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거부 피어스家 출신…대통령 부인→대통령 어머니 '부시家 정점'
1992년 방한땐 한글휘호…백발의 인자한 이미지로 미국민 사이에 인기

(1992.1.6)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 만찬에서 노태우 대통령 내외와 부시 미대통령 내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41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바버라 부시 여사는 전형적인 '내조형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뉴욕의 명문가인 '피어스 가문' 출신으로, 14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피어스(1853~1857)가 먼 친척이다. 1925년 뉴욕의 거부로 꼽혔던 '맥콜스(McCalls) 매거진' 발행인의 딸로 태어났다.

지난 1945년 1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17일(현지시간) 별세하기까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결혼 생활(73년째)을 이어온 대통령 부부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4년 만에 백년가약을 맺은 러브스토리로도 유명하다.

결혼 이후 곧바로 텍사스로 옮겨 '정치명문' 부시가(家)를 일궈냈다. 영국 귀족 가문 출신으로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에 자리잡은 철강재력 가문은 바버라 여사의 손길을 거치면서 20세기 미국의 최고 정치명문가로 자리매김했다.

남편의 사업과 정치를 도왔고, 자식들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뒷바라지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큰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8년간 미국을 이끌었고, 작은아들 젭 부시는 플로리다주 주지사를 지냈다.

미국 역사에서 바버라 여사는 남편과 아들의 대통령 취임을 모두 지켜본 유일한 여성이다.

부유층 가정에서 자라나 상원의원(프로스콧 부시)의 며느리로, 대통령의 아내로, 또 대통령의 어머니로 그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주목받는 일생을 살았다.

화려한 삶과는 달리, 솔직한 성품과 유머 감각 덕분에 미국 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퍼스트레이디이기도 했다. 대통령 임기 첫해, 남편 조지 H.W.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때 20% 아래로 곤두박질쳤지만, 바버라의 지지율은 40%에 육박했다는 얘기로도 잘 알려졌다.

노년에는 백발의 인자한 모습으로 뇌리에 각인되면서 꾸준히 미국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퍼스트레이디로서 우리나라도 공식 방문했다.

특히 1992년 1월 방한 때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문화재를 둘러보고 붓글씨로 '한미우호, 임신(壬申) 새해 바바라 부시'라는 한글 휘호를 써서 증정하기도 했다. 남편이 중국 주재 대사로 근무할 당시 배웠던 '서예 실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92.1.6)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동안 김옥숙 여사와 바버라 부시 여사가 별도로 만나 환담을 하고 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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