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일반 법칙이 작동한다
대중 민주주의 한계 노정--점점 짧아지는 추세
문 대통령 지지율 추세도 박 전대통령과 유사

정규재 대표 겸 주필
정규재 대표 겸 주필

민주주의는 평화적으로 지도자를 교체하는 정치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K 포퍼같은 분들도 그렇게 정의했지요. 지도자는 어떻게 교체하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권력은 어떻게 행사되는지. 또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오랜 논의가 바로 정치제도에 대한 논란의 핵심이지요. 제도화된 프로세스에서 유권자 대중은 어느 정도의 주기로 권력을 교체하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대중들이 직접적으로 정치 프로세스에 관여하는 수준이 심화되면서 권력주기는 형편없이 짧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제비뽑기 민주주의 당시 각급 선출직의 임기는 1년이었습니다. 1년은 아무래도 과도하게 짧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선시대 지방관들의 임기도 1년이었습니다. 매관매직이 성행했기에 전라도 경상도 관찰사는 길에 줄지어 내려가고 올라오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보인다는 지경이었습니다.

일본 총리는 1년짜리

먼저 지도자 교체 주기가 가장 짧은 나라였던 일본을 봅시다. 일본 총리 임기는 다른 내각제 국가들과 다를 바 없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내각이 총사퇴 하더라도 총리는 바로 새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영구집권도 가능합니다. 다만 정당의 내부 규칙으로 일본은 임기 3년에 두 번 연임으로 당 총재의 임기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총리의 임기도 이에 종속된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1년에 불과 했습니다. 아베가 2006년에 1기 총리를 물러난 후 거의 매년 총리가 교체되었습니다. 후쿠다, 아소 다로, 하토야마, 간 나오토, 노다 요시히코가 근 1년씩 바통을 이었습니다. 일본 총리 사용기한이 1년이라는 차마 웃지도 못할 사태가 벌어졌던 것입니다. 미국은 4년 중임이고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연임이 허용됩니다. 독일 총리는 형식상 4년이며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4, 중국은 5년입니다. 중국은 최근 지도자 임기 연임 제한을 풀어 시진핑이 이론상 무제한 지도자를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독재국가일수록 임기와 상관없이 재임 기간은 길어집니다. 북한이나 쿠바는 아예 종신집권입니다. 김정은의 임기는 공식적으로는 5년이지만 제한은 무용지물입니다. 1인 지배 체제가 되면 임기는 사라집니다. 러시아 같은 나라가 푸틴의 장기집권을 위해 묘수를 짜내는 노력이 가상하게 보입니다.

민간 기업은 3년?

민간 분야 지도자의 임기는 3년입니다. 대부분 기업들이 상법상 임기 3년의 모범기준을 따릅니다. 그러나 21년으로 단축하는 추세입니다. 전문경영인이 고삐를 바싹 당기려는 주주들의 바람이 그렇게 나타난 것입니다. 임기가 짧다고 실제 지배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1년짜리 임기를 10년씩 하거나 3년짜리 임기를 여러 번에 걸쳐 즐기게 되는 젝 웰치같은-아마 16년 동안 GM를 지배했지요-사람도 있습니다. 공기업은 정권의 임기가 곧 자신의 임기입니다. 정권 말기에 공기업 사장에 오른 사람은 정권이 끝나면 바로 임기말을 맞게 되는 꼴입니다. 

80%에서 20%로 추세적 하락

한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4년 만에 물러나야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탄핵이라는 비극을 맞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를 다 채우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일은 분명히 불행한 사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치세 3년이 지나자 국민들은 지겨워하기 시작했고 몸서리를 쳤습니다. 지도자를 태우고 있는 국민들 중 일부는 더는 대통령을 자신의 등에 태우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지지율이 30%를 밑돌게 되면 반대파들은 슬슬 반란을 기획합니다. 그런 일은 문재인 대통령에게서도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마지막 지지율은 4%로 떨어졌고 역시 탄핵 문제가 부상했습니다. 대중 민주주의 사회에서 역시 지지율은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입니다. 한국에서는 70%선에서 출발해 30%에서 크게 흔들리고 20% 이하로 비참하게 종말을 고하게 됩니다. 일종의 법칙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퇴임 시점 지지율은 14%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경우는 예외라는 점을 생각하면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이었습니다. 그러나 취임시 지지율은 놀랍게도 87%였습니다. 가장 높았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역시 철벽의 지지율이었지만 부하의 배신을 막지 못하였습니다. 지지율은 허망하게 무너져 콩가루로 바뀔 수 있습니다. 철벽의 지지율을 자랑삼을 일은 아닙니다. 거품이며 신기루일 뿐입니다. 노빠가 지켰던 노무현의 퇴임지지율은 20%로 최악 1위를 겨우 피했을 뿐입니다. 김대중은 철벽에 힘입어 30%였습니다.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얼마나 되었을까요. 퇴임시기에 지지율이 높았던 미국 대통령으로는 아이젠하워 48% 클린턴 36% 레이건 35% 등의 순이었습니다. 대단한 대통령들이었습니다. 케네디는 피살되었기에 역사가 되었을 뿐입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일반 법칙있다

문재인의 지지율에 대해 그 허수를 지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응답율이 너무 낮아 도저히 실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들입니다. 어느 정도는 그럴 것 같습니다. 더구나 전라도의 지지율이 너무 높은 일방적 응답의 문제가 있어서 일정한 조정 작업을 거친다고 해도 통계로서는 문제가 많습니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는 "415일 지지율 68.5%, 청와대도 놀랐다"는 제목의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칼럼입니다. 2,30대 지지율이 더욱 높다는 이 기사는 놀랍게도 박근혜 대통령 1년차 기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대통령 지지율의 평균적 저하라는 일반법칙을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좌익 대통령은 더욱 그렇습니다. 포퓰리즘적 성격을 갖는 대통령은 초반에는 대중의 기대를 업고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지만 정책이 시행되고 서서히 지지자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합니다. 정권 말기가 되면 결국은 20% 지지율로 바닥을 기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70%선에서 시작해 20%에서 끝납니다. 1년이 지나면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법칙적 경향성이라고 부를 만도 하군요. 대중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이라는 상품의 유통기한 사용기간은 1년이라는 말이 됩니다. 소위 직접성이 강화될수록 사용기한은 줄어듭니다. 천민성의 결과라고도 하겠지요. 참 허망한 일입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어리석음이며 허망한 지지율의 부작용이 도처에서 독버섯처럼 번져나고는 중입니다. 지도자 유통기한이라고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 유통기한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대중 민주주의는 이렇게 그 생명을 다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중 민주주의는 참으로 큰 비극적 구조물의 하나입니다.

정규재 대표 겸 주필 jkj@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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