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TBS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신장식의 신장개업’이 편성됐다. [사진=TBS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3일부터 TBS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신장식의 신장개업’이 편성됐다. [사진=TBS 홈페이지 캡처]

친(親)조국 인사인 신장식 변호사가 TBS의 새 프로그램 ‘신장개업’의 진행자로 발탁돼 논란이다. “아침에는 김어준 공장장, 저녁에는 신장개업 주인장”의 목소리를 통해 시사문제를 들어야 하는 서울시민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편파방송의 대명사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없애기는커녕, 김씨의 방송과 유튜브를 비롯해 여타 방송에서 친여 인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신장식씨까지 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된 데 따른 불만이다. TBS가 진보 좌파의 해방구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 설립된 TBS재단이 임명한 이사장과 대표가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여서, 오세훈 시장이 마음대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장이 바뀌어도 전임 시장의 정책을 수정할 수 없도록 미리 ‘대못’을 박아놓은 것이다.

음주‧무면허 운전 전력의 정의당 사무총장 출신 신장식, TBS 진행자로 발탁돼

TBS는 지난달 23일 가을 개편을 통해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신장식의 신장개업’을 신규 편성했다. 제작진은 ‘매일 새롭게 문을 여는 마음으로 저녁 시간대 굳건한 시사맛집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에서 ‘신장개업’으로 이름 붙였다고 밝혔다.

신장개업 프로그램을 통해 시사 진행자로 데뷔한 신장식 변호사는 정의당의 사무총장 출신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정의당의 비례대표로 나섰다가 15년여 전 음주‧무면허 운전 전력 논란이 일자 스스로 사퇴했다. 사무총장에서도 사퇴한 이후 현재 당적은 갖고 있지만, 당직을 맡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다.

그간 신 변호사는 김어준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고(故) 노회찬 전 당대표 기념회 사업 등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려왔다. 따라서 신 변호사의 발탁으로 인해 가뜩이나 중립성을 비판받고 있는 TBS에 대한 ‘방송 중립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대해 신 변호사는 “패널로서 특정 사안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과 진행자로서 진행하는 것은 다르다”며 “진행자로서 어떻게 진행하는지는 지켜보시면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합 시사 프로그램인 만큼 대선 국면에서 정치 이슈를 다루겠지만, 사회 경제 이슈, 노동과 인권 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날카롭고 따뜻한 방송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1주일 만에 편향적 오보, “윤희숙 사직서 안 냈다” 가짜뉴스 내보내

지난달 30일 신장식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과 전화 인터뷰에서 윤희숙 의원의 사퇴와 관련, 허위 사실을 방송했다. [사진=신장식의 신장개업 캡처]
지난달 30일 신장식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희숙 의원의 사퇴와 관련, 허위 사실을 방송했다. [사진=신장식의 신장개업 캡처]

하지만 신 변호사의 다짐과 달리, 날카롭지 않고 편파적인 방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아침에 방송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같은 관점을 그대로 내보낸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신장개업’은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문제와 함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퇴’와 관련한 의견을 내보냈다. 당시 김 의원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사직서를 내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해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윤 의원이) 사표를 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사퇴서도 안 내고, 국민의힘 쪽에서 (국회) 의장님한테 안건으로 올려달라는 요청도 강력하게 안 드린 걸로 알고 있다”며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선언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어준도 동일한 가짜뉴스 생산...TBS 라디오는 ‘오전 김어준’, ‘오후 신장식’이 평정

같은 날 오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러 같은 주제로 방송이 진행됐다. 그 자리에서 우 의원은 김 의원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씨도 우 의원의 입장에 동조하며 “왜 윤 의원이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김어준씨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우상호 의원과 함께 윤희숙 의원의 사퇴와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지난달 30일 김어준씨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우상호 의원과 함께 윤희숙 의원의 사퇴와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하지만 신 변호사, 김 의원, 김어준, 우 의원의 발언은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검색해보면, 윤 의원이 지난 25일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TBS 제작진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윤희숙 사퇴서'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발언하고, 이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셈이다.

김어준의 가짜 뉴스 양산 실력은 이미 입증됐지만, 신 변호사 역시 같은 부류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김 의원은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법안 처리를 주도하고 있는 여당의 미디어혁신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오보 논란은 더 거셌다.

이에 대해 윤희숙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국회의원과 교통방송(TBS) 진행자가 언론중재법에 대해 실컷 떠든 후 제가 의원직 사퇴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는 허위사실을 말하고 사퇴쇼라며 비웃은 후 헤드라인으로까지 뽑아놨다”며 “여당 의원이나 TBS나 아예 마음먹고 조직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윤희숙’ 의원으로 검색하면, 사직서를 제출한 날이 8월 25일로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화면 캡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윤희숙’ 의원으로 검색하면, 사직서를 제출한 날이 8월 25일로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화면 캡처]

윤희숙 가짜뉴스 ‘역풍’ 직면한 신장식, 마지못해 미온적 사과

여론의 역풍에 직면한 신 변호사는 전날에 있었던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오보를 정정했다. 신 변호사는 31일 오후 ‘신장식의 신장개업’ 방송을 시작한 지 2분만에 “어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청취자 분들에게 알려드릴 말씀이 있다”고 운을 뗐다.

신 변호사는 “어제 김 의원이 윤희숙 의원 사퇴와 관련해 ‘사퇴서도 안 내고’, ‘국민의힘 당 쪽에서 의장님한테 안건으로 올려달라는 요청도 강력하게 안 드린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한 뒤 “이에 대해 김 의원이 ‘본인이 잘못 알고 있었다’며 ‘윤희숙 의원에게 말씀드리겠다’고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지난 8월25일 국회 의안과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 제공에 혼동을 드린 점 양해의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진정성이 결여된 말투와 태도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게다가 김 의원의 말에 동조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는 빠졌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날 우상호 의원과 함께 윤 의원의 사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말한 김어준은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는 점에서, 신 변호사가 김씨에 비해 그나마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도진개진이라는 지적이다.

김어준과 신장식의 가짜뉴스 남발에 평범한 시민들 불만 터트려

이렇게 가짜 뉴스를 남발하는 김어준과 신장식 변호사의 방송을 들어야 하는 평범한 서울시민들은 오세훈 시장을 향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오 시장이 취임하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김어준은 짤리지도 않고 변한 게 하나도 없다”, “TBS는 김어준에 신장식까지, 아주 서울시민과 오 시장을 우습게 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철수를 뽑는 건데”라는 비판까지 다양하다.

오 시장의 취임 이후, 김어준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시민들의 입장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도 난감한 기색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에서 서울시의원의 시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에서 서울시의원의 시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근 대변인,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 TBS재단으로 독립, 서울시 인사권 없어”...이강택 대표와 유선영 이사장은 법으로 임기 보장돼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박원순 전임 시장 시절에 TBS가 재단으로 독립을 해서, 서울시가 마음대로 TBS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히며 “당장 예산을 줄이는 방법으로 제재할 수 있지만, TBS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과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TBS가 독립재단으로 출범할 당시 선임된 이강택 대표와 지난 1월에 선임된 유선영 이사장 등은 모두 임기가 보장돼 있다. 게다가 프로그램 편성권 등에 대해서도 모두 독립한 재단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서울시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처지이다.

서울시는 공개적으로 ‘TBS가 스스로 조직 내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이 대변인은 지난 8월 초 국민의힘과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접수한 국민감사청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을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달 2일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국민의힘은 TBS 교통방송이 방송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를 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TBS가 방송을 통해 교통·생활 정보와 지역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편파 방송을 하고 있음 △진행자에 과다출연료를 지급했음 △서정협 전 서울시장 권한대행의 TBS 이사장 임명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음 △노동자 이사 2인 선임으로 재단 운영이 특정 노동자단체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음 등을 감사 청구 이유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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