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나 거렁뱅이 취급하는 인민 독재의 나라"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이제 이 모욕적인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며 스승의 날 카네이션 전달 관행을 구체적으로 규제한 이른바 '김영란 법'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 교수는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학생 대표만 줄 수 있다는 것이 법인가?"라며 자문하며 "법에는 카네이션이 조화여야 하고, 대표만 줄 수 없다는 말이 없는데, 그런 유치찬란한 유권해석을 멋대로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스승의 날 카네이션 전달에 대해 "(담임교사 및 교과 담당교사에 대한 카네이션 선물은 학생 대표만 줄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날을 세운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어 "캔커피의 경우에는 어떤 학생이든 선물해선 안 되며, 학생대표가 아닌 일반 학생의 카네이션 선물은 한 송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스승의 날 카네이션 전달 여부까지 규정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권익위의 해석을 두고 "카네이션 받고 싶은 선생님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카네이션이 불법 청탁의 상징물처럼 되는 순간, 스승의 날을 폐지하는 것이 차라리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생님들이 뭘 받고 싶어하고, 그것을 받으면 준 학생을 편애할지 모른다는 의심 자체가 모독"이라며 "스승을 욕 보이는 이런 발언과 법이 있는데, 무슨 스승의 날을 하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이거나 거렁뱅이거나, 인격 파탄자여서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못하니 법으로 다 규제하고 통제해야한다는 인민 독재의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다음은 이병태 교수의 글 전문.

[이제 이 모욕적인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학생 대표만 줄 수 있다는 것이 법인가? 그렇다. 이 나라에는 그게 법으로 존재한다. 김영란 법이라고.
법에는 카네이션이 조화이어야 하고 대표만 줄 수 있다는 말은 없다. 그런 유치찬란한 유권해석을 지 멋대로들 한다.

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이렇게 국가에 의해 모든 것을 규제 당하고 살고 싶어들 하는지 모르겠다. 카네이션 받고 싶은 선생님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카네이션이 불법 청탁의 상징물처럼 되는 순간, 스승의 날을 폐지하는 것이 차라리 좋을 것이다.

선생님들이 뭐 받고 싶어하고, 그거 받으면 준 학생 편애할지 모른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의심하는 것 자체가 모독 아닌가? 스승을 욕 보이는 이런 발언과 법이 있는데 무슨 스승의 날을 하나. 나는 김영란 법이 생긴 이후에 정말 스승의 날은 강의 안했으면 한다. 학생 대표들마다 같은 회사가 만든 똑 같은 조화의 카네이션을 건네 주는데 그 때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가전체주의에 더할 나위없는 모욕감을 느낀다.

선생들이 촌지받아 처먹는 거지로 간주하면서 무엇때문에 그 거지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스승의 날이라는 것을 기념하고 기리게 하나. 나는 고전적 가치관을 잘 믿지도 않지만 스승이라고 부르면서 인격과 도덕의 파탄자들로 의심하는 것이 어떻게 양립하나?

대표 아닌 학생이 길가에 피어 있는 철쭉 꽃이라도 하나 꺽어서 선생님에게 건네면 선생이 위법이라는 법과 버젓이 위법인데 처벌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자의적 유권해석을 하는 정부.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이거나 거렁뱅이거나, 인격 파탄자여서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못하니 법으로 다 규제하고 통제해야한다는 인민 독재의 나라.

나는 젊은이들이 작은 고마움이라도 표할 줄 알면서 자라나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내 감정을 표하는 것을 연습하지 못하고 자라난 우리의 어린 시절의 훈육에 대해 내가 더 따뜻한 인간이 되지 못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 노릇하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벅차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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