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부족에 비주택 주거시설에 수요 몰려...주택에 가하는 정부 규제까지 모두 피할 수 있어

주거시설을 표방한 편법·변종 수익형 부동산이 실수요자들까지 유혹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 부족이 심각한데도 세금·대출·청약·전매 등의 고강도 거래 규제를 '주택'에 한해 가하고 있다. 이를 노린 분양업계는 법적으론 '비주택'에 해당하는 주거 시설을 지어 분양에 나섰다. 수요자들의 돈도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기대로 급속히 몰리고 있다. 

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 '고덕 아이파크 디어반'은 지난달 590실 모집에 1만8천576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평균 31.5대 1의 경쟁률이다.

'하이엔드 라이프 오피스'를 표방한 이 건물은 공공택지지구 내 상업·업무용지에 지어졌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펜트하우스가 속한 4군(전용면적 204∼296㎡)은 분양가격이 39억7천200만∼67억6천200만원에 달했는데 경쟁률이 410.5대 1에 달했다.

침실과 주방, 화장실과 샤워실 등을 모두 갖춰 주거용 오피스텔과 차이가 없지만 건축법상으로는 업무시설(사무실)이다. 

때문에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는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나 양도소득세 중과가 안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아 청약 규제 대상이 아닌 점, 대출도 상업용 부동산에 적용되는 규제로 주택보다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는 점, 계약금만 납부하면 전매 제한도 없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가 '주택'에 가한 각종 규제를 모두 피하면서 실질적으로 거주까지 가능한 부동산을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상업·업무용지의 건축물은 아파트보다 더욱 쉽게 바닷가나 대로변, 또는 교통 요지나 관광 명소에 지을 수 있다. 입지조건 상 주거 편의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수요자들도 "핵심 입지에 적법이든, 편법이든 실질적으로 주거가 가능한 쓰리룸(3룸) 이상의 시설이 지어지는 것"이라며 "주택 분양 자체가 로또인 상황에서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상업·업무용지의 건축물은 용적률을 최대 800%까지 적용받아 주택보다 훨씬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적용받지 않아 분양가도 높게 받을 수 있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관계자들은 "상업·업무용지를 싸게 사들여서 사실상 주거용으로 비싸게 파는 편법·변종 주거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거용으로 편법 분양되는 레지던스, 또는 생활형 숙박시설들은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무실에 취사 시설을 갖출 수 있게끔 만든 장기 투숙형 숙박시설이다. 외국인이나 지방 발령자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법이었다.

법적으로 엄연히 따지고 들자면 숙박업 등록을 해야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숙박시설이다. 수분양자나 소유자도 '거주'할 수 없고 어길 경우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주거시설로 불법 전용할 시에 매년 시가의 10%까지 이행강제금이 붙을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경고에만 그칠 뿐으로 비주거용 시설의 주거용 사용에 대해선 지자체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 곳곳의 생활형 숙박시설 분양시장은 분양권에 최대 수억원의 웃돈이 붙을 정도로 활황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에 대한 공급 부족과 규제 강화 기조, 풍부한 자금 유동성 환경이 이어지면서 숙박시설과 오피스 등의 틈새시장으로 편법·변종 주거 상품이 나오고 투기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 4년 내내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강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서야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을 뒤늦게 강조하기 시작하며 관련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거의 모두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미미한 물량이거나 중장기 건설 계획들이어서 시장 수요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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