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산을 휘둘렀어도 폭행 아냐"...법리 창조하는 경찰, 왜 이러나
[단독] "우산을 휘둘렀어도 폭행 아냐"...법리 창조하는 경찰,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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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폭행죄는 '협의의 폭행'...미수범에 대한 처벌 근거 없어"
駐부산 일본총영사관 인근 미신고 불법집회 항의 도중 집회 참가자한테 맞았는데?
대법원 판례에 명백히 反하는 사건 처리...피해자 "황당하다"

형법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형법 제261조(특수폭행)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60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산광역시경찰청 부산 동부경찰서.(사진=연합뉴스)
부산광역시경찰청 부산 동부경찰서.(사진=연합뉴스)

형법상 폭행죄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일체의 불법적인 유형력(有形力) 행사’를 말한다. 한국 사법부 역시 폭행죄를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람에게 해를 가할 목적으로 날계란을 던졌는데, 날계란이 목표한 사람에게 맞지 않았을 경우에도 폭행죄가 성립할까? 한국 법원의 판단 기준을 적용해 본다면 ‘그렇다’이다. 실제로 고통을 주려는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맞았느냐 맞지 않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부산에 사는 A씨(남성)는 지난 17일 부산지방검찰청 인권보호부로부터 한 통의 휴대전화 SMS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A씨가 폭행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부산지검에 ‘불송치’ 기록이 송부됐는데, 사건을 수사한 경찰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자신이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어떤 통지도 받지 못해 어떤 사건이었는지 기억해내지 못한 A씨는 사건을 접수한 부산 동부경찰서로 가 담당 수사관 사법경찰리 방인배 경사와 마주했다. 방 경사는 그제서야 A씨에게 불송치사유서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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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부경찰서 형사2팀이 작성한 A씨 사건의 불송치사유서 내용.(사진=제보)

사건은 지난 6월3일 오전 9시 15분경 발생했다. 부산광역시 동구 소재 주(駐)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벌어진 좌파 단체의 미신고 불법집회에 항의하던 A씨에게 해당 불법집회에 참가한 성명불상의 여성이 우산을 휘두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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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일, 가해자 성명불상 여성이 피해자 A씨에게 우산을 휘두르는 모습.(사진=제보)

이에 대해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2팀(팀장 이판기·경감)은 “우리 형법 제260조에서 필요한 폭행은 협의(狹義)의 폭행이라고 할 것이므로 고소인이 제출한 영상 증거와 참고인 진술내용을 볼 때 피고소인(성명불상 여성)의 행위 태양(態樣)을 폭행 실행의 착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 A씨 사건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불송치사유서의 내용으로 볼 때 담당 수사관은 피의 여성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황당하다”고 했다.

A씨는 “성명불상의 여성이 위험한 물건인 우산을 나를 향해 휘둘렀고 나는 그 우산에 맞았기 때문에, 나는 분명 고소장에 ‘특수폭행’ 혐의를 적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폭행’ 혐의로 바뀌어 있는 점이 이상하다”면서 “맞았는데도 폭행이 아니라고 한 것은 법리를 창조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부산지검의 안내에 따라 이의제기서를 부산 동부경찰서에 제출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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