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정원 댓글활동은 선거운동…원 전 원장이 지시·관여"
증거 능력 의문으로 파기 환송시킨 '선거법 위반' 다시 유죄
여전히 '선거법 위반' 증거 없다는 재판부 소수의견 나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법원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2심 판결에서 유죄가 됐으나 대법원에서 증거 능력 의문으로 파기 환송시킨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원 전 원장의 재상고심에서 다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19일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당에게는 각각 징역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사이버팀 활동은 객관적으로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라며 "원 전 원장이 불법 정치관여와 선거운동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결론을 지었다.

재판부는 "정보기관으로서 조직과 업무체계, 직위 역할, 사이버활동 진행 모습 등을 종합하면 원 전 원장은 사이버팀 직원들과 순차 공모해 불법 정치관여와 선거운동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하급심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각종 증거의 증거능력(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과 관련된 판단은 따로 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5년 7월 "선거법 위반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사용한 '425 지논', '씨큐리티' 이름의 파일과 트위터 활동 계정 등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지가 당시 논란이 됐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위반이 맞다"며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보석으로 석방된 원 전 원장을 다시 법정 구속했다.

당시 고법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425 지논', '씨큐리티' 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대신 검찰이 파기환송심 재판 막바지에 제출한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 복구본과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을 선거개입의 증거로 판단해 선거법까지 유죄로 보고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조희대 대법관과 김창석 대법관은 원 전 원장 등의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 공모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재차 파기 환송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김 대법곽 등은 "원 전 원장, 이 전 차장과 사이버팀 직원 사이에 대선과 관련한 어떤 내용의 업무지시나 보고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공모했다는 점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은 대선 후보자들의 출마선언 무렵부터 회의에서 선거에 개입하지 말 것을 반복적으로 지시했다"며 "이같은 사실은 공모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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