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31일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에서 시 도시계획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31일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에서 시 도시계획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 건에 대해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당시 ‘파이시티 사건’과 관련해 오세훈 후보가 허위사실을 적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시민단체에 의한 고발장이 접수된 것은 지난 4월이다. 4개월이 지난 시점에 경찰이 전격적으로 서울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배경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5일 개최된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파이시티 관련 질의를 받자 “제 재직 시절에 관계되는 사건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생경제연구소 등의 시민단체가 오 시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다.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은 시민단체의 고발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월 5일 개최된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의 장면.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4월 5일 개최된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의 장면.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파이시티 특혜·비리 의혹과는 무관한 오시장의 ‘기억 오류’ 겨냥해 대대적 수사

경찰이 당시 오 시장의 발언을 두고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위반’이라는 수사 사유를 내세우며 마치 엄청난 범죄 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서울시청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의 수사 포인트는 ‘파이시티 특혜·비리에 오 시장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지를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파이시티 사건이 오 시장의 과거 서울시장 재임 시절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수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토론회 자리에서의 ‘기억 오류’를 겨냥해 대대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게 오 시장의 판단이다. 즉 전격 압수수색 자체가 ‘과잉수사’이자 야당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과장 포장수사’라는 것이 오 시장의 입장이다.

파이시티 사업은 서울 양재동 10만여㎡ 부지에 백화점과 업무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유통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추진됐으나, 화물터미널 부지를 용도변경하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등 문제점이 발생해 결국 중단됐던 개발사업이다.

파이시티 사업은
각종 특혜와 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파이시티 사업은 결국 중단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정치권 일각에서 이재명 지사 무료 변론 의혹 ‘물타기용’ 관측도 제기돼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무료 변론 의혹에 대한 물타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지사는 국가인권위 위원장에 내정된 송두환 후보자로부터 과거 무료 변론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당대표에 의해 제기된 이 문제가 대선정국에서 중대한 변수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문제가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집중 포화를 받게 되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오세훈 시장에게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 공표 위반’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찰이 급작스럽게 오 시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씌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비교해보면 더욱 설득력있는 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지사는 2018년 6월에 경기도지사로 당선됐고, 그해 12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의해 '친형 강제입원'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그리고 '검사사칭'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크게 3가지 사건에 4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통상 선거 사건은 최대 1년 이내에 1심까지 끝내게 돼 있어, 이 지사의 경우 2019년 5월 16일 1심 선고를 받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였다. 하지만 9월 6일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재판에서 제기된 일부 혐의에 대해 3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됨으로써, 도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다. 이후 대법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송두환 국가인권위 위원장 내정자로부터 무료 변론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이 지사가 도지사로 당선되고 나서 검찰에 기소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이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만 해도 4가지였다. 하지만 오 시장은 선거가 끝난 지 4개월 여만에, 그것도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위반 혐의만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다. 게다가 오 시장이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단행됐다는 점에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세훈 시장 강력 반발, “압수수색 이전에 사실 조회만으로도 확인 가능한 사안”

​오세훈 시장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과잉수사'이자 야당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과장 포장수사'라고 비판했다. [사진=오세훈 시장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시장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과잉수사'이자 야당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과장 포장수사'라고 비판했다. [사진=오세훈 시장 페이스북 캡처]

오 시장 측에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과잉 정치 수사”라며 경찰의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이전에 사실 조회 등 사실관계 확인만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연이어 “지금 확인한 분명한 사실관계는 파이시티 개발의 시설규모 결정 등 도시계획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쳤다”면서도 “파이시티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는 서초구청에서 인허가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이 밝힌 것과 같이 압수수색 이전에 ‘사실조회 등 사실관계 확인’만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면, 경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 검찰로부터 가져온 수사권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함부로 사용한다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경찰이 자체판단으로 이런 수사하지 않았을 것”

애초 문재인 정부와 법무부에서 검경수사권 분리를 주장할 때부터 “경찰이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중립성 유지는 애시당초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4월에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접수한 경찰이 지금 이 시점에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한다는 점이 의심스럽다”며 경찰이 자체 판단으로 이런 수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오세훈 시장에게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 공표 위반’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경우, 4가지 혐의에 대해서 2심에서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3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이 지사에 비해 오 시장의 혐의가 훨씬 가볍다는 점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당시 발언과 관련 “제 재직시절에 서울시 관계되는 사건을 아닐 겁니다”라는 발언은 과거의 기억에 의존한 답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기억에 오류가 있었을 뿐, 의도적인 허위사실 유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로 인해 법원까지 가더라도,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최소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면 선출직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 사건의 경우, 일반적으로 1심이 1년 이내에 끝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 오 시장의 잔여 임기는 약 10개월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오 시장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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