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LH 조직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공청회. [사진=국토연구원 제공]
지난달 28일 LH 조직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공청회. [사진=국토연구원 제공]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 폭로는 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LH 분할을 비롯한 대대적인 개혁을 공언했다. 3개월에 걸쳐 준비된 개혁안은 지난 6월 7일 발표됐다. 개혁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이미 내부적으로는 ‘조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젊은 실무진을 중심으로 한 퇴직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LH를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개혁방안 유력...1000여명 감축 추진할 듯

LH 개혁안은 이달 중 결정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LH 조직 개편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달 말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했고 조만간 다시 한 번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 LH를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대주택을 비롯한 주거복지 기능을 담당하는 모회사를 두고 택지개발과 주택공급을 맡는 자회사를 설립해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택지개발과 주택공급을 맡은 자회사의 배당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거복지 부분의 손실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조직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분사와 구조조정에 대한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LH 기능 조정에 따라 20% 이상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당장 신도시 입지 조사 국토부 이전 등 기능 조정에 따라 1천여명의 직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후에도 지방도시공사와 업무 중복 우려 여부를 따져 1천여명의 인원은 추가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LH 직원들이 조직을 떠나는 상황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퇴직자 중 10년차 이하 ‘젊은 피’가 42.5%...2018년에는 17.8%에 불과

지난 16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밝힌 ‘LH 퇴직자 자료’에서도 LH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퇴직금 수령을 완료한 전체 퇴직자 수가 17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퇴직자(337명)의 51.6% 정도 수준이다.

매년 200~300명 정도 퇴직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수치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전과 다른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년이거나 정년을 앞둔 명예퇴직자가 주로 퇴직을 한 반면, 올해는 한창 일해야 할 직급의 퇴직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7월 퇴직자 174명 중 10년 이하 근무한 실무진급 퇴직자 수는 75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퇴직자의 42.5%가 한창 일하고 전문성을 쌓아나가는 ‘젊은 피’라는 점에서 경고음이 켜졌다.

과거 퇴직자 통계와 비교해 보면 비중 차이가 확연하다. 2018년만 해도 1년 이상 10년 이하 근무 이력을 지닌 퇴직자 비중은 17.8%에 불과했다. 2019년(25.2%)과 2020년(30.9%)에는 조금씩 비중이 늘어났지만, 올해처럼 전체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젊은 피는 ‘암울한 미래’로 떠나고...나가도 전관예우 못 받는 고위직 529명은 ‘생존투쟁’ 벌여야

이처럼 젊은층을 중심으로 퇴직이 러시를 이루는 데는 정부가 LH 분할을 비롯해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을 공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직의 축소와 각종 제재에 따른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전망 때문에, 실무진을 중심으로 “조직에 남아 있는 것보다 떠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알려진 지난 3월,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에 사회단체가 던진 계란 자국이 남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알려진 지난 3월,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에 사회단체가 던진 계란 자국이 남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20년 이상 근무한 이들에게는 LH에 남아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다. 정부는 지난 6월 7일 LH 개혁 방안을 통해 고위직 529명의 경우 퇴직 시 ‘취업 제한 심사’를 받도록 했다. 다른 직장으로 옮겨 전관예우를 못 받게 막은 것이다. 오래 근무한 이들 입장에서는 전관예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더 조직에 남는 ‘생존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LH 개혁 위해서는 ‘젊은 피’가 더욱 절실해져

문제는 이런 현상이 향후 LH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LH 직원 땅투기 의혹을 최초 제기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1일 공청회를 통해 LH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LH 개혁안이 조직 해체가 아닌 ‘주거 복지’라는 본연의 기능 강화로 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무에 밝은 젊은 인력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1~10년차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화할수록 LH 개혁안의 추진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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