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못맞추는 김경수와 청와대…드루킹 김씨-정권 연루의혹 커져
접촉 경위도 '협박때문→민정실 인사면접 부인→열린추천' 수시 번복
靑 내부 김씨 연락처 "없었다"↔"말도 안돼" 엇갈리기도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 출신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 출신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 조작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동원씨(48)가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 변호사를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만난 시점이 해명을 거듭할 때마다 바뀌고 있다. 만난 목적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백원우 비서관이 3월 말에 A변호사를 먼저 만난 다음에 김씨를 만나려 했는데, 김씨가 그 전에 이미 구속된 상황이라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 비서관과 A변호사가 만난 시점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세 번이나 바뀌었다. 김씨의 인사청탁은 '대통령 최측근' 김경수 민주당 의원에게 '2월말'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백 비서관이 A변호사를 만난 시점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2월"이라고 했다가 같은날 "3월초"라고 정정했고, '고위 관계자'는 17일 오전 "3월 중순"이라고 했다가 오후에는 "3월말"로 변경했다. 

3월말로 말을 바꾼 것은, A변호사가 17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3월 28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인사 추천이 있었으므로 만나자는 연락이 와 40분간 일본과 관련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다. 인사 검증에 동의하거나 별도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백 비서관의 기억에 착각이 있었다"며 덩달아 시점을 바꿨고, A변호사와 접촉했을 때 '백 비서관은 드루킹 체포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도 나왔다.

접촉 경위 역시 당초 김경수 의원이 김씨의 청탁을 '내 선에서 거절했다'는 첫 해명을 했다가, A변호사 추천 거절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한 뒤 나왔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이 때부터 청와대와 '손발'이 안 맞기 시작했다. 인사청탁 관련 정황을 "모른다"던 청와대 해명이 백지화하고, 인사수석실도 아닌 민정수석실의 백 비서관이 A변호사를 만났다는 정황까지 제기됐다. 

'핵심 관계자'는 "백 비서관이 피추천인을 만났지만 인사문제에 있어 '부적합'하다는 생각에 특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가, '인사 면접'으로 받아들여지자 "(부적합은) 상황을 잘못 파악한 가운데 나온 단어선택이었다"고 번복했다.

이후 '실패한 인사청탁'이라는 논란이 일자 이 관계자는 "김경수 의원이 '열린 추천'을 한 것이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밟아 적합하지 않다고 판정을 내려서 (피추천인이) 배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 의원이 댓글조작 주범으로부터 '열린 추천'이라는 명분으로 청와대에 청탁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미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은 뛰어넘었다는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면접 아닌 사정 차원이었다'는 해명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여기에 김씨가 체포된 이후였음에도 백 비서관이 A변호사를 만난 것으로 드러나자 '인사청탁을 무겁게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온다. 오사카 총영사 임명이 마무리 된 뒤였지만 '일본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는 A변호사 측 해명과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16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김씨는 연락처가 없었고, A변호사는 전화번호가 있어서 A변호사를 먼저 만났다"고 했지만 17일 '고위 관계자'가 "(연락처가 없어서 김씨를 먼저 못 만난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뒤집은 정황도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김씨와 김경수 의원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 의원은 드루킹과 비밀메신저 대화뿐 아니라 적어도 5차례 이상 만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김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사실상 유령회사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도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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