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 관계자, "피해 할머니들 반발 고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포함해 여당·더불이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발의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이 결국 철회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윤미향 보호법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의안번호 2112068)이 25일 철회됐다. 민주당 소속의 인재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개정안에는 서영석·이규민·허종식·소병훈·최혜영·김민기·윤관석·이장섭 등 9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무소속이 된 윤미향 의원이 그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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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안정보시스템상에서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이 발의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의안번호 2112068)이 25일 철회됐음이 확인된다.(캡처=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번 개정안에서 문제가 된 것은 기존에 없던 벌칙 조항이 신설됐다는 것이다. 해당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경우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또는 피해자 유족 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까지도 같은 법률 조항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해 논란이 됐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이사장 이나영·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올린 법률 개정안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에 대한 사실 또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까지도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것은 ‘자기구제’(自己救濟)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인 것이다.

이에 언론에서는 해당 개정안을 두고 ‘윤미향 보호법’(윤미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는 별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윤 의원 등은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후원금 등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에 대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까지 처벌하겠다는 개정안 내용을 조롱·비판하는 의미였다.

앞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소속 60개 여성 단체는 지난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해당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개정안 철회와 관련해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인재근 의원 측은 “’피해자 보호’가 입법 취지이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의 반발을 고려해 법안을 철회했다”며 “재발의 계획도 현재 없다”고 밝혔다.

인 의원 측이 말한 ‘피해자 할머니들의 반발’이란 지난 1992년 이래 줄곧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호소해 온 이용수(93) 씨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윤 의원 등이 발의한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의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피해자들을 보호한다면서 왜 단체가 법안에 들어가느냐?”며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묻지도 않고, 할머니들을 또 무시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씨는 “사실을 말하는데 무슨 명예가 훼손되느냐?”며 “진실을 말해서 훼손된다면, 그것을 명예라고 할 수 있느냐? 그렇다면 내가 정대협(정의기억연대를 말함)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한 것도 법을 어긴 것이냐? 어떻게 자기들 마음대로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용수 씨는 ‘가짜 위안부’ 논란이 있는 인물이다. 이 씨는 지난 1992년 8월15일 한국방송(KBS)이 방영한 특집 프로그램 〈생방송 여성, 나는 여자정신대: 민족 수난의 아픔을 딛고서〉에 출연해 열 여섯 살 나이에 어떤 남자가 주는 빨간 원피스와 가죽 구두에 혹해 그 남자를 선뜻 따라나섰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이와 동일한 취지의 증언이 지난 1993년 출판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집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軍)위안부들》 제1권에도 버젓이 실려 있지만, 이 씨는 나중에 ‘한밤중이 일본 군인들이 집으로 쳐들어와 뾰족한 것을 등에 대며 입을 막고 강제로 끌고 갔다’는 식으로 증언 내용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지난 5월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씨는 증언집과 관련해 “증언이 잘못돼 있는데, 그걸 단체에서 팔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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