정부, ‘백신 1회 접종’ 권고하기로 결정

영국 정부는 12~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1회 접종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영국 정부는 12~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1회 접종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해외 각국에서도 12세 이상 청소년의 접종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12~15세 대상 화이자·모더나 접종을 승인했지만, 전문가 자문기구인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건강 측면의 이득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영국 최고 의료 책임자들은 이들 연령대에 대한 백신 접종이 ‘학교 문을 닫지 않을 방안’이라며 백신 1회 접종 권고를 내렸다. 1회만 맞아도 백신 접종에 의한 이득을 대부분 얻을 수 있고, 2회 접종 시 심근염 부작용 위험이 약간 더 커지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영국 보건당국은 다음 주부터 해당 연령대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캘리포니아대 연구진, “건강한 12~15세 남자의 백신 관련 심근염 발생률은 코로나로 입원할 확률보다 높아”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최근 건강한 12~15세 남자에서 백신 관련 심근염 발생률이 코로나19로 인해 입원할 확률보다 높다는 결과를 내놨다.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는 결론이어서 주목된다.

게다가 델타 변이의 확산과 새로운 학기 시작에 맞춰 연방 정부는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고 AP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가 청소년을 상대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나섰지만, 일부 부모의 반대에 봉착한 것이다. 미국 내 대부분 주에서는 청소년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청소년 절반은 백신 접종...일부 의사들, “독극물 주사처럼 쳐다봐” 호소

미 전역에서 12∼17세 청소년의 절반 정도가 백신을 접종했다. 이 연령대는 지난 5월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현재는 5∼12세까지 접종을 위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미국소아과학회(AAP) 앨라배마 지부 회장인 카트리나 스키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하면 마치 독극물을 주사하려는 것처럼 쳐다본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동·청소년 연령층에서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심근염으로 인한 사망 사례 역시 극히 드물다는 주장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외국에서 (접종 후) 심근염에 있어서 중환자실까지 가는 비율이 2%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사망 사례 자체가 적다 보니 과거 혈소판 감소성 희귀 혈전증 때와 달리 접종 위험과 이득을 비교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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