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휴대전화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30세 이상 희망자에 한해 AZ 잔여백신 접종을 허용했다. 그동안 AZ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발생 우려로 50세 이상만 맞도록 제한했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휴대전화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30세 이상 희망자에 한해 AZ 잔여백신 접종을 허용했다. 그동안 AZ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발생 우려로 50세 이상만 맞도록 제한했었다. [사진=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의 접종 나이를 ‘30세 이상’으로 변경한 첫날인 지난 17일,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한 잔여백신 예약이 곧바로 마감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7일 하루 AZ 잔여백신 접종자는 1만 1651명, 그중 85.9%는 30~40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18일 출입기자단에게 "어제(17일) 하루동안 AZ 잔여백신(SNS 당일신속예약, 예비명단)을 통해 접종받은 사람은 1만1651명이었다”면서 이 중 85.9%인 1만여명이 30~49세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드물기는 하지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부작용 때문에, 30~40대가 꺼릴 것이라는 우려와 딴판이었다.

정부가 지난 13일 AZ 잔여백신의 접종 나이를 30세 이상으로 변경하자, 비난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30, 40대들은 “접종 예약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미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 백신으로 예약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누가 AZ 잔여백신을 맞겠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접종 연령이 변경된 이유는 지난 12일부터 60~74세 2차 접종이 이뤄지면서 AZ 잔여백신이 대량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을 사람이 없어 대부분의 잔여백신이 폐기되는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접종 연령이 변경된 것이다. AZ 접종이 가능한 50대는 이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고 있어, 굳이 AZ 잔여 백신을 신청할 이유가 없어서이다.

한 달 뒤면 화이자·모더나 맞을 수 있는 30~40대, 왜 부작용 논란 AZ 맞았나

따라서 이미 화이자·모더나 예방접종을 사전예약한 30~49세도 더 빨리 백신을 맞고 싶다면 17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당일예약을 통해 AZ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변경됐다. 지난달 AZ 접종 권고 연령이 50세로 상향되면서 이전에 AZ로 1차 접종한 50세 미만은 2차 접종 때 화이자를 맞기로 되어 있는데, 이들도 희망할 경우 1차와 동일한 AZ를 맞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30~49세의 AZ 잔여백신 신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40세인 주부 A씨는 “늦어도 한 달 내로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을 수 있는데, 굳이 부작용의 위험이 높은 AZ를 맞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국은 4차 유행과 델타 변이 유행 등을 고려해 지난 13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권고 연령은 기존대로 50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희망자에 한해 30대 이상도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안전성과 정책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 106만8천회분(53만4천명분)이 지난 5월 17일 오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북 안동 공장에서 출하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수송지원본부 제공]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 106만8천회분(53만4천명분)이 지난 5월 17일 오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북 안동 공장에서 출하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수송지원본부 제공]

정부는 여전히 AZ 접종 권고 연령을 ‘50대 이상’으로 유지

정부는 AZ 백신의 접종 권고 연령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권고 연령은 '50대 이상'으로 유지하되, 잔여백신만 희망자에 한해서 30∼40대도 맞을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4차 유행으로 감염에 대한 위험이 더 높아진 상황에서 본인이 희망할 경우 이런 이상반응에 대한 확률, 위험성 부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접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희망자에게 접종 기회를 열어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40대에게 아스트라제네카를 의무적으로 맞으라고 제안한 바 없고 본인의 선택 하에 더 일찍 맞을 분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개인의 희망 하에 잔여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기준을 변경한 것이고 범위를 설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잔여백신에 한해 희망자에게만 접종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라지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발생 문제를 고려해 불허했던 연령층에게 새로운 과학적 근거 없이 다시 접종 기회를 주겠다는 것은 정책 신뢰도를 깎아내릴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문제를 제기한다.

최재욱 고대 교수, “AZ 백신이 남아돌아 접종 연령을 하향 조정한 것은 정책 신뢰 포기”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서 '30세 이상'으로 재조정한 것이 아니라 잔여백신이 남으니까, 일부 의료기관은 폐기 처분까지 한다고 하니까 이를 해결한다고 접종 연령을 하향 조정한 것은 정부가 접종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판단을 개인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백신을 맞도록 당국이 국민 개인에게 책임을 넘겼다는 비판이다.

정은경 청장은 이와 관련해 "위험이나 이득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희망자가 접종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떠넘겼다'고 지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40대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 접종 희망자 규모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가 접종을 희망할지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잔여 AZ백신 풀리자 마자 동나...외면할 줄 알았던 30~40대가 몰려

그런데 막상 지난 17일 AZ 잔여백신이 풀리자마자 순식간에 동나고 말았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상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의 관계자는 “49세 이하는 현재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 접종 예약이 진행 중이다. AZ 잔여백신을 조금이라도 빨리 접종하길 원하는 사람에 한해 30세 이상은 AZ 백신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18~49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접종은 26일부터 시작되고, 6주 후에 2차 접종을 받을 수 있다. 그에 반해 AZ 잔여백신을 맞으면 8주 뒤 2차 접종을 마칠 수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AZ백신의 2차 접종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끝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AZ 잔여백신 접종의 장점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현재 10부제로 운영되는 18~49세의 백신 접종 예약률은 약 60%로, 정부가 기대하는 70%에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AZ 잔여백신을 맞는 것보다는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는 게 더 낫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도 동떨어진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Z 잔여백신 예약이 어렵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AZ 잔여 1개 떠서 광클(빠른 클릭)을 하니 이미 마감"이라며 "안 맞겠다고 말하던 사람들 다 어디갔냐"는 내용이었다.

그 외에도 "AZ 잔여백신 반응이 싸늘하다더니, 남아도는게 아니라 왜 없냐", "잔여백신 AZ도 뜨자마자 마감이네, 웬일이야", "AZ 백신 아무도 안 맞을 것 같더니 현실은 정반대, 지난주까지 넘치던 AZ백신 어디갔냐", "앱으로 잔여백신 신청가능해지니 AZ도 없네" 등의 글이 올라왔다.

30세 이상 AZ 잔여백신 접종이 가능해지면서, 의료기관에서 실제로 AZ 잔여백신 폐기량이 줄어든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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