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집권 꿈꾸는 시진핑의 ‘제2의 문화대혁명’, 아이유와 BTS까지 규제
종신집권 꿈꾸는 시진핑의 ‘제2의 문화대혁명’, 아이유와 BTS까지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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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생일축하 사진과 문구로 장식된 제주항공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사진=관찰자망. 재판매 및 DB 금지]
지민 생일축하 사진과 문구로 장식된 제주항공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사진=관찰자망.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정부 당국의 연예계 규제 정책 불똥이 한류 연예인들에게도 튀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가 지난 6일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등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 21개에 대해 30일간 정지 조치를 취했다. “비이성적으로 스타를 추종하고 응원하는 내용을 전파했다”는 게 웨이보의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다분히 예견됐던 사태이다.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거대한 변신의 관점에서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명분으로 내걸고 사실상 ‘문화숙청’ 시작...정권이 문화의 선악을 판단

지난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아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사는 사회)를 사회적 목표로 제시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상 ‘제2의 문화대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종신집권’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은 빅테크와 외국자본에 대한 통제를 시발점으로, 사교육 시장을 규제했다. 과도한 사교육이 양극화의 한 원인이라는 판단 아래,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시키는 초강경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시작을 앞두고 극심한 양극화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서민과 대중의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2012년 말 집권한 시 주석은 내년 말 두 번째 임기가 끝난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모든 최고지도자는 10년씩 집권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내년 10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집권을 연장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2018년 개헌을 통해 이미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을 폐지한 상태이다.

사실상 종신 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에게는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내부 단속과 체제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중국 당국이 빅테크 기업과 사교육 시장 등에 겨눈 내부 단속의 칼날을 이번에는 ‘연예계’로 겨누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의 조치는 사실상 정치가 문화의 선악을 판단하는 ‘문화숙청’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빅테크와 사교육 시장에 겨눴던 규제 칼날, 이제 연예계를 정조준

과거 중국에서 연예인이 개별적으로 정부의 표적이 된 적은 있지만, 최근에는 그 범위가 넓고 가혹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단속이 선전선동에 문화예술을 동원했던 과거 문화대혁명 시기를 연상시킨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연예인들의 위법 행위가 이어지자 중국 정부가 연예인에 대한 단속을 심화하는 배경에는 연예인들의 위법 행위도 일조했다. 최근 유명 배우 정솽은 탈세 혐의가 드러나 벌금 2억9900만위안(약 539억원)을 부과받았다.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엑소로 활동했던 크리스 우는 지난달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상태이다.

이에 인민일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연예인들의 위법행위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연예인의 길을 가려면 법치의 끈을 꽉 묶고 도덕의 선을 지켜야 한다”고 중국 정부의 단속에 힘을 실었다.

지난 8월초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크리스 우가 강간죄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크리스 우는 관련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공안도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지난달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크리스 우가 성폭행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크리스 우는 관련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공안도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예쁜 남자 아이돌인 ‘냥파오’의 활동을 막아

중국 당국이 ‘여성스러운 남자 아이돌’에 대한 퇴출령을 내렸다. 지난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방송총국(NRTA)은 ‘올바른 미의 기준을 살린다’는 명목하에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냥파오(여자 같은 남자)가 단호히 배격되는 것이다. 화장을 하고 하이패션을 소화하는 남자 아이돌의 인기를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SCMP는 “중국 문화 속 전형적인 남성상인 ‘마초’에 부합하지 않거나, 화장을 하는 아이돌 가수 등을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전통문화, 혁명문화, 사회주의 문화를 강조해야 하며 저속한 왕홍(인플루언서) 등을 보이콧 하는 등 올바른 미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금지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경연장 밖에서의 투표가 금지된다.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들의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온라인에서 몰표를 던지는 문화를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팬들이 돈을 모아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주는 ‘조공 문화’도 제재된다.

국적 제한령 도입으로 외국 국적의 연예인 퇴출

여성스러운 외모를 가진 남성 아이돌에 대한 출연 금지에 이어, 이번에는 이연걸, 유역비 등 외국 국적을 가진 스타들을 퇴출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이연걸은 영화 '황비홍' 시리즈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이다. 유역비는 한때 송승헌과의 열애 보도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배우이다. 영화 '뮬란'에서 액션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두 배우는 각각 싱가포르와 미국 국적자이다.

그런데 이들이 퇴출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대만 중앙통신은 "중국 정부가 이연걸, 유역비 등 외국 국적을 가진 연예인들을 퇴출시킬 예정이란 의혹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국적 제한령'을 도입해, 외국 국적 연예인의 출연을 제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연예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외국 국적 연예인이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식 퇴출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뮬란'의 유역비(류이페이) 등 유명 스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중국 당국이 연예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외국 국적 연예인이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식 퇴출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뮬란'의 유역비(류이페이) 등 유명 스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아직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연예계는 이미 비상 상황이다. 정치색이 명확하지 않거나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은 방송에 나오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는 중국 공산당의 다음 타겟은 ‘외국 국적’ 연예인이라는 점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사정봉'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홍콩 스타 니콜라스 제(謝霆鋒·제팅펑)가 캐나다 국적 포기를 선언했다.

비이성적인 팬클럽 활동을 할 경우 웨이보 계정이 정지돼

과도한 연예인 팬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벌이는 중국 당국의 칼끝이 한국 연예인 팬클럽을 겨냥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거금을 모아 지민의 사진으로 뒤덮은 항공기를 띄웠다가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의 계정이 정지됐다.

지난 5일 중국 관찰자망에 따르면, 전날 중국의 지민 팬클럽은 지민의 얼굴과 생일 축하 문구가 장식된 제주항공 비행기 1대가 한국에서 운항을 시작했다면서 사진을 공개했다. 3개월간 운항이 예정된 이 항공기의 탑승권과 기내 종이컵에도 생일 축하 광고가 실렸다.

지민 팬들은 지난 4월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포털 바이두에서 돈을 모았다. 모금액은 3분 만에 100만 위안(1억8천만 원)을 돌파했으며, 1시간 만에 230만 위안(약 4억 원)이 넘었다. 팬들은 지민의 생일 당일인 10월 13일에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전면 컬러 광고와 영국 더타임스에 광고를 실을 예정이다.

지민 팬들의 생일 이벤트가 보도되자 온라인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이날 지민 팬들의 계정(@朴智旻JIMIN_JMC)을 60일간 정지 처리했다. 또한 생일 이벤트와 관련한 게시물도 삭제했다. 그러면서 "웨이보는 비이성적인 스타 추종 행위를 단호히 반대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웨이보는 지민 팬클럽 외에도 한국 연예인 팬클럽계정에 대한 정지 조치를 내렸다. 방탄소년단(BTS), NCT, 엑소, 아이유,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 등 한국 연예인을 응원하는 21개 팬클럽 계정을 30일 동안 정지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지 처분을 받은 팬클럽 계정에서 문제가 되는 내용들은 웨이보에서 삭제됐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 공산당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이 지난달 27일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이 사회, 경제 규제에 이어 연예계까지 통제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판공실이 발표한 팬덤 관리 방안은 미성년자가 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 연예인 팬클럽끼리 온라인에서 욕을 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향후 팬클럽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잘 관리하지 못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됐다.

중국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팬 중에는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은 청소년도 있을 텐데, 연예인을 위해 모금하는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는 방식을 팬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두둔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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