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이어 저축은행권의 대출도 조이겠다고 나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앞서 1주일전 은행권에도 같은 내용을 요청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은행권은 5~6%, 저축은행권은 21%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주간 단위로 점검하고, 목표치를 초과했거나 근접한 저축은행에는 경영진 면담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대출 중단과 같은 '특단의 대책'은 총량 목표치를 넘어섰거나 근접한 일부 금융회사에 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을 전면 중단한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는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런 특별관리가 다른 금융회사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3분기 한도를 소진한 우리은행은 20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대폭 제한했으며, SC제일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안 지침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지난 18일부터 담보대출 중 하나인 '퍼스트홈론'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대출 축소'가 시중 은행권에도 번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더 강하게 가계대출을 조이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가계대출이 겉잡을 수 없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내놓은 '가계대출 동향' 잠정치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간 8∼8.5% 범위에서 움직이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은 9.6∼10%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7개월간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5조9000억원)보다 32조9000억원(71.6%)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7월 증가 폭(23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3.3배에 달한다.

특히 가계대출은 농협,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사 등 제2금융권에서 27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영끌·빚투'를 막기 위해 정부가 주담대 규제에 이어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그에 따른 풍선효과로 생활자금 수요 등이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으로 몰린 것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3%로 규모와 증가 속도에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지양하고 한국은행의 선제 금리 인상을 주문하는 등의 제언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까지 금융당국은 대출수요를 억제하기에만 바쁘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0.5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올해 들어 꾸준히 자산시장 버블 특히 부동산 광풍에 경고 메세지를 보내며 금리 인상의 명분을 축적해왔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정부는 올해에 비해 8% 이상 늘어난 사상 첫 600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막대한 돈풀기와 낮은 금리로 인한 부동산 급등, 그에 덩달아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없이 대출수요만 억제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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