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괴한 갈등’을 전부 이준석 대표의 탓 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야권내 차기 대권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진영의 ‘가벼운 입’들과 가끔씩 이상행동을 하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당 대표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나이가 어리니 무조건 봐주자 라고만 할수도 없다.

이준석 대표 체제가 야기한 당내 분란은 4·7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압도적인 정권교체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참여한 다수의 제 1야당 당원들과 일반 국민(여론조사)들이 이준석을 대표로 선택한 것은 참신함을 바탕으로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배려 때문이었다.

이런 염원을 바탕으로 이준석 대표가 외연확장, 중도층 공략을 기치로 내건 것은 당연하다고 치자. 하지만 야당에게는 정부 여당과 싸워야하는 숙명, 기본 책무가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문재인 정권의 민생파탄과 내로남불 독재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이 대표로 당선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쇼’로만 볼 수 없는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것일까?

과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야당 당수 시절 대여투쟁은 정권 뿐 아니라 내부 갈등을 겨냥한 측면이 강했다. 양 김씨 모두 당내 경쟁자의 도전이 생길 기색이 보이면 정권을 상대로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곤 했다.

4·7 보궐선거 직후만 해도 “내년 대선에서는 무조건 정권이 바뀌겠구나”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4개월여가 지난 현재 불안감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긍정 36%, 부정 53%였다. 4·7 보궐선거 직후에는 긍정 평가가 29%까지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62%까지 치솟았다. 보궐선거 이후에는 8월 첫 주 긍정 41%, 부정 51%가 가장 근접한 수치다. 2점 척도로 묻는 갤럽과 달리 4점 척도로 묻는 다른 조사에서는 격차가 더 줄어든다.

4·7 보궐선거 직후인 4월 15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55%, ‘정권 유지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34%로 나타났던 정권 교체 여론은 8월 초 같은 기관 조사에서는 47% 대 39%까지 좁혀졌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8월 15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정권 교체’ 55.4%, ‘정권 재창출’ 38.2%였다.

이와관련, 정치평론가 박성민씨는 20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의 부정여론, 정권교체 동의 여론 격차가 모두 20%를 넘으면 정권 교체는 거의 확실하고 20% 내 격차라면 ‘후보 경쟁력’과 ‘다자 구도’ 변수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박씨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정치와 정책 모두 실패했지만 지지율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야당을 더 좋은 대안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권 교체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그것만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4·7 보궐선거 직후 정권 교체를 낙관하던 분위기에 빨간 불이 켜진 가장 큰 이유는 ‘이준석 대표 리스크’다.

통상 대통령선거 시기 당 대표의 역할은 자기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승리를 위해 좋은 후보를 만들고 띄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앞날이 창창하고’ ‘야심 넘치는’ 젊은 정치인이 때문에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자기정치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반면 야당 대표로서 필수적인 대여투쟁은 전무하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사건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로 지난 대선의 중대한 부정행위가 이준석 대표는 행동을 아꼈다.

이준석 대표는 20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문 정권 비판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다.중요할 때는 하고 있다.하지만 지금은 당대표보다는 대선 후보들이 정권 비판 메시지를 통해 체급을 키웠으면 하는 생각이다.그들에게 문 정권의 헤아릴수 없는 실정에 대한 비판은 이유식이 될수 있다.나는 중도층 지지를 가져올수 있는 정당 개혁 과제에 더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권과의 싸움은 대선후보들이 할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정권과의 싸움에 대선후보와 당대표가 무슨 역할 분담을 한 단 말인가. 국민들 입장에서 이같은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이해할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이에대해 여의도의 정치분석가 홍경의씨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준석 대표는 과연 야당 대표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인 실정과 각종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행동을 아끼고 자기정치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지금 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이준석 리스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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