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핵심 공범' 지목된 '서유기' 박모씨 구속영장 신청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 조작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드루킹' 김동원씨(48) 일당의 재판부가 정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8일 김씨‧박모씨‧우모씨 등 3명의 사건을 형사 12단독 김대규 판사에 배정했다. 김 씨는 여기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는다. 재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 등의 사건은 법정형상 단독 재판부가 심리하게 돼 있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어 합의부 배당 조건에 맞지 않는다. 관계자는 “전산 배당으로 재판부가 무작위 배당됐다”고 말했다.

김씨 일당은 지난 1월17일 밤 10시께부터 이튿날 오전 2시45분까지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돌려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에 집중적으로 ‘공감’을 클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여론조작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을 내렸다는 기사로, 조작 사실이 알려지면 ‘조작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네이버 정보처리장치 통계 집계 시스템의 통계자료를 잘못 인식하게 해 댓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김씨의 핵심 공범으로 알려진 박모씨(30)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모씨는 온라인에서 ‘서유기’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이번 댓글조작 사건에 사용된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해온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 현장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판주출판단지 안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경찰은 지난달 21일 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 현장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판주출판단지 안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경찰은 지난달 21일 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씨는 이들 일당이 느릅나무 출판사와 같은 건물에 차렸던 비누‧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 ‘플로랄맘’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주최한 강연과 비누‧주방용품 판매 등으로 운영자금을 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경공모의 1년 운영비가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 점과 건물 임대료‧인건비‧운영비 등을 모두 고려하면, 이들이 주장하는 수입원으로는 비용을 충당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자금의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박씨는 온라인상에서도 활발하게 정치 게시글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MLB파크' 등에 문재인 대통령 활동상을 담은 뉴스를 수차례 스크랩해 올렸고, 김경수 의원 페이스북 글을 캡처해 다른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공범으로 지목돼 김씨 박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우모씨(32)는 이들 일당이 댓글 모니터링 및 공감 클릭 조작을 할 때 사용한 매뉴얼(활동지침)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뉴얼에는 '보안USB 안에 깔린 텔레그램과 크롬브라우저를 이용하라', '작업한 기사를 새로고침하다가 10위권 밑으로 내려가거나 하면 대화방에 알려라', '북한·평창·최저임금·가상화폐 기사 위주로 선별하라' 등 내용이 담겼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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