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이 제시한 '합법 정부 승인 요건' 고려한 듯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17일(현지시간) 자신들이 구상하는 새 정부 구성에 여성도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아프가니스탄 완전 장악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탈레반은 또 미군과 협력 관계에 있던 이들이나 지금껏 자신들에게 맞서 온 이들을 관대히 대우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탈레반 측이 새 정부 구성에 여성의 참여를 촉구한 것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자신들의 정부를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케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탈레반 신(新) 정부의 승인 조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이 제시한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여성의 권리 등 인권 존중이고, 두 번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국제 테러 조직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탈레반의 새 정부가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외신들이 분석이다.
여성 인권과 관련해서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지난 20년간 누려온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 조건으로 여성들이 ‘니캅’을 착용할 것을 내걸었다. ‘니캅’은 이슬람 여성의 복장 중 하나로써 얼굴을 모두 가리고 눈만 내놓는 형태로 돼 있기에 국제적으로는 여성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유엔(UN)은 지난 6월 관련 보고서에서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긴밀히 연대하고 있고 관계 단절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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